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전 직장과 유사한 업종으로 창업을 해도 괜찮을까? [전직금지약정의 효력]

이 글은 신기현 변호사의 기고문으로 벤처스퀘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자신이 잘 아는 영역 혹은 잘하는 영역에서 창업을 시작하기를 원할 것이다. 특히 특정 분야의 기업에 수 년간 몸을 담아왔다면, 해당 기업에서 얻은 전문성을 살려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은 경쟁 창업을 막기 위하여, 근로계약에 전직금지(경업금지) 약정을 포함시키고 있다. 전직금지 약정이란 퇴사 후 몇 년간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를 창업하거나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정이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직장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경쟁 업체를 창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이것이 계약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 전직금지(경업금지) 약정의 효력

법원은 전직금지(경업금지) 약정이 반드시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전직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효성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조금 더 쉽게 풀어보면,

① 근로자가 경쟁업체를 창업하면 회사에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경우(예를 들어, 근로자가 사내에서 핵심 영업비밀을 다뤘던 경우),

② 근로자의 전 직장에서 지위가 높았던 경우(예를 들어, 임원 내지 연구소장인 경우),

③ 전직금지의 기간과 지역 및 대상직종이 과도하지 않은 경우(예를 들어, 전직금지 기간을 2년 미만으로 두고, 실질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로 전직금지 범위를 제한한 경우),

④ 전직금지의 대가로서 일정한 인센티브나 고액의 급여를 제공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예를 들어, 동등한 직급의 다른 직원에 비해 고액의 급여를 제공받은 경우),

⑤ 근로계약서에 전직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별도로 전직금지약정서까지 작성한 경우,

에는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위 ① 부터 ⑤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전직금지 약정의 효력이 무효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 전직금지 약정의 활용

전직금지 약정은, 스타트업이 핵심 직원의 이탈을 막거나 창업자가 다른 공동 창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앞서 설명한 판례의 판단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기업은 애써 의도한 전직금지 약정이 무효가 되지 않도록 규정을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

즉, 전직금지 기간을 너무 과도하게 장기간으로 두지 않도록 하고(가급적 2년보다 낮은 기간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 근로계약서 외에 별도로 전직금지 약정서를 징구하는 것이 좋으며, 직원의 역할에 따라 선별적으로 전직금지 약정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전직금지 약정을 마련해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퇴직자의 입장에서는 전직금지 약정이 큰 장애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핵심 직원의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기도 하다.

법원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갖고 합리적 범위 내의 전직금지 약정만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으니, 기업은 무리한 전직금지 약정을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퇴직자도 너무 겁을 먹고 준비하던 창업을 중단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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