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특허 비용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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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특허출원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다. 1인당(기업당) 특허출원 건수도 많을 뿐 아니라, 특허청의 심사관 1인당 심사건수도 많은 편이다. 출원을 많이 하는 국가인 만큼 출원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기업이 특허 예산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즘은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특허출원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준다. 심사를 거치기는 하지만 선정되면 출원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상당수의 기업이 출원비용 지원사업을 이용하고 있다. 선정 요령이 좋은 기업은 지원을 매번 받아 스타트업인데도 불구하고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은 수십 건의 특허출원을 진행 중인 경우도 있다.

출원비용은 시작이다”=여기서 쉽게 간과되는 점이 있다. 특허에 소요되는 비용은 출원 비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원은 특허 등록을 요청하는 신청서인데 명세서라는 기술설명서와 특허청구범위 작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변리사의 작업이 필요하고 출원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출원비용은 품질이 걱정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길고 고단한 후속 작업이 남아있고, 특허출원을 했다는 것은 단지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특허등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절이유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출원된 특허는 바로 등록되는가? 아니다. 대부분 특허출원에 대해 특허청은 의견제출통지서라는 거절이유가 기재된 통지서(실무적으로, OA(Office Action)라고 부름)를 발행한다. 특허를 등록받으려면 의견제출통지서의 거절이유를 반박하거나 청구범위를 보정하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거절이유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이 출원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많이 드는 경우가 많다. 비용이 들더라도 심사관과 줄다리기를 통해 좋은 권리범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원인은, 거절이유 대응을 특허출원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는 출원인이 많다. 적절한 권리범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출원만큼 거절이유 대응이 중요하고 출원인은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거절이유 대응은 여러 번에 걸쳐 발생할 수도 있다. 기술의 중요도에 따라 재심사 청구, 거절결정불복심판 청구, 특허법원 항고, 대법원 상고 등의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각 대응단계마다 비용이 발생하고 한 단계 한 단계 난이도가 높아질 때마다 비용도 더 비싸진다.

권리를 등록하고 유효하게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특허권은 등록해야 권리로 비로소 인정받는다. 심사를 통과하면 등록료를 납부해야 한다. 출원인은 특허 등록의 기쁨에 등록료를 선뜻 납부한다. 이제 끝일까? 역시 아니다. 처음에 납부하는 등록료는 보통 특허가 3살까지 살 수 있는 비용이다. 4살이 되려면 다시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 납부하지 않으면 특허권은 소멸하고 독점권은 사라진다. 특허권은 등록일로부터 유효하게 존속하고 출원일로부터 20년이 되는 날 만료한다. 단 특허료(연차료)를 계속 납부하는 경우에만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수명이 줄어드는 것도 서러운데 특허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납부해야 하는 특허료(연차료)는 점점 비싸진다.

국내특허는 해외특허에 비하면 껌값이다”=한국출원의 우선권을 인정받아 해외출원을 할 수 있는 기한은 1년이다. 해외출원은 PCT국제출원 후 개별국 진입 또는 직접 개별국 출원을 통해 이뤄지는데 출원인의 해외 진출 계획을 고려해서, 중요한 특허의 경우,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국에 출원이 진행된다. 1건의 국내출원이 4건의 이상의 자식을 낳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계를 패밀리(Family) 특허라고 부른다. 그런데, 내가 쓰는 돈보다 해외 유학 보낸 자식이 쓰는 돈이 훨씬 더 많다. 해외에서 케어를 받아야 하므로 현지 로펌을 선임해야 하고, 시간당 비용으로 청구되는 현지 변리사, 사무보조원들의 인보이스들을 꼬박꼬박 처리해야 한다. 한국과 동일하게 거절이유 대응, 권리유지비용이 발생한다. 더구나 한국보다 훨씬 더 비싸기까지 하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을 기준으로 국가당 등록까지 1,000∼2,000만원 안팎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심사가 반복되거나 상급심으로 넘어가면 추가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추가 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4개국 진입시 등록까지 기본적으로 4,000∼8,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소요된다. 20년간 납부해야 하는 특허료(연차료)는 별도다.

