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이 판매된다? 나쁜기억지우개 논란

‘나쁜기억지우개-나의 익명 친구’는 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고민상담 앱이다. 이용자가 익명으로 고민을 남기면 피드백이 오가고 해당 내용은 24시간 이후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당 앱으 가족과 친구에게도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으로 인기를 얻었다. 2016년 앱 런칭 이후 사용자는 매 월 5만 명,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다운로드 5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나쁜 기억 지우개 앱이 도마위에 오른 건 고민 상담 내용 중 일부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데이터 오픈마켓 데이터스토어에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라는 상품으로 올라오면서다. 판매되는 데이터는 2018년 10월부터 수집한 고민 상담 데이터로 청소년 나이, 성별, 위치별 고민 내용, 날짜를 포함하고 있었다.
민감한 개인정보는 제외하고 제공한다는 설명도 덧붙여 있었지만 일부 이용자는 동요했다. 앱 이용자는 “24시간 이후 지워진다는 점을 믿고 고민을 털어놨지만 데이터로 판매되고 있었다”며 배신감을 표했다. 나쁜기억 지우개 다운로드 페이지에도 ‘위치정보와 고민 내용이 공개 돼 걱정스럽다’ ‘지금까지의 명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라는 식의 이용자들의 우려가 담긴 글이 올라왔다.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즉시 페이지에 댓글로 입장을 밝혔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5일 고민 나눔 글 데이터 판매 이슈 해명과 사과 영상을 내놨다. 운영자는 “국가 지원 사업과 투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던 중 2018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 바우처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기관이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도록 작년 8월 마련된 사업이다. 나쁜기억지우개 측 또한 이 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연구나 통계 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나쁜기억지우개 유튜브 사과영상 갈무리
운영자는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식별이 불가능, 통계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용자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실망감을 안겨 사죄한다”고 답했다. 데이터 판매 시도는 2018년 10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스토어에 올라온 1건이 전부며 아직 단 한 건도 판매하지 않은 상태다. 나쁜기억지우개 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5일 해당 판매 글을 내렸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먼저 운영자 측은 우려하는 개인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못박았다. 나쁜기억지우개는 가입 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이용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성인의 경우 인증을 요구하지만 인증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애초부터 인증과 저장과는 관련없다는 입장이다.
위치 정보 또한 2018년 10월 약관에 동의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자살 등 특정 키워드의 글을 썼을 때만 위치를 파악해 가까운 청소년 상담센터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유출 주소라고 떠도는 정보는 가짜정보라고 선을 그었다.
고민글 24시간 삭제 원칙에 대해서도 답했다. 운영자는 고민글을 적은 후 24시간이 지나면 다른 이용자는 볼 수 없도록 삭제되는 것은 맞지만 백업 서버를 통해 6개월 가량 보관된다고 밝혔다. 지워진 악성글 제제와 계정 관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나쁜기억지우개는 문제가 불거진 5일 데이터 판매 글을 삭제하고 추후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는 유저 데이터 또한 개인 정보 수준으로 신중하게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별도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을 계기로 극한의 익명성을 가진 고민 나눔 메신저로 거듭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운영자가 고민을 팔아버린 것 같아서 고민이 어디로 갈지 몰라 고민’이라는 글과 ‘개인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신뢰가 무너졌다. 다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나쁜기억지우개 사례 뿐 아니라 개인정보 활용을 둘러싼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데이터가 신성장 동력으로 대두되면서 개인정보 데이터도 규제와 보호에서 벗어나 안전한 활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 활용을 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모든 데이터를 쓰지 못하게 막는다면 무료앱 수도 줄어들 것”이라며 “막는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고 전했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반감으로 활용 자체를 막는다면 결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 “그렇다 할지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고민거리, 내밀한 약점이 수집, 활용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타격이었을 것”이라며 “비식별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타인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 원할 때 삭제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식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으로 봤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해당 사례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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