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소통하겠다는 과욕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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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flickr.com/photos/opp4wealth/4845840158/
사람에게도 되고 싶은 것이 있는 반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 70년대 당시 많은 어린이들은 ‘대통령’을 꿈꿨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지금 그냥 성실한 중년 가장으로 만족하고 있다.


기업에게 언제부터인가 ‘소통’이라는 주문들이 너무 많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했으니 소비자들은 물론 국민들과 온전히 소통하라는 주문이다. 소통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시기는 아마 몇 년전 광우병 이슈가 불거졌을 때부터가 아닐까 한다. 당시에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소통불능을 꼬집기 위한 하나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이 소통 프레임은 기업에게도 옮겨갔다. 소통이라는 의미는 좋은 의미다. 절대 필요 없다는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에게 소통은 여러 현실적 한계가 존재할 뿐 아니라 거의 불가능한 이상향이라는 것이 문제다.


먼저, 소통이라는 것은 경영적 단어거나 측정 가능한(measurable) 비즈니스 활동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유행에 따라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MBA출신의 경영인들이 듣기에는 참으로 손발 오그라드는 주문이 아닐까 한다.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이전의 관계(Relationship)와 이 새로운 소통은 또 어떻게 다른가 하는 질문이 끊임 없이 이어진다. ‘왜 소통이냐?’ 하는 질문에도 경영적인 답은 궁색하다.


둘째, 기업은 소통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은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기업의 목적이 소통 그 자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소통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좋은 과정이라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이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소통이전에 우리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더 어울리지 않나 한다.


셋째, 기업은 결코 완전하게 소통할 수 없다. 과욕을 버리자는 거다. 기업을 구성하는 CEO부터 모든 직원 개개인을 생각해 보자. 개인으로서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대부분 아닌가? 어떻게 그런 조직원들이 모여 기업 차원의 소통을 감히 꿈꿀 수 있나? 근본적으로 기업은 완전하게 소통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이상을 버려라. 단지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 착각하는 주체일 뿐이다.


넷째, 의외로 소비자들도 기업들이 소통하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는 듯하다. 소셜미디어상의 많은 기업들이 소통을 목적으로 자신들의 여러 SNS 플랫폼들을 통해 소통을 시도한다. 소통한다며 신제품을 뿌리고, 쿠폰을 날려준다. 소통하기 위한 초청장을 전달하고, 사용후기를 요청한다. 자사 직원들의 일 거수 일 투족을 많은 소비자들도 궁금해 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자신들의 여러 속 이야기들로 소통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부담스럽다. 그냥 우리가 원할 때 제대로 된 답변이나 들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물론 그 소비자들도 근본적으로는 소통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다.


다섯째, 기업 스스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CEO가 직원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가수 포미닛의 춤을 춘다. 50대 임원들이나 교수들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단체 군무에 열중한다. 누구는 색소폰을 불고, 누구는 마술 쇼를 한다. 직원들은 길거리에 나와 난데없이 인사를 해대고, 캠페인 복장을 하며 담배꽁초를 줍는다. 각종 SNS에서 하루도 빠짐 없이 사람들과 지저귀고 댓글로 감사를 전한다. 상당히 행복한 착각이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소통에는 얼마나 뒤를 돌아보고 있는가? 은행의 금융 상품 소개 전단을 읽어봐라. MBA출신들도 이해가 완벽하지 않을 수준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자 열려있는 게시판은 없어진 지 오래다. 문제가 있어 수신자부담 전화를 걸어봐라 답변이 시시껄렁하다. A/S를 원해봐라 시간이 없어 바쁜 소비자에게 제품을 가지고 언제 어디로 나와달란다 그리고 찾아가란다. 분명 둘 중 하나는 착각이다.


소통이 만약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라고 한다면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소통(Communication) 그 자체라기 보다는 소통 관리(Communication Management)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바로 Communication이 아니라 Management다. 관리 또는 경영 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은 기업에게 독(毒)이며 악(惡)이다. 아무 쓸모 없고 부정적 결과만 확대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기본부터 차근차근 소통 ‘관리’ 관점에서 점검 하는게 옳다. 과연 우리가 기존의 모든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올바른 소통 ‘관리’를 하고는 있는지 점검해보자. 우리가 기존 우리의 메시지를 관리하려 하기 이전에 내 외부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려 했거나, 적대적 미디어를 관리하려 했거나, 익명의 많은 네티즌들을 관리하려 과욕을 부렸었던 것은 아니었나 한번 뒤돌아 보자.


소셜미디어가 새롭다고 너도 나도 소통의 도구이자 장이라 외치는 것에만 너무 관심을 두지는 말자. 어차피 관리되지 않는 또 다른 소통은 필요 없다. 우리가 과연 먼저 관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차근차근 관리하자. 그리고 그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어떻게 우리의 메시지를 관리해 새롭게 ‘소통 관리’에 성공할 것인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물론 그냥 소통 그 자체를 선(善)으로 생각하지 말자. 지금처럼 쥬니어들에게 그 위험한 소통의 임무를 떠 넘기지만 말자.


갑작스런 분위기에 허겁지겁 되지도 못할 대통령을 꿈꾸는 철부지 어린이로 평생 남지 말자는 이야기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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