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오라일리를 통해 보는 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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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에, 기술 분야의 출판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팀 오라일리가 파티를 열었다. 그의 회사인 오라일리 미디어(O’Reilly Media)는 테크놀로지를 축하하는 소위 “언컨퍼런스(Un-Conference, 프로그램을 정하지 않고 일단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할 것을 정하고 진행하는 컨퍼런스)”라는 것을 진행하면서 테크놀로지의 시대가 저문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Foo(Friends of O’Reilly) 캠프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기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벌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나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CEO인 래리 페이지 같은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버블이 터진 후의 세상에 희망을 주기 위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키워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모두에게 알려진 바와 같이 오레일리는 출판사를 하는 출판업자이다. 80년대에 주로 다양한 컴퓨터 매뉴얼을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로 바꾸는 기획을 통해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IT와 컴퓨터과학과 관련한 서적들의 일반화에 앞장서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84년 그가 처음 창업해서 출판했던 책인 “Unix in a Nutshell”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기술분야의 책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다루던 테마인 컴퓨터와 인터넷이 오라일리 자신이 돈을 벌고 있는 산업을 크게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그 역시도 자신의 회사의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만 하였다. 닷컴 버블이 터진 여파가 몰아치기 시작한 2001년에는 1990년대에 사상 최고로 빠르게 성장한 출판사라는 영광을 뒤로 하고, 전체 직원의 20%를 해고해야만 했던 아픔도 겪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그가 탁월했던 것은 남들은 모두 겁을 내고 두려워할 때,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태도였다. 그는 디지털 혁명이 벌어지는 것은 시대의 대세이면 ‘창조적 파괴’는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돈을 벌고 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자기잠식’ 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형태의 포맷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망할 수 밖에 없기에 정말 다양한 실험들을 하기 시작한다. 2003년의 Foo 캠프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고, 특히 새로운 붐을 일으키기 위한 단어로 “Web 2.0″을 선점하면서 현재 세계 최대의 인터넷 관련 컨퍼런스로 성장한 “Web 2.0 Expo”를 열기 시작한다. 그가 출판업계에 있으면서도 놀라운 점은 이와 같이 포맷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지켜야 하는 “가치”와 “의미”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책이나 어떤 종류의 포장이냐에 별로 좌우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오라일리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면서 자신이 판매하는 책의 35% 매출을 이미 디지털 서적으로 변화시켰다. 산업이 이미 그 가치를 상실하기 시작하는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한다면 결국 미래에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하고,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오라일리에서 찾도록 만드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 포맷을 디지털 콘텐츠와 컨퍼런스, 그리고 파티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고 있으며,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오라일리는 킨들이 나오기 한참 전인 1980년대 후반에 전자책 판매를 시도했었고, 최초의 상업적인 웹 사이트인 GNN.com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자신이 설립한 벤처투자사인 AlphaTech Ventures를 통해서 현재는 구글이 인수합병하였고, 트위터의 공동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가 설립했던 Blogger.com 에 투자를 하기도 하였다. 그는 정말로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눈이 탁월했던 것이다.

올해로 56세가 된 팀 오라일리의 취미는 재미있게도 정원을 가꾸는 것과 과자를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가장 미래지향적인 일을 하는 사람과도 안 어울리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취향이 아닌가? 그가 좋아하는 책들도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도서 보다는 다양한 고전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가장 핵심적인 가치의 힘을 그가 믿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전을 읽고 본인이 체득한 삶에 대한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의 행로를 지켜보면서 기술을 기술로만 바라보지 말고, 혁신을 유행으로 치부하지 말 것이며, 사회와 삶에 대한 통찰을 엮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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