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재도전이 자산이 되는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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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창업할 때 가장 큰 벽은 ‘부모의 반대라더라’ 지난해 7월 열린 한독포럼에서 독일 측 연사가 건넨 이야기를 전했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교수는 그보다 더 큰 반대는 “예비 장인 장모의 입장”이라고 답했다고 전한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창업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드러나는 뼈아픈 사례이기도 하다.

실패가 곧 개인의 실패라는 인식 깨야=창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는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과 연관이 깊다. 벤처기업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마크주커버그 같은 창업가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실패에 대한 관용문화 부족과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심화된 상황에 있다. 연대보증 제도와 같이 실패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는 제도. 높은 퇴출장벽과 재기시스템 부족은 혁신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사업시작보다 그만두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업실패 비용이 높다. 폐업 시 평균 부채 8억 1,000만 원, 연대보증 채무 75%, 회사정리비용은 평균 1억 9,000만 원에 달한다. 재도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5개월로 조사된다. 2014년 중소기업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도전에 나서는 창업자는 100명 중 7명에 불과하다. 한 교수는 “이런 요인이 창업은 물론 재도전을 가로막고 나아가 기업가 정신 쇠퇴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잘못된 등식 깨야문화·구조적 경직성 해소 필요=한 교수는 잘못된 등식을 깨야할 때라고 전한다. 그는 “기업실패가 곧 개인의 실패라는 인식, 사업실패가 곧 인생실패라는 시선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문화적으로 창업안전망을 조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한 교수는 실패 비용 감소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이미 실패를 한 후가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실패 조짐이 나타날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폐업 시 사업 종결 비용을 최소화하고 재도전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재기기업인의 채무조정 범위를 확대하는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의 지원 자금이 이전 채무 변제로 이용되는 사례를 방지하는 등 실질적으로 재도전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지원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연대보증제도 민간 금융기관으로의 확대, 채무 부종성 민간금융기관 확대, 생계보호를 위한 파산 시 면제범위 확대, 스타트업 공제제도, 워크아웃 및 프로세스 개선 등이 필요하다. 특히 연대보증 제도는 지금보다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던 만큼 시대상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물론 악용을 방지하는 제도 또한 뒷받침 돼야 한다. 연대보증 면제 참여에 따른 금융기관 리스크 완화 방안과 성실경영 평가제도 개선이 대표적인 예다.

재도약 지원 법적 근거 마련해야=재도전 지원센터, 재기 기업인 부종기관 채무 감면, 재기지원펀드 등 기존에도 재도전 지원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작동되기는 어려웠다. 이를 실행할 법적 근거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관련 제도는 파산법과 은행법 등 타법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다. 한 교수는 보다 강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재도전지원법격이라 할 수 있는 도산법(Insolvency Act)을 예로 들었다. 영국의 경우 2001년 제정한 도산법을 통해 개인 기업에 대한 부실 예방과 관리, 법적정리와 재기지원 방안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조정을 통해 이전 사업의 실패 원인을 반복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장치다.

동시에 재창업자에 대한 낙인을 완화해야 한다. 한 교수는 “신용회복 정보가 신용불량정보와 동일시되는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불량 정보 해제 후에도 신용정보기관에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데 이 정보가 너무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민간 기업의 경우 블랙리스트 삭제가 어려워 더 큰 불편을 야기한다. 한 교수는 “렌트카를 빌릴 때도 업체에 블랙리스트가 공유돼 이용이 어려웠다는 사례도 있었다”며 신용불량 정보 삭제와 공유 제한 정책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실패는 상수다. 아무리 경영환경이 좋아도 매년 30%이상 실패기업이 나타난다” 기업회생과 종결 컨설팅에 대한 지원 강화와 재도전 지원의 사회적 선언도 요구된다. 실패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혁신 창업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업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강화, 공공부문의 차별적 제도 개선, 금융거래 제한 완화 등 민관이 함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아가 상법 제 3편에 제정되어 있는 회사법을 단행법화하고 일반적인 상행위와 창업 기업에 맞는 실정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생태계를 바라보는 패러다임 변화 필요=조영삼 산업연구원 박사는 “기업가형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재도전 지원은 창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지만 빠른 시간 안에 개선이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연대보증 폐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민간 금융기관에서 언제쯤 폐지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기관별 이슈가 맞물려 있고 정책단위로 개선이 이루어진다.

조 박사는 “한 가지씩 정책을 손보고 있지만 비단 정책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관점에서 벤처를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벤처, 창업을 단순히 기술적인 단어가 아니라 ‘경제패러다임 이슈’로 바라보고 기업가적 사회구현이라는 틀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의 창업활성화 이슈가 취업, 경제주체 실현이라는 캠페인적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부족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조 박사는 “창업 지원 정책 등을 통해 창업, 재도전 이슈가 공론화됐지만 창업을 통해 실현되는 사회적 가치가 긍정적이라는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재도전 정책도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조 박사는 또 “경영주체가 기업가적 소양을 갖추는 사회적 시스템, 기업가 정신을 통해 구현하고자하는 사회적 이정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주최한 제 2차 혁신벤처 생태계정기포럼은 ‘실패를 허하라(창업안전망)’을 주제로 마련됐다. 포럼은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지난 해 11월 발표한 ‘혁신 벤처생태계 발전 5개년 계획’의 세부추진과제들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이슈 확산을 위해 진행하는 정기포럼의 일환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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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화 기자
/ lee99@venturesquare.net

스타트업들과 함께 걷고, 뛰고, 부비며 이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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