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기업이 투자받기 전 꼭 알아야 할 것들

1년 전 사업을 시작한 정 씨는 오늘 아침부터 입이 바싹바싹 마릅니다. 오후에 투자자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지금까지는 그동안 모아둔 돈과 주변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지난달 시장에 출시한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이번 투자가 꼭 필요합니다.

저기 투자자가 오시네요. 명함을 주고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투자자가 묻습니다.  “정 대표님은 이번 라운드에서  프리벨류는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라운드? 프리벨류? 여러 번 들어봤는데도 막상 투자자가 물어오니 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의 가치평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기본 용어를 한 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투자 전 기업가치(Pre-money value) : 프리머니, 프리벨류, 혹은 프리라고 불리는 투자 전 기업가치는 말 그대로 투자를 받기 전에 기업이 갖는 기업가치를 의미합니다.
◇ 투자 금액(Investment amount) : 투자자가 기업에 투자한 금액입니다.
◇ 투자 후 기업가치(Post-money value)  : 포스트머니, 포스트벨류, 혹은 포스트라고불리는 투자 후 기업 가치는 투자 전 기업가치에 투자받은 금액을 더한 금액입니다. 프리벨류가 10억인 회사가 2억의 투자를 유치했다면 포스트 벨류는 12억이 되는 거죠.

◇ 주식(Equity) : 에쿼티는 누가 기업의 소유권을 얼마나 가지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보통 주식, 지분을 의미하는 말로 쓰입니다.
◇ 지분 희석(equity dilution) : 특정인(창업자, 투자자, 직원 등)이 보유한 지분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투자를 유치해서 회사의 자본금이 증가하고 전체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주식 보유자의 지분율이낮아지는 현상입니다.

프리 벨류가10억인 회사의 지분을 10% 가지고 있던 주주가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새로운 투자 라운드에서 2억을 투자 받으면 이 회사의 포스트 벨류는12억이 되고, 기업가치가 10억일 때 10%를 가졌던 주주는 새로운 기업가치 12억의 8.3%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거죠. 소유하는 회사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것을 지분이 희석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투자 라운드가 여러 번 진행될수록 초기 투자자의 지분 희석이 커지는데요, 기업가치가 커지면 지분비율은 줄더라도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금액은 더 커지므로 어떻게 하면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겁니다.

◇ 투자 라운드(investment round) : 각 모금 회차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다섯 단계의 자금 조달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창업자 본인과 지인들이 조달하는 프리시드 머니 단계를 거쳐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진척되어 제품의 프로토타입이나 베타서비스를 런칭하는 시드 머니 단계에서 엔젤투자자의 투자를 받습니다.

이후 제품이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이때부터 벤처투자기관의 투자 라운드가 진행되는데요. 첫 번째 라운드를 시리즈 A, 두 번째 라운드를 시리즈 B, 세 번째 라운드를 시리즈 C 투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자를 받는다면 시리즈 D(네 번째 라운드), 시리즈 E(다섯 번째 라운드)….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겠죠?

사실 초기 단계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는 매우 낮게 형성됩니다. 제품이 만들어졌거나 고객이 있다면 기업가치가 조금 더 올라가겠지만,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 자산가치, 수익가치, 상대가치 평가방법은 재무제표의 자산을 평가하거나 미래의 수익을 추정하거나 비교 가능한 기업을 찾아야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적용하기 쉽지 않죠.

다시 투자자의 물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정 대표는 이번 라운드에서 프리벨류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말은 이번 투자를 받기 전에 A기업의 기업가치가 얼마인지 묻는 것입니다.

가치도 낮고, 측정하기도 어려운데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기업가치를 설정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에 따라 기존 주주와 새로운 투자자의 지분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의 투자 전 기업가치가 8억인 경우, 2억을 투자하면 투자자는 A 회사의 지분 20%를 얻게 됩니다. 반면 프리벨류를 48억으로 결정하면, 같은 2억 원을 투자할 때 A 회사의 지분 4%를 얻게 되는 거죠.

◇ 지분율은 기업의 의사결정권과도 직결됩니다. 첫번째 경우 투자자는 지분과 함께 회사의 의결권 20%를 얻게 되고, 투자 전 기업가치가 48억인 경우 4%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거죠. 투자자로선 투자하는 당시 기업 가치가 낮을수록 의사결정권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투자받는 당시 기업가치가 낮으면 같은 금액에 기업의 소유권과 의사결정권을 더 많이 나누어주어야 합니다. 정 대표 입장에서는 투자받는 당시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좋겠죠?

◇ 게다가 기업가치는 한번 정하면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이전 라운드에서 투자 받았던 기업가치에 근거해서 다음 라운드의 투자가 이루어지죠. 그래서 초기 단계인 프리시드, 시드 머니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설정하는 게 더더욱 중요합니다.

◇ 그럼 처음부터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하면 되냐고요? 아닙니다. 기업가치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면 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회사의 주식이 너무 비싸서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률이 너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으로서도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높은 기업가치는 무의미하겠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설정된 기업가치가 적절하다고 동의할 때만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가는 투자자가 받아들이는 선에서 합리적인 기업가치를 제시해야 합니다.

◇ 보통 정 대표처럼 투자를 받기 전이나 자금 모금 계획을 세울 때 꼭 생각해봐야 할 개념이 기업가치, 즉 벨류에이션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업가치는 의사결정권과 소유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동창업자 간의 지분을 나누거나 일찍 합류하는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나누어 주기 전에도 꼭 생각해봐야겠죠?

※ 이 글은 와디즈캐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