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문항에 답하는 것만으로 경도인지장애 선별…언제 어디서나 쉽게 진단 가능해
-올해 부천시와 371명(12%)의 치매 의심군을 선별하는 성과 보여
-지난달 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아
-내년부터 의료기관에 보급할 계획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로,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은 28.42%로 나타났다. 2025년 인구로 추정하면 2025년 치매 환자수는 97만 명, 경도인지장애 환자수는 298만 명으로 추산된다. 2033년에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수가 400만 명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인지 상태를 의미한다. 이 상태는 객관적인 검사에서 기억력이나 다른 인지 기능의 저하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 치매로 진단할 정도는 아닌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를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 대상으로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선별검사에서 인지 기능 저하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와 연계된 거점 병원에서 진단검사 및 감별검사를 받게 된다. 문제는 경도 인지 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통해 치매로 진행되는지, 아니면 정상으로 회복되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현재 치매 1차 선별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미 선별검사도구인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는 지류 기반의 검사지로 선별 정확도가 낮다.
검사 비용도 부담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임상 평가, 인지 기능 검사, 영상 검사, 혈액 검사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진단 비용이 상당하다. 그렇다보니 치매 증상이 나타난 후 진단을 받는 데까지 평균 3.52년이 소요된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이 지역사회 거주 환자의 경우 1733.9만 원, 시설·병원 거주 환자 3138.2만 원으로 나타났다.
수백만 명의 노인들이 치매의 늪으로 빠지는 것을 AI 기술로 막는 기업이 있다. 음성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솔루션 ‘스픽(Spick)’을 개발한 에이블테라퓨틱스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다양한 PoC(Proof of Concept)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가전사와는 TV에 스픽을 탑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보험사와는 보험 심사 과정에서 스픽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올해 SKT의 ESG KOREA에 선정되며, 사회적 가치와 기술 혁신을 결합한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았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현재까지 8억원을 투자받았고, 프리 A 라운드 투자 유치 중이다.
에이블테라퓨틱스의 김형준 대표를 만나 음성을 통한 인지평가라는 혁신적 접근에서부터 임상 검증과 혁신의료기기 지정까지 ‘스픽’의 시장 진출과 에이블테라퓨틱스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스픽으로 12%의 치매 의심군을 찾아내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올해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부천시와 함께 3,000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AI 콜을 통한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71명(12%)을 치매 의심군으로 선별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국가 통계보다 훨씬 높은 발견율이다. AI 콜로 의심자로 분류된 어르신은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해 8문항 표준형(10분) 검사를 받고, 여기서도 계속 의심 판정이 나면 치매안심센터로 인계했다.
치매 조기 발견은 막대한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의료 기술이 어떻게 공공 정책과 결합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저희 솔루션의 사회적 가치를 달성한 예입니다. 무엇보다 AI 콜로 대량의 검사를 한 번에 수행하고 스크리닝하게 되면서 행정비용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음성 데이터로 뇌를 읽다
그렇다면 음성으로 어떻게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해 낼 수 있을까?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들의 음성에는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말의 속도, 음성의 떨림, 음성의 강약 변화, 음절 간의 간격 등 수십 가지 음성 특성이 변한다. 스픽은 건강한 뇌와 손상된 뇌가 만들어내는 음성의 차이를 수치화한다. 김 대표는 “AI 알고리즘은 사람이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를 감지합니다. 그 미묘한 변화들이 쌓이면서 결과를 도출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스픽’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스픽은 매우 간단합니다. 우리가 제시하는 10 여개 문제에 답변하면, 그 음성을 알고리즘이 분석해서 즉시 결과를 보여줍니다. 소요 시간은 10~15분 정도입니다.”
스픽의 핵심은 음성 데이터의 스펙트럼 이미지화와 딥러닝 알고리즘에 있다. 사용자의 음성을 주파수 분석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한 뒤, 이를 학습된 패턴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한 에이블테라퓨틱스는 1만 2,500개의 노인 음성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학습했다.
스픽은 음성을 이미지로 변환한 후 패턴을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언어로 검사를 받든 동일한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에이블테라퓨틱스가 대만에서 개발 중인 중국어 버전의 스픽도 한국어 버전과 동일한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스픽이 글로벌로 확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아
스픽은 지난해 말부터 헬스케어 버전을 200여 개의 데이케어센터, 요양시설, 노인복지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헬스케어 버전은 모바일 앱, 웹, AI 콜(전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공된다.
에이블테라퓨틱스는 올해 399명을 대상으로 한 확증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환자를 합친 ‘비정상’ 판별에서 실제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정확히 진단할 확률 즉 85.7%의 민감도를 보였다.(경도인지장애 민감도 79.6%, 치매 민감도 92.0%) 민감도는 실제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진단할 확률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사의 최종 진단 대비 85.7%를 맞춘다는 뜻이다. MMSE-2와 비교하면, 스픽의 경도인지장애 민감도(79.6%)가 MMSE-2(62.7%)보다 17%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정상인을 정상으로 정확히 분류하는 특이도는 74.3%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스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달 11월에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받았다. 스픽이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로 인증받게 되면, 병원에 서비스 공급을 할 수 있게 된다.
경도인지장애 선별을 위한 LLM 및 바이오마커 개발
에이블테라퓨틱스는 LLM(Large Language Model) 기반의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미국 MIT 미디어랩과 지난 4월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고, 일본 국립대학원 대학교 JAIST(北陸先端科学技術大学院大学)와도 연구를 시작했다.
스픽은 앞으로 ‘드로잉’과 ‘시선 추적’ 기술을 추가할 계획이다. 드로잉을 통해 그림의 특성뿐만 아니라 펜의 속도, 떨림, 공중에 떠 있는 시간 등을 모두 분석할 수 있다. 눈의 움직임도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하는 중요한 바이오마커다. 화면의 특정 영역에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 시선의 이동 속도, 응시 패턴 등이 모두 인지 기능을 반영한다. 음성, 드로잉, 시선 추적, 이 세 가지 바이오마커를 결합해 분석하면 진단 정확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 멀티모달 바이오마커의 결합은 내년 말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단 및 치료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2027년 출시 예정이다. 인지운동훈련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66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진행한 임상에서 11.7%의 인지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이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지에 지난 6월 발표했다.
“아동청소년 우울증 연구를 통해 확보한 역량을 노인 우울증, 젊은층 우울증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의 가장 흔한 BPSD(행동심리증상)가 우울증이므로, 이 기술은 치매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겁니다.”
공기청정 로봇 제조사와도 로봇에 스픽을 탑재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돈을 버는 것만큼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반의 헬스케어를 통해, 어르신이든 사회적 약자든 의료 취약계층이든, 소득이 적은 사람이든 손쉽게 접근하고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건강 불평등은 시급한 사회 문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최신의 의료 기술에 접근할 수 있지만, 취약계층은 기본적인 건강 관리마저 어렵다. 스픽은 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몇 마디 말로 치매를 조기 발견한다는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구현하기까지는 수 많은 음성 데이터, 수많은 임상시험, 그리고 무엇보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의료 불평등을 줄이려는 의지가 필요했다.
“에이블테라퓨틱스의 궁극적 목표는 인지 건강을 포함한 정신·신경 질환을 AI와 디지털 기술로 모든 사람이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스픽은 인지 건강을 지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인지 건강의 시대를 만드는 과정, 바로 그것이 에이블테라퓨틱스의 다음 장이 될 것이다.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