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윌린 권기성 대표, 대학교육·다과목으로 시장 확대..."양질의 교육, 누구나 누릴 수 있게"

"교육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에듀테크 스타트업 프리윌린(Freewheelin)의 비전이다. 프리윌린은 이러한 비전 하에 교육계에 혁신을 불러일으켰고, 2024년 미국 타임지로부터 '세계 최고 에듀테크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프리윌린은 2024년을 기점으로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선생님과 학원, 학교를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B2B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2025년에는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과목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진출에도 나섰다. 이러한 비즈니스 변화에 따라 프리윌린의 성장 과정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2017년 창업과 함께 시작된 B2B 서비스 '매쓰플랫' 중심의 1기, 2024년 '풀리캠퍼스' 출시로 대학 시장에 진출한 2기, AI 기반의 다양한 과목 확장과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올해의 3기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프리윌린 사무실에서 권기성 대표를 만나 ‘더 많은 사람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교육 철학부터 B2B 서비스의 성공과 대학 교육 시장으로의 서비스 확장, 그리고 다과목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향후 계획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1%만큼의 교육 격차 해소" "1% 정도입니다." 8년 간의 서비스 운영으로 실제 교육 격차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이에 권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교육 격차를 얼마나 해소했는지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라는 상징적인 숫자에는 그동안 프리윌린이 교육 혁신을 위해 해왔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교육 기회는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을 만큼 한국에서의 교육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권 대표가 프리윌린 창업 전부터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우리들학교'와 교육 NGO 단체인 사단법인 '호이(HoE, Hope is Education)'에서 활동했던 것은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수준은 무시된 채, 모든 아이들이 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배워야 하는 교육 현실을 목격해야 했다. "중1 수업을 놓치면 중2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의 상황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권 대표는 교육에 기술을 접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프리윌린을 창업하고 수학 교육 플랫폼 '매쓰플랫'을 론칭했다. 매쓰플랫은 85만 개의 방대한 문제 은행, 3,900여 권의 시중 문제집과의 연계 문제, 수능·모의고사 전 문항, 개념 자료까지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선생님은 원하는 단원과 난이도를 선택하면 맞춤형 교재나 문제지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특히 학생앱과의 연동을 통해 학생이 답안을 입력하면 자동 채점되어 채점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학생의 문제 풀이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개별 취약 유형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개인화된 문제와 학습자료를 추천할 수 있다. 매쓰플랫은 전국 9,000개 교육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누적 고객 수는 27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공교육 분야에서의 성과가 눈에 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산하 2,544개 학교가 학교 전용 솔루션인 '스쿨플랫'을 통해 6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선생님의 20% 이상이 매쓰플랫으로 수업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 더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비해 교육 시설이 부족한 지방에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매쓰플랫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의 교육 격차만 해소해도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시장 확대를 고민하다 "잘 하고 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깊어졌어요. 학원 시장의 크기가 무한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정도하려고 창업한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의 벽을 넘어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기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글로벌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미 수학 사교육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 성장 여지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두 번째 선택지도 만만치 않았다. 단순히 수학 문제를 번역하는 것을 넘어 각국의 교육과정과 문화적 특성에 맞춘 현지화가 필요했고, 이는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요구했다. 수학 외 다른 과목으로 확장하는 세 번째 방법 역시 현실적 제약이 컸다. 10만 개의 고품질 문제를 제작하려면 2년의 개발 기간과 10억 원의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다...대학생으로 서비스 확장 고민이 깊어지던 2021년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건국대학교에서 신입생 중 상당수가 기초 수학 실력이 부족해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고등학교 수학을 다시 가르쳐야 할 정도라며 매쓰플랫을 대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문의해왔다. 