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edia!] 외장형 HDD, 콘텐츠 판매를 위한 날개가 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장형 저장장치를 자신이 필요한 데이터를 담아둘 요량으로 구입하는 빈 가방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외장형 저장장치는 PC에 있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백업하거나 간편하게 저장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주변기기로만 사용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제는 그것이 콘텐츠를 담아 파는 새로운 유통 및 판매 수단으로 변신을 꽤하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드리고 있다. 특히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휴대용 외장형 하드디스크의 변신을 눈 여겨 볼만하다. 그것이 가진 넉넉한 공간을 ‘저장’
장소가 아니라 콘텐츠 ‘판매’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제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물론 USB 드라이브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보안, 오피스, 유틸리티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제품이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외장형 저장장치의 성능이나 기능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었지, 그것을 구입하게 만드는
‘목적’이 되지는 못했다.

DVD나 블루레이는 너무 비좁다

지금까지 영화, 음악, 잡지, 백과사전, 교육용 콘텐츠와 같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해서 판매하는 용도로 주로 활용된
것은 DVD나 블루레이 디스크와 같은 광디스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콘텐츠들이 그것의 몸을 빌려 수많은 주인을 만나고
있다.

그렇지만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질과 양을 차별화한 수 없는 콘텐츠들이 등장하면서 ,그것들이 가진 저장용량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고화질과 고음질의 영상과 오디오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데이터를, 여러 장의 디스크에 나누어 담은 상품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을 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러 개의 디스크에 나누어져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매번
원하는 데이터가 저장된 디스크를 찾아내어 교체를 해 주어야 하고, 실수로 그 중에 하나라도 분실하거나 훼손하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까닭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런 불편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해결책을 찾던 사람들에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외장형 하드디스크다. 수 백 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외장형 하드디스크의 몸값이 갈수록 저렴해지면서, 광디스크라는
비좁은 집을 버리고 외장형 하드디스크라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저장장치가 아닌 그 속에 담긴 콘텐츠를 파는 시대

내셔널 지오그래픽(www.nationalgeographic.com)에서 판매하고 있는 ‘하드디스크 통합본 내셔널 지오그래픽(The Complete National
Geographic on 160-GB Hard Drive)’은 그런 외장형 하드디스크의 변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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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부터 2008까지 간행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디지털로 만들어 160GB 용량의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담아낸 내셔널 지오그래픽 하드디스크 버전. 60GB 용량의 콘텐츠 영역과
약 100GB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사용자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사진:shop.nationalgeographic.com)

약 120여년의 역사를 가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미 나이만큼이나 유명한 잡지다. 아무나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수준 높은 사진과 기사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싣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명성 있는 잡지다.

그런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디지털 시대가 맞으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었다. 그 동안 발행했던 모든 잡지를 디지털 버전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히는 작업을 통해, DVD에 수록된 디지털 내셔널 지오그래픽 버전을 내 놓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1888년부터 2008년까지 발간된 에디션을 6장의 DVD에 나누어 수록한, 디지털 통합본 DVD(The
Complete National Geographic on 6 DVD-ROMs) 버전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것을 160GB 용량을 가진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통째로 넣은 것이 바로 하드디스크 통합본이다.

DVD 버전의 가격은 약 60달러, 하드디스크 버전은 약 200달러다. 단순하게 가격만 본다면 하드디스크 버전이 약 3배
이상 비싼 셈이다. 물론 하드디스크 가격이 포함되어 있으니 비싼 것은 당연하다. 만만치 않은 몸값을 가지고 있음에도 눈 여겨
볼만한 이유는, 120년 동안 발행되었던 방대한 분량의 에디션을 하나의 저장장치에 모두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DVD 버전과 비교하면 활용하기 편리한 것은 물론이고 소장가치도 훨씬 높아 보이는 이유다. 하드디스크 버전은 윈도나
매킨토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일반적인 외장형 하드디스크처럼 USB 케이블로 연결해서 사용한다. 처음 구입한 후 기본적인
프로그램 설치만 완료하면 간편하게 원하는 기사와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콘텐츠가 담겨 있는 공간과 일반적인 외장형 하드디스크처럼 사용자가 데이터를 마음대로 저장할
수 있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윈도 환경의 PC에 연결하면 콘텐츠가 저장되어 있는 부분은 컴플리트 내셔널 지오그래픽(The
Complete National Geographic),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익스터널(External)로 표시된다고 한다.

아직 하드디스크 버전의 주인이 되지 못했으니,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가진 매력을 상상만 할 수 있을뿐이다. 하지만 DVD 버전으로 만났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경험했던 감동과 그 때 마다 느꼈던 불편함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아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열혈독자라면
하나 쯤 소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드라마 전편을 담은 외장형 하드디스크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영화를 담아 판매하는 일도 이제는 더욱 자주 볼 듯하다. 지난 2월 ‘S2
포터블’이라는 휴대용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Michael Jackson’s THIS IS IT)을
담아 유럽에서 판매를 했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국내 드라마를 수록한 특별판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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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KBS를 통해 방영되었던 드라마 풀하우스를 담아서 판매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S2 포터블 특별판. 500GB 용량의
하드디스크 공간에 풀하우스 전편을 수록할 예정이다.(사진:삼성전자)

이번에 담아낼 콘텐츠는 2004년 비와 송혜교가 출연했던 KBS의 드라마 ‘풀하우스’다. 7월에 출시할 예정인 이번
제품은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 8개국에도 수출할 예정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를 담아 판매하는 것으로 제법 ‘재미’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아직 자세한 제품 정보가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보호 등의 문제를 감안해 어떤 형태로 드라마를 저장해서
판매할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다만, S2 포터블 풀하우스 특별판 역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하드디스크 에디션처럼 일반적인 외장형
하드디스크처럼 사용자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울러 실시간 데이터 자동 백업, 중요한 데이터를 암호화해서 저장해 주는 시크릿존과 같은 보안 기능도 지원한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전체 데이터 저장용량이 500GB나 되는 만큼, 드라마를 저장하고 남은 공간을 활용해도 제법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앞으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콘텐츠를 담아 파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를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품질 콘텐츠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요구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외장형 하드디스크의 장점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장형 하드디스크가 고품질 대용량 콘텐츠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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