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 공간 혁신 모델로 거듭나려면…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코워킹스페이스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2015년 초 2개에 불과하던 국내 코워킹스페이스는 2018년 초 51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추이를 봐도 8,900여 개에서 1만 8,900여 개로 성장한 추세와 견줘 뒤처지지 않는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소규모 사업장이나 개인을 겨냥한 기존 임대형 소형 사무공간인 소호 사무실 혹은 비즈니스센터와 비교해 몇 가지 차이가 있다. 공간 활용 측면에선 공용 공간인 라운지와 열린 업무 공간인 핫데스크를 제공한다. 이런 공유공간을 활용해 기존 사무실보다 입주자 1인 평균 이용 면적을 2∼3배 넓힐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코워킹스페이스에선 입주사끼리 교류를 하고 비즈니스 협업, 나아가 지역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1위 브랜드인 위워크를 비롯해 코워킹스페이스 대다수는 모두 이 같은 무형 요인을 경쟁력으로 강조하며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이유로 입주사가 참여하는 밋업이나 네트워킹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식사 제공이나 영화 관람, 요가 등 각종 클래스까지 온갖 멤버십 콘텐츠를 제공한다. 요즘에는 단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넘어 와인바나 헤어숍 제휴 혹은 자체 서비스를 통해 회원사 혜택을 강화하려 한다.

이렇게 멤버십 콘텐츠를 확장하고 네트워킹 기능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해 회원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평균 입주기간을 늘리고 공싱률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코워킹스페이스가 중시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실사용자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해 6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표한 코워킹스페이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코워킹스페이스 입주자 가운데 커뮤니티와 네트워킹을 장점으로 꼽은 응답자는 6.6%Q에 머물렀다. 응답자 중 59.8%는 네트워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매거진인 데스크맥(Deskmag)이 지난 2017년 전 세계 코워킹스페이스 입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주자가 다른 형태가 아닌 코워킹스페이스를 선택한 주요 요인 3개로 사교적이고 즐거운 분위기(A Social & Enjoyable Atmosphere), 타인과의 교류(Interaction With Others), 공동체(Community)를 꼽았다. 국내 조사 결과와는 주목할 만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상당수가 강조하는 커뮤니티나 회원사간 교류, 네트워킹에 대한 수요와 만족도가 낮다면 고객 충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 요소를 뺀 남은 경쟁 요소는 더 넓은 공간이나 더 멋진 인테리어, 더 낮은 가격, 더 편리한 교통 접근성, 더 풍부한 멤버십 콘텐츠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요소는 대부분 자본력만 있으면 모방 가능하다는 것이다. 입주사는 언제든 더 고급스럽고 저렴한 다른 코워킹스페이스로 이사를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내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은 대체 불가능한 커뮤니티 문화간 경쟁이 아니라 소모적인 자본 경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블록체인 커뮤니티 논스도 이 중 하나다. 논스는 블록체인 기업과 연주자가 모인 코워킹·코리빙스페이스로 주거와 업무공간을 동시 제공한다.

코워킹스페이스가 대부분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건물에 위치한 반면 이곳은 강남역 CGV 뒤 가파른 언덕길을 10분 넘게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주택가에 위치해 주위 식당이나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건물 인테리어 역시 코워킹스페이스의 트렌디하고 화려한 내부와 견주면 단조로운 편이다.

그럼에도 이곳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서비스 시작 직후 50명을 모집했는데 200명이 몰렸다. 입주하려면 운영자의 심도 있는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쳐 30명만 초기 입주에 성공했다. 남은 20석 역시 한 달 안에 다 찼다.

논스는 커뮤니티가 먼저 생기고 공간이 뒤에 만들어진 사례다. 논스 공동창업자인 하시은, 문영훈 씨는 2년 전 블록체인 유튜브 방송 채널을 만들었다. 심도 있고 다양한 블록체인 콘텐츠를 올리다 보니 충성도 높은 구독자 수천 명을 확보했다. 논스를 만들기 전 이들은 채널 팬을 대상으로 공간 운영 계획을 공유하고 입주 의사를 확인했다. 블록체인이라는 좁고 깊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자연스레 논스로 유입됐다.

논스가 초기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요인은 공동체 구성원이 블록체인, 딥테크라는 유사 관심사와 현대 사회 문제에 대한 혁신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같은 비즈니스 철학을 공유한다는 데 있다. 또 입주할 때 또 이후에도 3개월마다 입주자를 대상으로 심화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동체 문화를 철저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을 근간으로 삼는다.

물론 아직 검증 단계게 있는 이 같은 모델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커뮤니티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입주사 필터링 시스템은 비즈니스 규모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 저해요소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상충관계에 놓인 스케일업, 외적성장과 커뮤니티 문화를 보존하는 과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게 새로운 코워킹스페이스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될 것이다.

국내 코워킹스페이스는 20∼30대 젊은 층에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제공하는 부가가치는 접근 편의성과 팬시한 인테리어 같은 물리적 요소에 국한되어 있다. 코워킹스페이스가 고급화된 부동산 임대업을 넘어 새로운 공간 혁신 모델로 거듭나려면 모방 불가능한 무형 가치를 만들고 유지할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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