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성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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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칼럼]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성공하고, 실패하는 스타트업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다.”

톨스토이의 대표작품인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자원과 시간의 활주로가 끝나기 전에,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처한 상황이나 시장, 타겟 고객,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공통된 공식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실패하는 스타트업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처=gettyimages

스타트업 창업자가 피칭을 하고 투자자나 멘토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기존 대기업이 이 분야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이 질문의 요지는 스타트업보다 월등히 많은 자원과 풍부한 인력 그리고 이미 기존 고객군과 오랜 업력을 가진 경쟁자에 대항하여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우위 요소 즉 경제적 해자가 있느냐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은 바로 빠른 성장에 있다.

여기서 성장이란 스타트업의 발전 단계에 따라 다양한 성장 지표, 즉 방문객 수, 이탈률, 다운로드 수, 월평균 이용자 수, 일평균 이용자 수, 평균 사용 및 체류시간, 재방문율, 재구매율, 유료 고객수, 고객당 평균 매출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성장 지표들이 처음에는 서서히 하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어느 시점 특히 제품-시장 적합성이 검증된 이후 지수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하키 스틱 모양의 성장세를 달성하는 스타트업만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고 성장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장이야말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필요조건이라고 하겠다. 그럼 스타트업에게 성장이 갖는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성적표다=주변에서 자신의 믿음에 너무 오래 집착하다가 자원과 시간의 활주로 끝에 다다르는 스타트업의 안타까운 사정을 종종 접하게 된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가설, 아니 많은 가설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문제가 고객에게 의미 있는 문제다”에서부터 “우리가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이 원하는 것이고 돈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 나아가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다”까지 여러 가설 중 그 하나라도 성립하지 않으면, 스타트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 있어서 이러한 가설은 고객 설문조사나 인터뷰만으로 검증할 수 없고, MVP를 통해 고객의 행동과 시장의 성과로 하나씩 검증되어야 한다. 시장과 고객의 반응으로부터 생성되는 성장 지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향상한다는 것은 스타트업의 제품이 고객의 중요한 니즈와 문제를 해결한다는 가장 객관적인 증거다. 따라서, 스타트업에게 성장이란 사업의 핵심 가설을 확증하는 성적표이고 원래 계획한 길을 계속 갈 수 있다는 청신호인 셈이다.

만약 스타트업이 기대한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면, 창업자나 경영진은 이것을 애초에 세운 가설이 틀렸을 수 있다는 조기 경보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부진한 성장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어느 가설이 문제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스타트업에게는 패기와 끈기 못지않게, 부정적인 성장 지표를 통해 시장과 고객이 보내는 메시지를 주의 깊게 살펴서 대안 가설을 도출하고 필요하다면 현명하게 피봇을 준비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도 중요한 덕목이다.

2.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실험장이다=한 스타트업의 발전 단계는 크게 제품-시장 적합성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제품-시장 적합성은 스타트업의 제품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면서 충분한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시장을 찾았음을 의미한다. 제품-시장 적합성 이후의 스타트업의 당면 과제는 해당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반면, 제품-시장 적합성 이전의 스타트업은 ‘Build-Measure-Learn’ 루프에 따른 다양한 실험으로 제품과 고객 및 시장에 대한 가설을 검증해서 제품-시장 적합성에 도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 과정에서 A/B 테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해서 설계하고 실행한다. 그런데, 기존 사업자들과 달리 연구개발과 실험을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할 자원의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에게는 현재와 미래의 고객이 유일하게 접근 가능한 실험 대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험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규모와 다양성이 제한적일 경우 실험으로부터 얻는 인사이트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품-시장 적합성 검증에 필요한 실험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새로운 고객 코호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하고, 이는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함을 뜻한다. 성장 없이는 실험할 수 없는 스타트업에게 성장이야말로 유일무이한 실험장인 셈이다.

참고로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성급하게 고객 확장을 시도하는 경우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큰데, 최근 미국의 MoviePass가 좋은 사례이다. 고객 성장이 지지부진하자 MoviePasss는 1년 전 전국 영화관에서 무제한으로 개봉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의 월 구독료를 $10로 낮추었다. 그 결과, 고객 수는 대폭 증가하였지만 한 달에 10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헤비유저로 인한 누적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월 3회로 관람 회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변경하였다. 그 사이 모회사 Helios & Matheson Analytics의 주가는 한때  주당 $9,000을 넘었다가 최근에는 3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3.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경쟁력이다=제품-시장 적합성을 확보한 스타트업의 최우선 과제는 해당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 즉 scaling-up이다. 스타트업이 제품-시장 적합성을 확보했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객이 유입되면서 재방문/재구매율을 포함한 성장 지표 상에서 급격한 상승을 시현하기 시작하는 것인데, 이 단계에서 고객수의 급격한 증가보다 더 중요한 점은 고객 니즈에 대한 이해와 고객 행동에 대한 인사이트를 극대화하는 노력이다.

증가하는 고객 유입에 안주하지 않고, ‘빠른 성장 -> 다양한 실험 -> 고객에 대한 러닝 -> 고객 니즈 충족 -> 고객 만족 -> 더 빠른 성장 -> 더 정교한 실험 ->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 -> 고객 감동 -> 고객 충성도 -> 성장 가속화’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은 독보적인 고객 인사이트와 고객과의 돈독한 정서적 유대라는 두 가지의 강력한 무기를 얻는다. 반대로 미처 준비가 안되었거나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은 증가하는 고객의 무게에 눌려 스스로 주저앉고 만다.

많은 고객과의 반복적이고 심도 있는 교류의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고객 인사이트와 정서적 유대는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경쟁 우위 요소일 뿐 아니라 어떤 신규 경쟁자가 진입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스타트업은 우선 성장을 해야 경쟁력의 원천을 제공하는 선순환 고리를 시동할 수 있고, 그다음으로 성장이 주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선순환 고리를 완성할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바로 경쟁력이다.

4.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생존이다=기존 사업자 대비 보유한 자원이 매우 제한적인 스타트업은 성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엄한 현실을 늘 직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스타트업이 성공으로 가는 길은 많은 실험을 통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이 되는 가설을 검증하여 제품-시장 적합성을 확보하고 더 많은 실험을 통해 얻는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와 정서적 유대가 주는 경쟁 우위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임을 살펴보았다.

이는 스타트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가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고, 필수 불가결한 실험을 실행하지 못하고, 경쟁력의 원천을 제공하는 선순환 고리를 완성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원과 시간의 활주로가 끝나기 전에, 제품 개발과 고객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성장이라는 잣대는 엄한 선생님처럼 때로는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길고 험한 여정을 위한 더없이 좋은 길라잡이다. 스타트업에게 성장은 생존 그 자체이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 은퇴 임직원들이 설립한 비영리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사업화와 시드투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법인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하여 중기부 등록 액셀러레이터, 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엔슬멘토단의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은 벤처스퀘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About Author

강영재 코이스라시드파트너스 공동대표
/ yjkang@koisraseedpartners.com

한국개발연구원, 맥킨지 및 하이트진로그룹 등에서 경제학자, 경영 컨설턴트 및 경영자로서 경제와 경영 이슈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현장의 문제해결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Koisra Seed Partners 공동대표로서 국내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및 멘토링과 함께 고객 경험 서비스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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