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AI의 표준을 제시하다,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

어르신의 집에 붙은 냉장고 자석형 메모에는 복약 시간과 식사 시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자녀는 멀리 살고, 돌봐줄 이웃도 없는 그 집에서 김동원 대표는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기술은 복잡하거나 비싼 것이 아니라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태어난 것이 노인 맞춤형 AI 돌봄 플랫폼 '미스터마인드'다. 수없이 거절 당했던 제품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국 지자체 95곳과 45개의 지역치매안심센터에서 도입, 운영 중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김동원 대표는 스타트업 대표라기보다 동네 복지사 같은 인상을 준다. 인터뷰 내내 그는 '어르신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술이 아닌, 사람 이야기부터 꺼내는 모습에서 미스터마인드의 철학이 드러났다. "지자체에서 우리가 만드는 게 '진짜 필요하냐'며 손사래 쳤다" "AI 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 대부분은 MZ세대나 젊은 세대를 겨냥합니다. 반면, 미스터마인드는 '노인 돌봄'이라는 방향을 선택했죠. 비주류처럼 보이는 이 분야를 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기자) 김동원 대표의 답변은 솔직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동네가 함께 한다'는 말이 있죠. 어르신도 같다고 생각해요. 미스터마인드는 일회성 서비스로 끝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현실'이었다. 복지 시스템과 장기요양 서비스, 노인복지관, 약국, 병원, 지자체를 하나로 엮는 플랫폼이다. "노인을 중심으로 한 통합 돌봄 허브를 구축해, 단절된 지역사회와 복지 시스템을 기술로 연결하고자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술적으로는 음성 기반 감정 인식과 장기 기억을 축적하는 인공지능 동반자 모델, 비대면 건강 모니터링, 그리고 돌봄 행동 예측 알고리즘 등을 자체 개발했다. "모든 기술은 '어르신이 변화를 인지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채고 도와주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지만,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기술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해 설계돼야 한다" 김동원 대표는 기술의 화려함을 경계한다. "미스터마인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서비스가 돌봄의 영역을 넘어, 일반 가정에서도 자연스레 사용하는 시대를 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단순히 B2C 제품을 출시하는 것 이상의 과제가 산적해 있죠.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노인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습니다." 기술적 준비는 어느 정도 됐지만, 가족 구성원의 수용도와 비용 부담, 사용법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그는 "그래서 공공 사용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민간 시장에서도 '효과가 검증된 돌봄 파트너'로 자리잡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처리에 대한 윤리적 고민도 깊다. "우리가 다루는 대상은 단순 사용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부모이자 한 가정의 중심이었던 분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술보다 고려할 것이 '존중'이고, 그다음이 '배려'입니다." 특히 어르신들의 정서 데이터를 다룰 때의 조심스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걸 알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알릴 때도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전달할지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죠." "돌봄의 주체는 '동네'가 돼야 합니다" 미스터마인드의 상황은 어떨까. 54개 지역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 중이지만, 김동원 대표는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외롭지 않도록, 자녀가 멀리 있어도 마음 편히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구독형 요금제, 보험 연계 상품, 앱 없는 인터페이스까지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돌봄융합센터'를 구축하고, 어르신 복지 시스템 전반을 AI 기술로 통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조기 대응 시스템, 장기 기억 기반 돌봄 모델, 생활 습관 데이터 분석, 감정 알림 기능 등이 포함된다. "돌봄은 단순히 요양 문제나 제품 유통 문제가 아니죠. 돌봄의 주체가 '동네'가 돼야 해요. 우리는 그런 연결의 중심이 되려 합니다." 그는 AI 스타트업이 비주류 영역에서 버틸 수 있는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이해하는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끈기. 그 두 가지가 있어야 새로운 주류가 됩니다." 김동원 대표는 "비주류 영역에서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끝까지 해낸다는 끈기'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라며, "유행보다 오래가는 문제에 집중하고,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이해하는 마음, 그 두 가지가 있어야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스터마인드의 AI는 말이 많지 않다. 대신 조용히 어르신 곁에 앉아 식사 알림을 해주고, 위급 상황을 감지하며, 복약 여부를 체크한다. '기술이 눈부셔야 할 이유는 없다'는 김동원 대표의 철학처럼, 조용한 곳에서 가장 필요한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모습이다. 과연 이들의 '기술의 온기'가 얼마나 멀리 퍼져나갈지는 소비자와 시간이 말해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