벤처기업과 협상력

[엔슬칼럼]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매일 매일 협상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협상의 중요성을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면서 제일 먼저 받은 교육이 협상교육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 협상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한참 뒤였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체적으로 협상에 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소신과 지조를 중시하던 선비 문화의 영향으로 협상을 기피하는 성향에다 다혈질적인 성격이 있어 조바심 속에 너무 빨리 자신의 패를 꺼내 협상을 망치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치인도 협상 과정에서 타협하면 속칭 ‘사쿠라’로 매도되는 경우도 많아 타협없이 무한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경우도 많았다.

출처=GettyImages

스타트업 창업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협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디자이너 출신 여성 창업자를 멘토링하면서 창업자가 영업 거래선을 만날 때면 어떻게 협상해야 할지 몰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봤다. 그래서 협상 기법에 대해 집중 코칭을 해 창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거래를 성사시켜 창업자 본인이 협상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득한 경험이 있다.

스타트업도 파트너, 거래선 및 투자자들과 끊임없이 협상을 해야 하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협상이 지속되므로 협상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아래와 같은 협상의 기본원칙을 숙지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

1. Win-Win 원칙=협상은 상생 즉 윈윈(Win-Win) 상황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종결되면 좋겠지만 일방적으로 나에게 유리하여 상대방이 당했다고 느끼면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조그만 협상이건 큰 협상이건 상생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고 순간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해도 장기적으로 신뢰 관계를 쌓아 갈 수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영원한 갑은 없다고 할 수 있다.

2. 상대방의 Interest 파악=협상의 대소를 막론하고 자기와 협상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기의 ‘Interest’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서 상대방의 ‘Interest’를 빠른 시일 내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협상 성공의 열쇠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에는 협상이 진척되지 않아 협상 타결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협상에 능하면 자기의 ‘Interest’는 쉽게 노출시키지 않고 상대를 혼란에 빠뜨려 협상을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끌어들일 수가 있다.

필자가 국내 유명 백화점과 거래조건 변경 협상을 할 때, 초기에는 상대방의 ‘Interest’를 파악 못해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는데 온갖 정보력을 동원해 ‘Interest’를 파악한 다음 핵심을 찔러 협상에 성공해 업계 최초로 특정매입(위탁)에서 직매입으로 거래조건을 변경해 회사가 무차입 경영으로 돌아서는 쾌거를 이루어낸 경험이 있다. 이와 같이 상대가 ‘무엇을 원할까?’를 파악해 내는 것이 어렵지만 가장 중요하다.

3. BATNA(Best Alternative Not Agreed)=협상에 임할 때 기본적으로 명심해야 할 사항은 상대방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수용하지 않아 협상 타결이 불가능할 경우 어느 정도의 양보는 불가피하므로 이 경우 자기가 수용 가능한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갑을 관계에서 강한 갑의 입장에 있다면 일방적으로 협상을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서로 대등하거나 미세한 우열 관계에서는 기싸움, 눈치싸움이 치열 할 수밖에 없다. BATNA는 협상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때 자기가 최종적으로 양보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이 BATNA를 미리 정해 놓고 협상에 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협상력에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4. 조급함은 금물=벤처기업이나 초기 창업자들은 자본이 충분하지 않고 연륜이 짧아 Poker Face를 가지기가 힘들다. 자금, 생산/납기, 판매 등의 압박을 받게 되면 중요한 협상에서 조급함이 얼굴에 드러나 협상을 좀 더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데도 상대방에게 나의 약점이 노출되어 기대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 속으로는 초조해도 얼굴에 나타내지 않고 끈기있게 협상하는 배짱이 필요하다.

위와 같은 기본적인 협상 기법 외에도 수많은 기법이 존재하지만 위에 소개한 것이 기본적인 협상 기법이므로 숙지한다면 사업 성공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매주 수요일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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