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단 조절기 ‘맛없는 저염식은 가라’

숙원사업이 된 다이어트. 단순히 체중감량을 위해 시도하는 건 아니었다. 매번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목적은 불균형한 식습관을 바로잡고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한 것. 바야흐로 돌아온 다이어트의 계절, 이번에는 혹시..라는 기대를 품지만 역시나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식단. 세상에 맛있는 건 많고 식단조절을 할 때는 세상 모든 것이 맛있어 보인다. 폭발하는 침샘을 억누르는 건 고도의 정신력을 요하는 일. 닥터키친 식단 조절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다. 조금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갖기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 진행됐다.

당질은 낮추고 선택권은 넓히고= 닥터키친이 보유하고 있는 식단은 약 420여가지. 당뇨환자와 암, 신장 환자를 위한 건강식으로 구성돼있다. 당뇨식은 일반 당뇨와 임신성 당뇨 식단 중 고를 수 있다. 조절 강도에 따라 주 4일에서 7일로 선택가능하다. 밥은 검은콩과 귀리밥 중 고를 수 있는데 귀리밥의 경우 당질이 낮은 귀리와 현미, 보리쌀, 곤약 등으로 만들어졌다. 밑반찬은 옵션이다. 메인메뉴와 밥 이외에 밑반찬을 선택하면 설탕과 물엿, 소금 등을 사용하지 않은 저탄수, 저염 밑반찬 4종이 배송된다.

이 중 고른 것은 일반 당뇨식이다. 당뇨식은 탄수화물 중에서도 당질을 줄인 저염식으로 알려져 있다. 단시간에 혈당을 높이고 이로 인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식단이다. 당뇨환자를 위한 식단이지만 다이어트 식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공복감의 원인은 빠르게 올라간 혈당이 다시 빠른 속도로 낮아지기 생기기 때문인데 당뇨식단은 당질이 낮은 식단으로 구성돼 있어 급격한 혈당증가를 방지한다.

식단을 찬찬히 살펴보니 범상치 않은 메뉴가 눈에 띈다. 주로 밥과 어울리는 메인메뉴, 국수, 짜장면, 삼계탕 등 일반식처럼 보이는 것들로 이뤄져있다. 건강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알던 그 맛을 싱겁고 맛없게 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잡았다.

◇ 저염식에 대한 흔한 편견, 깰 수 있을까=“저염식이면 싱거운거 아니야? 맛없어” 저염식단을 먹는다고 하자 돌아온 반응이었다.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장담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삼시세끼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이자 수입의 일부을 차지하는 주요인,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기쁨이 먹는 즐거움 아니었던가. 그토록 중요한 것이 먹고사는 일이라는 걸 저염식 건강식단과 마주했을 때 새삼 깨달았다. 삶의 일부분이 금기에 얽매인다는 사실에 영 마뜩찮아졌다.
물건이 도착한 건 새벽시간. 출근 시간 전 수령할 수 있어 보관에 대한 우려는 덜 수 있다. 상자를 열자 메인메뉴와 밥, 레시피카드와 밑반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식단은 아이스팩에 포장돼 있었다. 각각의 메뉴는 비닐팩으로 개별포장되어 있다. 겉봉에는 제조일자와 원재료, 함량 등 식품 정보가 담겨있다.
 배송된 메뉴는 닭가슴살 깻잎볶음과 황태고추장 구이, 돈지루였다. 조식용 식단이지만 점심이나 저녁 식사용으로도 손색없는 메뉴다.  각각의 것들은 야채와 양념장, 육류가 따로 포장된 채 배달된다. 겉으로 펼쳐보면 꽤 간소해 보인다. 메뉴별 구성 재료가 3팩을 넘기지 않는다.

◇새벽배송, 간단한 조리절차, 문제는 ‘맛’=레시피 카드에는 요리 소개와 조리 순서, 구성, 보관방법, 영양소, 곱빼기 만들기 팁이 담겨있다. 메뉴별로 주의해야 할 영양소와 권장영양소 함량이 기재돼 있다. 닭가슴살 깻잎볶음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영양소별 1일 섭취량 기준 당질 56%, 칼로리 8%, 포화지방, 54%, 나트륨 70%씩 각각 적은걸로 나타나있다. 권장 영양소인 식이섬유와 68% 불포화지방은 235% 높게 함유됐다. 눈에 띄는 건 곱빼기 만들기 팁. 다같이 먹는 식사자리에서 함께 즐기지 못하는 설움을 날려버릴 수 있는 장치다. 더불어 곱빼기 만들기는 자체적인 혈당테스트 후 제공되고 있어 재료가 추가돼도 영양 밸런스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요리를 못하는 곰손이라도 상관없다. 레시피 카드에 적힌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더구나 각각의 메뉴는 반조리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 따로 재료를 다듬을 필요는 없었다. 적혀있는대로 야채를 씻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기만 하면 대부분 5분 이내에 완성된다. 다른 메뉴도 마찬가지다.  조리 단계는 최대 4단계로 구성됐다.

◇”맛잇어도 괜찮아” 저염식의 반란=드디어 완성된 음식. 겉으로 보면 반조리 음식이나 식단 조절식으로 볼 여지는 없다. 있을 건 다 있는 구성이되 야채나 고기가 부실해보이지도 않는다. 조리 시 냄새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첫째도 맛, 둘째도 맛, 셋째도 맛이었다. ‘분명히 싱겁겠지’ 첫번째 식사 메뉴였던 닭가슴살 깻잎볶음을 입에 넣는 순간 다시 한 번 레시피 카드를 살폈다. 그냥 먹으면 전혀 저염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간이 맞았다. 평소에 먹던 퍽퍽한 닭가슴살도 아니었다.  채소와 양념, 닭가슴살이 어우러져 감칠맛과 풍미를 더하고 있었다.

맛의 비결은 셰프의 킥. 닥터키친 측은 “모든 식단은 구성에는 특급호텔 셰프가 참여했다”며 “각 메뉴는 셰프의 조리법이 반영돼 있어 재료와 재료의 배합을 통해 감칠맛을 극대화하고 소금 대신 식초를 넣는 방식으로 간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만 봐도 싱겁지 않은 식단, 정말 혈당에 대한 걱정없이 먹을 수 있는걸까, 닥터키친 측은 “식단으로 인한 혈당 증감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국내  7곳의 대학병원과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일간 진행된 식단 체험. 아침 3끼에 드라마틱한 체중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세끼 중 한 끼는 맛과 칼로리를 생각하지 않고 즐겼으니 나머지 두 끼는 조금 더 조절할 수 있다는 타협점이 생겼다. 몸을 해치지 않고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은 건 큰 수확이다.

반조리 식품으로 배송돼 편하기도 하다. 신선식품을 사서 먹지도 못하고 반도 넘게 버리는 일 없이 꺼내서 먹기만 하면 된다. 식단 체험을 하면서 누군가 했던 말이 가장 많이 떠오르기도 했다. “네 몸은 썩지 않을거야” 과도한 가공식품 섭취로 방부제가 쌓여 땅에 묻혀도 부패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체중감량을 떠나 건강한 식단으로 지속가능한 식단관리를 꿈꾸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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