너무 겁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싶은 생각으로 무턱대고 해외출원을 하는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많다. 그 결과는 대부분 중도 포기다. 출원만 해놓고 비용부담 때문에 등록까지 이르지 못하는 특허출원이 태반이다. 유학은 많이 보내지만 정작 졸업하는 학생은 별로 없는 꼴이다. 현지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의 뒷처리를 담당해야 하는 변리사도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스타트업에게 국내 및 해외 특허의 전 과정을 경험하는 데는 최소 3∼5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에게는 너무 오랜 시간이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이라도 다음의 몇 가지만 주의하면 특허 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1. 출원부터 등록까지 전체 과정의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국내출원만 할 것인지, 해외출원까지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기술의 중요도에 따라 예산도 보호 국가도 달라져야 한다. 출원비용이 얼마나 들지, 등록까지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지 따져봐야 한다. 잘 모르겠다면, 등록시까지 통상적인 절차로 진행될 경우 개략적인 비용 범위를 변리사에게 문의해보면 된다 (그렇다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의 견적서를 달라는 억지 요청은 자제하자).

2. 비용지원 사업도 신중하게 신청해야 한다=특허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무턱대고 신청하고 출원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비용 지원사업은 대부분 “출원시”까지의 비용을 지원해 준다. 왜냐하면 대부분 지원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정량지표가 출원 건수이기 때문이다. 출원 이후 드는 비용이 더 많을 수 있다. 비용지원을 받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기술을 해외 출원했다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출원 이후 비용은 모두 출원인 본인 부담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다.

3. 첫 특허서류(명세서=기술설명서+특허청구범위)를 잘 작성해야 한다=특허출원 서류 1건이 기초가 되어 출원인은 국내 및 해외특허를 출원한다. 이후 발행되는 거절이유에 대응하고 특허등록을 통해 길게는 20년 가까이 특허료를 지불하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친다면 출원인은 수 억원씩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특허 서류 1건을 권리화하고 유지하기 위해 수 억원의 비용이 쓰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첫 특허서류 작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허 명세서 및 권리범위가 잘못 작성되거나 부실하게 작성되면 특허등록을 받지 못하거나 등록되더라도 부실한 권리범위로 인해 수억 원 비용이 낭비될 수 있는 일이다. 수백만 원 국내 특허출원 비용이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이후 투입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국내 특허출원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는 편이 전체 비용을 아끼고 좋은 특허를 얻는 지름길이다.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이미 지어진 집의 바닥기초를 다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4. 지속적인 클린징이 필요하다=20년 간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는 필요 없는 특허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사업의 전략과 방향은 계속 바뀐다. 사업 초기에는 중요했지만, 5년 뒤 10년 뒤에는 필요 없는 기술이 있을 수도 있다. 투입할 수 있는 특허 예산의 범위를 초과하여 비용이 발생한다면, 중요도를 구분하여 재검토하고 중요성이 낮은 특허의 순서대로 포기할 필요가 있다. 특허 건수를 유지하고 싶다면, 특허 자체는 살려두되 특허 청구항을 일부 포기하여 납부하는 특허료(하나의 특허라도 청구항 수가 많을수록 특허료가 높아진다.)를 절감하는 방법도 있다. 쉽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 특허를 양도하거나 라이센싱 등을 통해 수익화하는 방법으로 비용 일부를 상쇄할 수도 있다.

특허는 기술기반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초기보다 오히려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안착하여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할 때 미리 구축해 놓은 특허들이 제몫을 해낸다. 그러나 비용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특허 비용을 얼마나 쓸지, 어디에 쓸지 정도의 감각은 대표자가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임을 명심하자.

About Author

조욱제 특허법인 MAPS 변리사
/ wjcho@mapsip.com

특허법인 MAPS의 공동대표 변리사로 스타트업의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해주는 인벤트업(InventU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팅 및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파트너로 엔슬파트너스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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