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하늘 드론을 보면서 느끼는 단상

[엔슬칼럼]  신청 3수만에 치르게 된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막전부터 많은 정치적인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참가해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패럴림픽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회 내내 펼쳐진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은 스포츠의 다이나믹과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출처=gettyimages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대 결실은 CNN, CBS 등 외신이 “5G 기술이 평창을 사상 최대하이테크 올림픽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할 만큼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시범서비스를 비롯하여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을 망라한 ‘하이테크 올림픽’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사실 일게다. 개회식 때 1,218대의 드론을 이용하여 오륜기를 만들어내고, 폐회식 때 300대의 드론으로 평창 밤하늘을 수놓은 수호랑의 실루엣 전경이 그것이다. 세계 각국은 한국의 반도체와 인터넷 기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을 터이지만, 이번처럼 5G 기술의 총체적 결합으로 나타난 ‘CT의 예술성’에 대해서 또 다른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드론 쇼의 콘텐츠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클라우드(군집) 비행 기술은 미국 인텔 것이었다는 것이다.

https://youtu.be/fCd6P7Ya16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드론 경쟁력은 세계 상위권이었다. 지금은 중국이 압도적 1위다.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만큼 뒤처졌다. 규제가 드론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법은 방공과 안전을 이유로 드론의 도심 비행과 야간비행도 금지되어 있었으나, 올림픽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약간의 규제가 풀려 야간이라도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으면 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평창 드론 쇼도 가능해졌지만, 아직까지 허가받는 데 최장 90일이나 걸린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하나 마나 한 규제 완화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규제의 숨통이 어디 드론뿐이겠는가?

중국이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핀테크(fintech)산업이나 원격의료진료, 대기업의 벤처기업 M&A 등에서 규제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금 세계는 거대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IoT, AI 등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요동치고 있다. 얼마 전 2018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돈, 시장, 정책지원으로 무장한 중국이 CES 전시장을 휩쓸었다고 한다. 정부의 강력한 창업지원정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스타트업들은 CES에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이번 CES에서 전체 3분의 1을 차지한 중국업체는 신생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역대 가장 다양한 종류의 산업분야에서 1,300개 업체가 참가하여 놀라운 역량을 과시하였다. 대기업 위주로 참여한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비교될 따름이다. 그야말로 ‘중국 굴기(崛起)’라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드론, 스마트홈, 웨어러블기기 등의 분야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수의 기업들이 부스를 차지했고,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이 모인 전시장에선 거의 중국 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원격진료를 금지하는 규제가 엄격하여 디지털 헬스케어 신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이 기기가 원격의료기기로 분류되면 한국에서는 시장에 내놓을 수조차 없다. 한국기업은 신제품개발에도 온 힘을 쏟아야 되지만 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와도 힘든 싸움을 해야 되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기업들이나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허들(장애물)달리기를 하고 있는 꼴이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란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매년 벤처창업에 2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창업의 열기는 뜨겁지만, 현장에선 여러 규제에 막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출범한 중소벤처부의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창업국가 조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혁신창업생태계로 제2벤처붐에 앞장 서겠다”고 했다. 어느 정부나 창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겠지만, 이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그것은 중국처럼 과감히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서 출발할 것이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자본이다. 몇 푼 안 되는 창업지원지금으로는 어림없다. 엔젤투자나 VC도 있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M&A가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은 자금규모가 적고 대부분 정부 돈으로 분산투자하고 있어 손실 위험으로 과감한 지원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니콘 후보기업들인 「우아한 형제들(기업가치 1조원 추정)」, 「직방」 등은 한국자본이 아닌 해외투자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의 민간 투자생태계와 문화가 여전히 선진국 수준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스타트업들은 VC지원이나 굳이 상장이라는 긴 여정의 어려운 관문을 거치지 않더라도 마케팅 인프라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에 인수될 경우 서로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되면 창업자는 그 돈으로 다시 창업해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창업생태계가 선순환으로 조성된다. 그러면 더 많은 청년들이 창업하게 되고, 투자자금이 몰리고 그사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구글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220개 스타트업을 인수한 걸로 알려졌지만 국내 대기업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M&A하여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이 또한 대기업의 M&A에 대한 여러 규제의 요인이 있었다. 다행히 정부가 작년 말에 혁신기업 M&A에 대기업 등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 개선 및 세제지원 등을 확대 한다고 하니 뒤늦은 감이 있으나 기대해 볼만하다.

잘된 규제 하나가 산업을 흥하게 하고 잘못된 규제 하나가 산업을 망치게 한다.  그러한 나쁜 규제의 단적인 예가 마부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865년 영국에서 시행됐던 적기조례(The locomotive Act 1865; 일명 Red Flag Act)다. 적기조례란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 기관원, 기수 등 3명을 고용하여야 하고 기수는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 55m 앞에서 선도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6.4km로 제한했다. 영국에서 자동차는 발명됐지만 이러한 규제로 자동차산업은 독일에 내주게 되는 오점을 남겼다. 중소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이 새 일자리 2만8000개를 만들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것은 벤처기업 육성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환경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중국처럼 과감히 풀어 준다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에게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별 무대에서 우리기업들이 경쟁에 살아남으려면 규제완화가 답이다. 항상 총론찬성 각론반대에 익숙한 정부 관료들이 움켜쥐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한다면 청와대에 걸려있다는 일자리 상황판을 떼어내도 될 것 같다. 중앙부처 엘리트 공무원들 해외 유학 대신 미국의 실리콘벨리나, 매년 초 개최되는 CES에서 현장 체험하는 것도 한 방법 일수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이웃 중국의 스타트업들의 성장 스피드를 보면 공포감마저 든다. 창업현장에서 한국을 압도하면서 추월하고 있는 중국을 보면 시간이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평창하늘을 수놓은 미국 인텔사의 드론을 보고, 오늘도 어디선가 어렵게 허들경기를 하고 있는 이 땅의 스타트업들의 미래를 위해 발칙한 제안을 해본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매주 수요일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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