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무엇이 가격을 춤추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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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이 또한번 하락장을 겪고 있다. 폭락하는 가격과는 별개로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금융 전문가도 있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불안 속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잠시 반등하나 싶었던 비트코인도 결국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4차산업혁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가격을 춤추게 하는가.

사람들은 흔히 주식시장을 미인대회에 결부해 말하곤 한다. 미인대회에서 1등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고르면 될까? 아니다, 심사위원이 가장 선호할 것 같은 참가자를 예측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나의 이상형이 아닌 대중의 평균적인 미인상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고 1등을 골라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주식도 마찬가지. 회사의 기술이나 시장 정보를 아무리 잘 분석해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오를 수가 없다. 제각기 이상형이 다르듯이 같은 정보를 보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저서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처음 언급된 이 미인대회 이론은 기존 주식시장의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쓰여 졌지만 오늘날 암호화폐 시장에 더 잘 들어맞아 보인다.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는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되기를 바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암호화폐는 철저하게 투자 상품화됐다.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일확천금의 꿈을 안겨줄 1등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암호화폐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투자에 성공해 빌딩을 세웠다는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는 자기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질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강조된 ‘투자’ 측면이 시장 전체를 병들어가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투자 유치 이후 잠적하는 ICO 숫자는 절반 이상으로 무시못할 수준이며 로드맵대로 개발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기업을 비롯한 기존 기업이 대거 블록체인 시장에 진입한 이후 ICO 투자 규모는 작년 대비 커졌지만 뚜렷한 결과를 보여주는 기업은 아직까지도 보기 드물다. 암호화폐 유행과 더불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거래소 또한 문제점이 많은데 화제성을 보고 뛰어드는 거래소는 설립부터 운영까지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많이 부족할 뿐 아니라 서슴지 않고 ‘먹튀’를 저지르기도 한다.

작년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지금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암호화폐와 주식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암호화폐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따라 가치가 변동할 뿐이지 회사에 대한 그 어떤 권리도 보장 받을 수 없다. 정상적인 백서(사업계획서)에는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암시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토큰 이코노미(암호화폐로 이루어진 자체 경제 생태계)인데 여기서 주식과의 차이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간단한 예로 필자가 만든 AD token(가상의 광고 코인)의 토큰 이코노미를 살펴보자(실제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들어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래 그림은 암호화폐의 사용성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라는 것을 염두 해두자).

AD 토큰의 취지는 그동안 갈취 당해왔던 유저에게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주고자 함이다. 광고는 유저가 보지만 돈은 오롯이 퍼블리셔 혹은 플랫폼의 주인이 가져간다. 그래서 AD 토큰을 발행해 광고에 노출되는 유저들에게 AD 토큰을 지급해주는 모델을 만들었다. 광고주는 오직 AD 토큰만을 사용해 광고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AD 토큰을 구매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AD 토큰을 채택하는 퍼블리셔가 많아질수록 AD 토큰의 수요와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유저는 받은 AD 토큰을 거래소에서 현금화하게 되며 사이클이 완성된다. 모든 상품이 그렇듯이 많은 사람들이 AD 토큰을 사자고 하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팔자고 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암호화폐를 사는 동기에 있다. 사람들은 지금 광고를 등록하기 위해서 즉 사용하기 위해서 AD 토큰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미래에 AD 토큰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하고 암호화폐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1등이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1등을 찾으려는 투자자들이 결국 널뛰는 암호화폐 가격을 만든 주범이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다르다.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한 매개체로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고 또 그렇게 활성화돼야지만 가치와 의미가 생겨난다.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이름을 알리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사용자가 없는 암호화폐는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고, 실제로도 많이 사라져 왔다.

본래 ICO는 초기 유저 확보에 용이 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실체를 파악해보니 초기 유저는 모두 투자자에 불과했다. 다행히도 최근 많은 선구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파악하고 투자자가 아닌 실제 유저에 더욱 집중을 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는 “일반 사용자를 서비스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가치가 증명된다”고 설명하면서 유저들에게 가치를 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록체인의 미래, 암호화폐의 미래는 당장 오늘 내일의 가격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조금 더 성숙해지고 ‘사용성’이 확대될 때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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