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변하지 않았던 신속항원키트의 근본적 한계를 ‘검은 배경’이라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해결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온나노바이오랩 주식회사(대표 김기현)는 기존 대비 200배 이상 향상된 검출 민감도를 구현한 ‘검은 배경 신속항원키트’로 진단 시장의 게임체인저를 꿈꾸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하버드 의대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GIST 선임연구원과 온나노바이오랩 대표를 겸임하며, 특허 출원 10건, 기술이전 3건(2.25억 원) 등의 실적을 보유한 현장진단 바이오센서 개발 전문가다.
그가 신속항원키트 개발에 뛰어든 계기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낮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서 찾은 해법
온나노바이오랩의 핵심 기술은 기존 업계의 접근법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낮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60년간 신속항원키트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바이오 물질 개발에만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소재의 광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했습니다.”
기존 신속항원키트는 흰 배경에서 흡광 신호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배경 신호가 검출 신호보다 커서 미세한 신호 검출이 어려웠다. 온나노바이오랩은 이를 검은 배경에서 산란광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바꿔 신호만 존재하도록 만들었다.
실제 임상 시료 테스트에서 기존 제품들의 민감도가 40~60% 수준인 반면, 온나노바이오랩의 검은 배경 신속항원키트는 92%의 민감도를 보였다. 이는 PCR 검사 결과에 매우 근접한 수치로, 검출 한계를 200배 이상 향상시킨 결과다.

기존 제조공정 그대로, 원가는 동일하게
기술의 혁신성 못지않게 주목할 점은 상용화 가능성이다. 검은 배경 신속항원키트는 기존 제품과 구조가 동일해 기존 제조 공정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제조 단가도 기존과 유사하다.
김 대표는 “기존과 동일한 생산 공정으로 200배 이상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면서도 제조 원가는 동일하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온나노바이오랩은 B2B 전략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신속항원키트 개발 업체가 10~20개에서 100개 이상으로 급증한 상황에서, 언컷 시트(Uncut Sheet) 형태로 납품해 기존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로 상품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 1년여 만에 온나노바이오랩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24년 K-딥테크 왕중왕전 장려상, 한전 교직원/학생 창업경진대회 금상을 수상했으며, 2025년 4월에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에 논문을 게재했다. 또한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에도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향후 온나노바이오랩은 2029년까지 총 2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해 Flu A 진단키트를 시작으로 급성심근경색, 잔류항생제, 성병 등 다양한 진단키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고감도 신호 검출용 금/은 나노입자 등 원료소재 사업도 병행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한다.
김기현 대표는 “암, 호흡기 바이러스, 알츠하이머, 심근경색, 성병 등 질병 예방의 핵심은 조기진단”이라며 “PCR급 성능의 신속항원키트 개발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 중심 헬스케어를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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