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문화 보전 앞장선다”

“물과 관련된 모든 것이 재밌다.”숨비의 이한영 대표가 제주로 내려간 이유다. 스킨스쿠버 강사 출신인 이 대표는 공기통 없이 하는 스킨스쿠버에 대한 궁금증을 해녀라면 알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제주의 해녀학교를 찾았다. 해남이 되기로 한 것.  숨참는 법을 배우려고 제주에 내려왔다  해남이 되고 강인한 해녀의 정신에 매료돼 이들의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이 대표는 “막상 해녀 학교에 다니며 이들의 삶을 지켜보니 고령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해녀 문화와 해녀 공동체를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 제주해녀문화보존회를 설립한 이유도 해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사람들이 해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보존하고자 함이다.

숨비는 2012년 현직 해녀들과 함께 진행한 전통해녀물질공연을 시작으로 해녀가 직접 채취한 톳을 가공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일까지 해녀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활동들로부터 나오는 수익은 해녀들에게 돌아가도록 해 해녀들이 생계 걱정 없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해녀가 스타 선수라면 숨비는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서포터즈인셈. 2016년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금액으로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데도 성공했다. 이 대표는”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제주해녀문화보존회를 설립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해녀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할머니에 이어 해녀가 되고자 하는 손녀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미국, 프랑스 방송국에서도 제주의 해녀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으며 숨비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제주 해녀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숨비의 해녀 관련 사업 중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전통해녀물질공연으로 시작된 수중공연이다. 숨비 매출의 대부분도 여기서 나온다. 이 대표는 “해녀 문화를 알리겠다고 직접 사람들을 물속에 들어가라고 할 수 없으니 해녀들이 실제 물속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공연을 처음 만들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해녀 수중공연은 제주도를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 경기, 부천, 여수 등 전국 도시의 아쿠아리움에서 상영되고 있다. 해녀를 소재로 진행된 수중 공연이 점차 인기를 얻게 되면서 숨비는 현재 처음 공연 수익의 30~40배에 달하는 매출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숨비는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는 아쿠아리움이 전시 박물관의 용도가 강하고 국내는 테마파크 성격이 강하다”며”이 때문에 해외는 아쿠아리움에서 진행되는 수중공연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어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콘텐츠 자체를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진출을 가장 먼저 시도 했으나 사드 문제로 인해 현재는 진출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숨비는 현재 수중 공연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수중 공연에 홀로그램을 접목한 새로운 공연을 시도하고 있다. 수중 공연에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것은 숨비가 처음 시도한 장르로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홀로그램의 장점은 실제 있는 것과 교차될 때 효과가 증폭된다”며”고대어 형상을 한 로봇 물고기를 직접 제작해 수중공연에 활용함으로서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비는 해녀와 관련된 활동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와 산학협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대표적. 제주의 청정지역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해녀문화보존을 위해 뛰는 숨비가 이와 관련성이 적은 IT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는 것.

이 대표는 “숨비는 어떤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라며”사업은 생존의 문제이고 생존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사업을 벌리는 것은 일단은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계획대로 하려면 힘이 든다”며”스타트업은 유연성이 필요한데 대기업처럼 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면 계획을 짜는 게 아니라 시장에 나가 직접 팔아 보고 시장의 반응을 보는 것이 숨비의 생존방식이자 계획이라는 것. 이 대표는 “앞으로도 해녀 문화를 보존하는 일에 주력하는 한편 수중공연의 해외 진출 그리고 다양한 도전을 통해 사업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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