지금까지 초중고 선생님을 대상으로 수학 콘텐츠를 개발해 B2B 사업에 집중해온 프리윌린에게는 고민이 많았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로의 영역 확장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회사의 정체성 변화, 기존 초중고 콘텐츠를 넘어 대학콘텐츠로 전환하는 데 따른 시간과 비용 등 여러 요소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건국대가 지속적으로 협력을 제안하며 설득했고 프리윌린도 서비스 확장의 좋은 기회라 생각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무려 3년의 연구개발을 통해 2024년 출시한 것이 바로 '풀리캠퍼스'다. 풀리캠퍼스는 대학 신입생을 위한 맞춤형 수학 학습 플랫폼으로, 진단평가를 통해 개별 학생의 수학 수준을 정확히 파악한 후 부족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효과는 놀라웠다. 건국대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86%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90%가 전공 수업을 듣기 전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1차와 2차 테스트를 비교한 결과 평균 20점 이상 향상되는 성과도 거뒀다. 최근 대학에서 '무전공'을 확대하고 있다. 무전공은 신입생이 특정 전공 없이 입학해 1~2년간 다양한 분야를 탐색한 뒤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로, 작년 9천 명에서 올해 3만8천 명으로 급증했다. 참여 대학도 15개에서 73개로 확대되며 대학 교육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무전공 학생들은 희망 전공에 따라 서로 다른 수학 수준이 요구되는데, 풀리캠퍼스는 학생의 고교 이수 과목과 희망 전공을 분석해 맞춤형 평가와 학습 과정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로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학업 역량을 체계적으로 배양하고 있다. 풀리캠퍼스는 현재 80개 대학에서 입학 테스트 및 기초학력 진단 서비스로 운영 및 도입 예정되어 있으며, 332개 전체 대학을 목표로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로써 프리윌린은 초중고에서 대학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선생님과 학생 모두를 위한 교육 혁신을 추진하게 됐다. 30개 과목 콘텐츠 개발...종합 교육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 "수학은 여전히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언어 과목은 AI로 충분히 구현 가능합니다. 듣기 스크립트 작성부터 음성 녹음까지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거든요." 수학 이외의 과목 콘텐츠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은 최근 발전한 AI 기술 덕분에 크게 해결됐다. 영어, 토익, 일본어, 국어 문해력 등 언어 영역의 콘텐츠 개발 시간과 비용을 낮출 수 있었고, 번역과 현지화 과정의 대폭 자동화로 글로벌 확장의 진입 장벽까지 크게 낮아졌다. 프리윌린은 언어 영역 외에도 통계학, 화학 등 30개 과목을 개발하며 명실상부한 종합 교육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기술적 토대 위에 프리윌린은 '풀리AI'라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풀리AI는 AI 기반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과 10억 건 이상의 학습 빅데이터를 활용해 학생의 취약점을 정밀 분석하고 최적의 맞춤형 학습 코스를 추천한다. 이 플랫폼은 초중고 대상 '풀리스쿨'과 대학 대상 '풀리캠퍼스'로 구성되며,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학습 격차를 줄이고 개별 학생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프리윌린은 콘텐츠 제작 역량과 AI 자동화 기술을 토대로 초중고 교과서부터 대학 전공서적까지 전 교육 과정을 아우르는 '디지털 피어슨'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 기업은 선하고 탁월한 조직이어야" 교육 기업은 선하고 탁월한 주체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확고한 신념이다. 이러한 철학은 프리윌린이 추구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 경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철학의 구체적 실천으로, 프리윌린은 내년부터 우간다에서 NGO와 협업해 현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 자료 제공과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프리윌린의 조직 모델은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의 'Y이론'에 기반한다. 사람들이 본래 일하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동기부여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려 한다는 전제 하에, 프리윌린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최적의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은 사명 '프리윌린(Freewheelin)'에 잘 담겨있다. 프리윌린은 밥 딜런의 1963년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에서 따온 것으로 프리윌린은 페달을 밟지 않고도 관성으로 자유롭게 굴러가는 자전거처럼, 구성원들이 자율적인 업무환경에서 각자의 탁월함을 발휘해 미래교육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0%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다시 물었다. 앞으로 프리윌린이 교육 격차를 얼마나 해소하는 게 목표인가요? "최종 목표는 10%입니다" 프리윌린에는 '기성쌤에게 물어봐'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매달 직원들이 권 대표에게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다. 최근 한 직원이 '2040년 프리윌린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권 대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교육 기회가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원대한 목표를 위해 프리윌린은 서비스, 콘텐츠, 교재, 과목, 영상 등 기본 인프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역량 확보와 선생님의 역할을 보완하는 AI 기술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에듀테크 시장에 수많은 기업이 도전하지만, 8년 간 한 길을 걸어온 프리윌린은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사회적 소명감과 현실적 실행력을 겸비한 확고한 철학을 보여왔다. 기술로 더 많은 사람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이들의 도전이 2040년 비전으로 현실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10%라는 숫자가 상징적인 숫자가 아니라 실제 구현해 내는 숫자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