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바우처를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시선

출처 GettyImages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청년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예산으로 책정된 건 17조 원. 이 중 하반기에만 지원 사업에 5조 원 가량이 투입된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동력인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청년창업기업에게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100% 감면해주는 지원 정책과 더불어 청년 창업가에게 최대 1억 원 오픈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도 올해 처음 시작한다. 중기부는 1,500개 기업에 기업당 평균 6,35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오픈바우처를 시행하는 사업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기술 혁신 예비창업자에게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사업화 자금 최대 1억 원을 지급해 유망 청년 인재가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사업 공고문을 읽어보면 예비창업자나 초기 스타트업에겐 확실히 매력적인 지원 사업처럼 보인다. 여느 지원 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업 초기 필요한 사항을 자비가 아닌 정부 지원금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다. 여기에 창업 경험이 전무한 사람을 위한 교육까지 제공한다니 예비창업자에겐 좋은 선택처럼 보인다. 또 과거보다 개선된 바우처 지원 방식도 눈에 띈다.

사실 바우처 방식 지원은 그간 창업자가 선호했던 지원 방식은 아니었다. 기관이 지정한 업체에서만 바우처를 쓸 수 있었기 때문. 예를 들면 컨설팅은 기관이 지정한 업체에서만 받아야 하는 식이다. 제공 기관 수준이 어떻든 정해진 곳에서만 받아야 해서 불만이 컸다. 이번 지원 사업에선 이런 제한이 없다. 기술보증기금에 문의해보니 창업기업이 원하는 업체를 선정해 자유롭게 바우처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바우처 집행 항목이나 기준을 살펴보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부담인 인건비나 시제품 제작비, 마케팅 비용 등 제한이나 한도 없이 바우처를 이용해 지원 받을 수 있다고 나온다. 물론 한도 없음에 대한 기준이나 어떤 방식으로 지원금이 제공되는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게 운영 기관의 현재 입장이다. 아직까지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경험 없는 초기 기업에겐 자부담이 없으니 어쨌든 좋은 조건임에 틀림이 없다. 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라면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인데 인건비를 한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야 자격요건 선정규모 운영기관명 관할지점 지원한도
일반 만 39세 이하

(예비)창업자

600명 내외 기술

보증

기금

서울본부 가산, 강남, 구로, 서울(영등포), 서초, 송파, 종로 최대 1억원
경기본부 수원, 성남, 안산, 안양, 원주(강원)
인천본부 부천, 인천
충청본부 대전, 천안, 청주
호남본부 광주, 전주, 제주
대구본부 대구, 대구서
부산본부 김해, 부산, 사상, 울산, 창원

이처럼 오픈바우처 지원 사업은 예비 창업자에겐 꽤나 혜택이 크게 돌아가는 사업 같다. 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으로 본다면 어떨까. 업계에선 단기 성과를 위한 숫자 늘리기 지원 사업이란 얘기도 나온다. 예비 창업자를 지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늘어난 창업 지원 예산을 뿌린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창업만 하면 제약 없이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창업팀 수준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겠지만 검증이 제대로 되기 어렵고 서류 조건만 잘 갖추면 악용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우처 집행 항목 및 기준

항목 집행내역 집행기준
직접

비용

인건비 소속 직원 인건비(대표자 인건비 계상 불가) 한도 없음
시제품제작비 자체 제작이 불가한 경우 외부 전문 업체의뢰비 등
재료비 재료·원료 구입비
지재권취득비 지재권 출원·등록비
마케팅비 홈페이지, 홍보영상, 제품 카탈로그 제작 등
지급수수료 기술이전비,시험·인증비,법인설립비, 운반·보험·보관료, 기자재 임차비 등
기자재구입비 사업화를 위해 필요한 기계, SW 구입 등 사업비의 20% 한도
사무실임차비 창업공간 임대료(BI 등 정부운영 공간은 집행 불가) 사업비의 20% 한도
간접

비용

활동비 출장여비, 소모품 구입비 등 월 50만원 한도
전담멘토비(필수) 바우처 승인, 멘토링, 서비스기업 추천 등 월 50만원 의무 계상

공고문에는 멘토에게 매달 의무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바우처 승인 역시 멘토에게 받는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마치 멘토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만든 지원 사업 같아 보인다”며 “바우처 승인 자격도 운영 기관이 아니라 멘토에게 있다는 것은 기관이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바우처로 지원은 해주겠지만 책임은지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 창업 기업 수만 늘리고 관리는 안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 사업을 여러 번 해본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예비 창업가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창업 교육이 꼭 필요할 수는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멘토 그리고 온오프라인 40시간 교육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사업 자금이 필요한 예비창업자라면 하겠지만 최대 1억 원이라는 지원 금액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아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지원 금액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사업에 지원하면 여러 주요 창업 지원 사업에 중복 지원할 수 없다. 중복 불가한 사업 수가 적지 않다는 게 문제다. 처음에는 자부담이 없다는 말에 혹했다가 조건이 더 좋은 지원 사업에는 지원할 수 없겠다며 지원하지 않겠다는 초기 스타트업도 있었다.

예비창업자와 초기 스타트업의 도전을 응원하는 오픈바우처 지원 사업의 취지는 좋다. 예비창업자만을 위한 사업이 신설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원을 통해  창업 기업 개수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다음 단계까지 성장할 수 있는 질 높은 기업을 키워내는 데 지원 사업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단순히 지원금을 쥐어주기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이 창업이다. 오히려 아무런 경험과 준비 없는 창업 기업에게 자금만 많아지게 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 이곳의 이치라는 것. 숫자를 늘리는데 예산을 사용하기보다는 정말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예산이 활용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오픈바우처에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냉정하게 오픈 바우처가 효과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평균 2만 개 씩 쏟아지는 창업 아이템 중 좋은 것을 발굴하고 창업자에게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최대한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개수를 맞추기 위해 기준에 맞지 않는 기업을 무작정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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