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이커머스-애그리게이터 시장, 거품이었나요?

이 글은 (주)오버노드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 또는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애그리게이터 동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마존 애그리게이터 기업의 성장세와 영향력에 대해 큰 기대를 표시하는 전문가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설립 2년 만에 유니콘 타이틀을 거머쥔 스라시오(Thrasio)를 앞세워 전망이 밝은 비즈니스 모델로 소개할 뿐 아니라, 중소규모의 브랜드를 대상으로 애그리게이터 기업에 브랜드를 팔 것을 권장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 세계 40여 개 애그리게이터 기업이 80억 달러, 즉 한화 9조 4,0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제법 큰 규모를 기록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분명 존재했다. 당시 브랜드 인수 시점의 가치 평가 대비 5배 이상을 웃도는 거래가를 지적하며 이는 거품이다, 브랜드 가치 평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 관계자들도 상당수였다.

이러한 우려는 불과 몇 달 사이 현실이 되었다. 스라시오는 상장 가치로 100억 달러가 예상됐지만, 팬데믹 이후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심지어 아마존으로부터 조달한 34억 달러의 부채 등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라시오는 직원 20%를 감축하고 프로젝트 규모 역시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 애그리게이터 비즈니스 모델: 브랜드를 사고 모아서 키운다


애그리게이터는 상품성과 시장성이 충분하나 기업의 여건상 성장하지 못하는 중소형 브랜드를 여럿 모아 몸집을 불려가는 투자 방식의 비즈니스를 가리킨다. 브랜드 여럿 모아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활용해 운영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대상을 찾아 인수하고 키우기에 용이하다는 것이 애그리게이터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 애그리게이터 산업의 거품이 꺼진 이유
올해 초까지만 해도 2022년에 주목해야 할 비즈니스 분야로 애그리게이터 산업이 손꼽혔으나 불과 몇 달 사이 그 기세가 주춤거리는데 이어 냉각기에 접어든 분위기이다. 지난해 일주일에 세 개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던 스라시오가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고, 다른 애그리게이터도 비슷한 수순으로 브랜드 인수를 중지하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관계자들은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원인을 이유로 꼽는다.

  • 전자상거래 성장 부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이커머스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오는 움직임에 따라 이커머스 비즈니스 성장세가 전 같지 않다는 평가이다. 때문에 향후 가치를 평가해 그만큼 금액을 지불한 애그리게이터가 기대 이하의 수익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물류 대란: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용의 상승 및 전 세계적 물류 대란은 아마존의 실적마저 부진하게 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의 큰 악재로 작용했으며, 중소형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좋지 않은 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 금리 상승, 아마존 수수료 인상: 값이 오른 것은 물류비 뿐이 아니다. 금리가 오름에 따라 인건비가 상승됐고, 아마존은 이를 앞세워 해마다 놓치지 않고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브랜드의 매출이 상승해도 운영비 비중이 높아지고 이윤이 낮아지며 애그리게이터가 평가한 가치에 비해 수익성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애그리게이터의 가치 평가 오류: 지난해 애그리게이터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갑작스레 쏟아지며 브랜드의 현재 매출 규모 대비 5배 이상의 금액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 규모가 3배 안팎으로 하향했는데, 한창 고가에 거래된 브랜드의 성장이 부진하다는 견해이다.

◆ 거품이라기보단, 산업이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어

여러 분석과 부정적인 전망이 있지만 일부 M&A 전문가들은 애그리게이터 산업이 성장해가는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라시오를 예로 들자면, 현재로서는 잠시 멈추거나 후퇴하는 듯 보이지만 지난 2년 사이 200개 이상의 브랜드를 인수한 기록을 보면 지금의 냉각기는 예상된 일이며 피할 수 없는 정체기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와 같은 견해를 내놓은 전문가들도 최근 업계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물가 상승과 물류 대란과 같은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애그리게이터 산업의 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러 건의 거래가 오고 갔다. 브랜드의 가치가 적절하게 평가되어 거래된 건이 있는가 하면, 말도 안 되게 몸값을 높여 이익을 낸 브랜드도 있고 성장 가치보다 적은 값으로 브랜드를 놓친 기업 또는 사업자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미래 시장을 가늠해 보는 능력이야말로 애그리게이터 산업에서 가장 핵심 역량으로 손꼽힐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애그리게이터가 마구잡이식이 아닌, 특정 카테고리에 전문성을 가지고 관련된 브랜드를 중심으로 인수해 몸집을 키워나간다면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견고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으리라 예상해 본다.

 

관련칼럼더보기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