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결산] 확 바뀐 팁스(TIPS)… 딥테크·글로벌에 '집중'

- 중기부 예산 15조 시대, '나눠주기식' 지원 끝내고 '초격차' 키운다 2025년은 대한민국 스타트업 정책의 패러다임이 '보편적 지원'에서 '선별적 집중 육성'으로 완전히 전환된 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예산을 15조 3천억 원 규모로 편성하며, 그간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해 온 팁스(TIPS)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핵심은 "될성부른 떡잎에 물을 몰아준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2026년부터 적용될 '팁스 고도화' 방안이다. 정부는 기존의 복잡했던 지원 트랙을 단순화하는 대신, 진입 장벽을 대폭 높였다. 민간 투자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선투자금 조건이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 조정(수도권 기준)될 전망이다. 이는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 단계에서부터 배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민간 투자사의 선투자 심사를 통과한 기업만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민간 주도 선별' 구조가 제도화되는 셈이다. 대신 선발된 기업에 대한 지원은 파격적이다. 지원금 한도가 최대 10억 원(민간 투자 포함 시)까지 늘어나며, 해외 벤처캐피탈(VC)로부터 1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팁스'가 신설되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한다. '인공지능'과 '지방'… 예산 투입의 두 가지 축 정책 자금의 흐름은 정확히 'AI 초격차'와 '지방 소멸 대응'을 향하고 있다. 모태펀드 예산은 1.1조 원 규모로 증액되어 AI, 로봇, 바이오 등 국가 전략 기술 분야에 집중 투입되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정책이 실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와 지역 벤처펀드의 활약으로 2025년 비수도권에서도 에이바이오머티리얼즈 등 13개 스타트업이 1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시리즈 투자를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부산, 대전 등 지역 거점에서 기술 기반 창업이 정책 자금을 마중물 삼아 자생력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별 특화산업과 연계한 벤처펀드 조성을 확대하고, 대학 연구소 및 지역 거점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사업화를 촉진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승계·성장금융 논의의 가속… BDC 도입 공론화 2025년 하반기 정부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목표로 하는 입법 구상을 본격화했고, 특히 M&A형 기업승계를 제도화하는 특별법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는 중소기업 M&A 시장을 제도적으로 활성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은퇴하거나 사업을 정리할 때 적절한 승계 경로가 부족해 기업이 폐업하거나 가치가 훼손되는 사례가 많았다. 새로운 승계 특별법은 M&A를 통한 경영권 이전을 촉진하고,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을 통해 승계 과정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아울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등 성장금융 인프라 개편 논의가 공론화되며, 민간 장기자본을 유인할 구조적 대안이 제시되었다. BDC는 상장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기구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스타트업 및 성장기업 금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책 제안 차원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은 반면, 실제 집행에서는 예산 우선순위·행정 실행력의 제약이 변수로 남아 있다. 한 정책 전문가는 "제도의 방향성은 명확하나,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행정 절차의 간소화와 집행력 강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팁스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글로벌 지향성'의 강화다. 신설되는 '글로벌 팁스'는 해외 VC로부터 이미 투자를 유치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네트워킹·현지화 지원을 집중 제공한다. 이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사업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의 상당수는 창업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설정하고, 영어 기반의 서비스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정책 변화와 관련해 익명의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예산을 쪼개서 다수에게 나눠주던 관행을 끊고, 글로벌 유니콘을 키우기 위한 '승자 독식' 구조를 정책적으로 용인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6년 팁스 개편안은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내수용 서비스로는 어림없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완화 요구는 여전… 행정 절차 간소화 시급 동시에 창업자들은 행정절차·서류간소화 등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며, 이는 스타트업 성장의 실무적 걸림돌로 지적된다. 설문·리포트에서도 규제 완화 요구가 상위권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팁스 신청 과정에서 요구되는 서류와 증빙 자료가 과도하게 많고, 심사 기간이 길어 실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디지털 행정 시스템을 통해 서류 제출 과정을 간소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승계 법안·BDC 도입이 입법·제도화될 경우 M&A·스케일업 환경이 개선되어 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효성 확보를 위한 집행력과 행정 절차 간소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한 스타트업업 대표는 "정책 방향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활용하려면 복잡한 행정 절차와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해서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이라며 "정책 설계만큼이나 집행 과정의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확보가 관건… 집행력이 성패 가른다 2026년 정책 환경은 준비된 스타트업에게는 기회, 준비되지 않은 곳에는 재앙이 될 것이다. 팁스 선정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며, '글로벌 진출'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자격 요건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복지'에서 '육성'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함에 따라 창업자들 역시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사업 모델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민간 투자와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형성되는 새로운 생태계에서, 기술력과 시장 검증을 모두 갖춘 스타트업만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승계·성장금융 제도의 정착 여부는 한국 벤처 생태계가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정책 입안자와 실무 집행자,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 모두의 지속적인 소통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https://www.venturesquare.net/1029915 https://www.venturesquare.net/1029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