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스타트업, 감성 기술로 기업의 전략을 설계하다

기술 중심 사회에서 예술은 전략이 되고 있다. 예술 스타트업들이 고객 경험, 조직문화, 브랜드 감성의 전면에 나서며 대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예술 콘텐츠가 고객의 정서를 움직이고, 조직 내부를 변화시키며, 글로벌 수익 모델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KT, LG화학, 나이키 등 대기업들이 선택한 커즈(CUZ), 문다, 악수(AXOO)는 바로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예술을 ‘기술’로 푸는 기업들, 산업을 재정의하다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7기로 선정된 커즈는 예술을 감정 설계 도구로 재정의한다. 이들이 개발한 ‘비주얼 메디테이션(Visual Meditation)’은 단순 감상이 아니라 정서 안정과 몰입, 회복을 유도하는 시각 명상 콘텐츠다. 커즈는 AI 기반 공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빠르게 콘텐츠를 시현하고 개선하며, 삼성 TV 운영체제 타이젠에 해당 콘텐츠를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이는 예술 콘텐츠가 글로벌 디바이스 생태계 안으로 들어간 대표적인 사례다.

커즈의 시각 명상 영상 서비스, 삼성 스마트TV와 협업했다

특히 삼성과의 협업은 사업의 외연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론칭 이후 북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발생하며, 커즈는 글로벌 전략의 중심을 북미로 재편했다. 진샘 커즈 이사는 “북미 사용자의 반응은 콘텐츠의 명상적 메시지와 시각적 구성에 강하게 반응했으며, 이는 커즈의 글로벌 전략이 북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커즈는 현재 미국 호텔 체인, 중동 고급 레지던스, 유럽의 디지털 사이니지 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다.

문다는 ‘브라비(BRAVI)’라는 공연 콘텐츠 브랜드를 통해 기업 조직문화 내에 예술을 이식하고 있다. KT, LG화학, 전국경제인연합회(FKI)타워 등 100여 곳 이상과 협업하며, 점심 로비 연주회, 찾아가는 콘서트 등 일상 속 예술 경험을 통해 직원의 정서 안정과 조직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KT의 경우, 브라비 운영 이후 임직원 만족도가 7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다는 단순 공연을 넘어, 공연 후 설문, 현장 반응 분석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음 기획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악수는 브랜드의 감성을 예술로 번역하는 퍼포먼스 기획 스타트업이다. 나이키, KFC, 구글플레이 등과 협업한 이들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시각 예술과 퍼포먼스 콘텐츠로 구현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이키와 협업한 캠페인에서는 ‘도전과 극복’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현대무용과 설치미술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구현했다. 이 캠페인은 아티스트의 감성과 브랜드 스토리의 접점을 정교하게 설계해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극대화한 사례로 꼽힌다.

악수와 나이키가 콜라보한 설치미술. 악수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현대무용과 설치미술을 결합한 퍼포먼스로 구현한다.

대기업이 예술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

대기업이 예술 스타트업과 협업을 선택하는 데는 단순한 문화마케팅 이상의 이유가 있다. 기술로는 해석되지 않는 감정·정서 영역을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감성 기술’이 기업 브랜딩, 내부 조직문화, 사용자 경험 등 전방위 영역에서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즈는 AI 기반 정서 시뮬레이션과 시각 명상 콘텐츠를 접목해 디바이스와 공간의 정서적 기능을 설계한다. 문다는 조직문화와 HR의 정서 지표를 공연 콘텐츠로 대응하고, 악수는 브랜드 정체성을 예술 언어로 확장시킨다.

특히 커즈는 예술을 “확장 가능한 경험 솔루션”으로 정의하며, 감성 기술을 통한 공간의 정서 구조 변화, 설치 및 운영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 예술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설계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이들은 기존 예술 기업이 가진 프로젝트 중심 운영 방식을 넘어, 데이터 기반 반복 가능한 구조를 통해 예술을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 진샘 이사는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기업의 느린 프로세스를 오히려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고, 빠른 의사결정과 개선을 이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악수는 협업의 본질을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정서적 접점’으로 본다. 안지성 대표는 “프로젝트마다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분석하고, 그것을 가장 설득력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선정해 세계관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구글플레이와의 협업에선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창작과 소비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제작했고, 이는 MZ세대 소비자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냈다.

문다는 기업 맞춤형 공연을 HR 전략의 일부로 통합하고 있다. 공연 종료 후 직원 대상 만족도 조사, 정서 변화 분석, 프로그램 개선 회의 등을 정례화하면서, 공연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정서 자산으로 작용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신지현 대표는 “문화예술이 실제 조직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며 반복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다는 기업 맞춤형 공연을 HR 전략의 일부로 통합하고 있다.

지원 생태계와의 연결, 산업화의 발판 되다

이들 기업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5 예술분야 창업도약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장 기반을 마련한 예술 기업들이다. 기엄들은 액셀러레이터인 페인터즈벤처스와 벤처스퀘어의 공동 보육을 받으며 사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커즈는 창업도약 지원사업의 글로벌 연계 프로그램인 영국 왕립예술대학 산하 창업지원센터인 이노베이션 RCA(Innovation RCA)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지 사용자 인터뷰, 감정 경험 리서치를 기반으로 콘텐츠 UX와 흐름을 고도화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주얼 메디테이션 시리즈는 삼성 TV에 탑재됐고, 이후 북미 매출이 집중되는 성과로 이어졌다.악수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첫 쇼케이스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브랜드 고객에게 회사를 알리고 수주 확대로 이어지는 성과를 얻었다.

악수의 안 대표는 “이재용 회계사님과 함께한 기업 재무컨설팅이 특히 도움이 됐다”며 “감성적 기획을 수치로 정리하면서 사업화 전략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문다 또한 프로그램에서 제공한 대·중견기업과의 밋업 기회를 바탕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KT 등과의 초기 협업을 체계화했으며, 민간 영역과의 연계로 브라비를 정기 공연 서비스로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임직원 전용 프로그램, 신규 입사자 오리엔테이션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예술이 전략이 되는 시대의 시작

IDC에 따르면 글로벌 웰니스 콘텐츠 시장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감성 기반 콘텐츠는 헬스케어, 교육, 공간 서비스 분야에서도 빠르게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출처: IDC, 2025 Wellness Tech Report). 커즈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미국 호텔 체인, 중동 럭셔리 레지던스, 유럽 디지털 사이니지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AI x Art x Wellness’ 생태계 구축을 진행 중이다.

악수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확장을 준비 중이며, 아티스트가 도시, 공간, 커뮤니티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문다는 기업 외에도 병원, 공공도서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 기반 정서 복지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모두가 예술을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설계되고 측정 가능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콘텐츠 제작사가 아닌, 감정 설계자이자 전략 디자이너다. 예술을 통해 정서 기반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공공·민간·글로벌을 아우르는 연결 구조 속에서 실제 지표와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술 스타트업의 진화는 산업의 경계를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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