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ES에서 진짜 아쉬웠던 점

1월 29∼31일까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한국 전자IT산업융합전시회는 사실 시작 전부터 입방아에 올랐다. ‘한국판 CES’라고 불리면서 정부 주도로 열렸다는 말이 나와 애초부터 졸속행사라는 타이틀을 안고 열린 것. 보도에선 행사 며칠 전 통보하듯 기업을 모았고 기업도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이번 행사에 대해 정부 주도로 진행된 게 아니라 기업과 업계 요청으로 시작된 행사이며 비용도 주관기관이 지원했다고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논란 여부를 떠나 이번 행사는 일반 관람객 입장에선 CES에 참여한 국내 기업의 출품작을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하나는 기대할 만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랩스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비롯한 35개사가 참가했다.

최신 기술 보는 것만으로 만족”=이번 행사는 무료로 진행됐다. 첨단 기술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만 본다면 사실 일반 관람객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었다. CES에 가지 못했지만 최신 기술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궁금증을 해소해준 행사인 셈이다.

실제로 전시장에선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관에는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해보려는 관람객이 붐볐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면을 둥글게 말았다 펼치는 LG전자의 롤러블TV. 이 제품 앞에는 화면이 커튼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장면을 담으려는 인파로 붐볐다. 또 화면을 레고 블록처럼 연결해 크기를 무한대로 조절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TV 더월은 선명함을 앞세워 시선을 붙잡았다. 실제 CES 기간 중에도 화제를 모았던 이들 제품 앞에선 곳곳에서 “신기하다”는 감탄사가 터졌다.

그 뿐 아니라 올해 CES에 첫 참가한 네이버랩스도 부스를 마련했다. 이곳에선 무거운 짐을 가볍게 옮길 수 있는 에어카트를 체험하려는 관람객이 줄을 서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단순히 최신 기술이나 제품을 체험해보고 CES에서 인기를 끌었던 국내 제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객은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젊은 관람객 사이로 50∼60대 부부 관람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가전 제품을 보러오듯 방문한 이들은 스마트홈을 체험하면서 사용방법이나 가격을 자세히 묻기도 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맥주 홈부르잉 제품이나 세탁이 필요 없는 의류 관리기 등 가전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 모은 대기업 부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타트업 부스는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곳이 많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육성한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삼성씨랩 부스가 가장 볼만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인에게 생소한 스타트업 제품이 이번 행사를 통해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선 스타트업 참여 역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목표 결여는 아쉬움=이번 행사는 한국판 CES라기보다는 최신 기술 제품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IT 전시회였다. 관람객 입장에선 사실 이번 행사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자잘하지만 준비가 안됐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전시회에선 으레 하나쯤 보일만한 팸플릿 하나 찾기가 쉽지 않았고 네이버랩스 로봇 정도 빼곤 시연이 없다 보니 동적인 느낌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이라면 관람 대상이 일반인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해외 바이어를 만날 기회나 이를 통한 사업 확장을 위한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자리는 사실 아니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무리한 비용을 들여서 참가했다면 손해만 남는 행사였을 터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취지가 좋았더라도 한번 사용하고 말 것 같은 행사명을 만들어 한국판 CES라는 타이틀을 내건 행사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자문해봐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일반인을 위한 행사였다면 이보다는 더 큰 규모와 많은 관람객을 끌어 흥행을 하든지 지금처럼 규모가 작았다면 차라리 바이어나 정부기관, 지자체 등의 사업화 연계 등으로 이어질 수 있게 기획을 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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