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디지털 혁명의 미래

사용자 삽입 이미지영화 <토털 리콜>은 정신보다는 육체로 연기를 펼치는 주연배우를 앞세워 “기억이 없다면 정체성도 없다”는 복잡한 메시지를 전달해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얘기를 떠나 잠시 영화 속 미래는 한 개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걸 기억하는 완전한 기억(Total Recall)의 시대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고든 벨은 지난 2002년부터 이런 완전한 기억의 시대를 대비한 프로젝트 ‘마이 라이프 비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을 모두 디지털화해 저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낸 책 <디지털 혁명의 미래>는 이런 완전한 기억의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책에서 ‘망각에 대한 두려움’이 거대시장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통 우리가 기억이라 부르는 건 생물학적 기억을 뜻합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기억이라는 건 주관적이며 고르지 않고 감정에 치우치거나 자아의 검열을 받고 인상에 근거하고 변하기도 쉽습니다. 이에 비해 전자기억이라는 건 객관적이고 냉정하며 무미건조하고 가차없이 정확합니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책에서 언급한 영화 <파이널컷>의 줄거리는 이런 완전한 개인의 기억을 위한 도구를 상상합니다. 영화에선 아기가 태어나면 조라고 불리는 이름의 메모리칩을 뇌에 이식합니다. 이 메모리칩을 통해 아이들이 보고 듣는 모든 걸 기록하게 되죠. 도널드 노먼이라는 작가도 1992년 발표한 소설을 통해 미래에선 모든 사람이 테디라고 불리는 개인 생활 기록기, 라이프로깅(Lifelogging. 삶의 모든 것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것) 기기와 함께 다닐 것이라고 상상한 바 있습니다.

저자는 실제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센스캠이라는 걸 목에 걸고 다니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20초 단위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든 걸 기록하고 보관할 것이라는 생각이 물론 지금이 처음은 아닙니다. 빌 게이츠는 지난 1995년 자신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에서 “언젠가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할 것”이라고 쓴 바 있습니다.

한편으론 참 멋지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의 여행이 한 편의 영화가 되고 일상의 기록을 통한 라이프로깅을 후대에 남긴다. 이런 ‘디지털 불멸성’을 통해 책은 자신의 아바타가 후대와 대화를 하는 등 상호작용을 하게 될 미래를 그려보기도 합니다. 저자가 투자했다는 마이사이버트윈 같은 곳은 즉석 메신저에서 아바타가 원하는 대로 대답할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이기도 한데 이 정도로 미래에 대한 상상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금도 존재하는 파멘토(www.famento.com) 같은 자신의 가족을 위한 전자기념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방대한 작업이 될 건 분명하겠죠.

완전한 개인화는 의료 분야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EU는 지난 2004년 전자건강활동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전자처방과 전자기록을 다른 병원에 보내기, 원거리 상담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헬스볼트(www.healthvault.com)나 구글의 구글헬스(www.google.com/health) 역시 개인적인 의료 정보를 저장하고 보호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이런 정보는 건강관리 제공자와 공유할 수도 있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교육분야도 좋은 예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이러닝 같은 전자강의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이런 전자강의와 전자기억을 결합한 전자교과서는 교육 효과를 높여줄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것이죠.

개인적으론 모르던 소프트웨어지만 데본싱크 같은 개인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가 지금 당장은 이런 개인화에 도움을 줄 수단이 되겠습니다. 간단한 생각을 텍스트 파일로 정리하거나 외부 파일을 끌어와 정리하고 웹사이트를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빠르게 분류하고 빠르게 찾아준다고 하네요.

결국 개인 정보가 됐든 뭐가 됐든 방대한 정보는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검색의 문제로 귀결됩니다(다시 구글 vs 마이크로소프트를 떠올려야 할까요?). 책은 검색에 대해선 ‘실마리와 인간의 두뇌 같은 연상기억’이라는 이론적 언급만 합니다.

저자는 개인도 개인이지만 이미 기업은 이런 전자기억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HP는 MIT와 손잡고 조직의 모든 기록이나 자원, 자료를 제공해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패키지인 디스페이스(www.dspace.org/)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런던시가 시 전역에 감시카메라를 달겠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고 구글은 구글스트리트뷰 등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죠. 물론 이건 저자가 말하는 개인적인 완벽한 기록과는 조금 다른 면도 있지만 결국 완전한 기억이란 불완전한 보안을 필연적으로 걱정하게 만들기는 합니다.

아무튼 책은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거슬리는 건 저자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나 서비스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것(ㅋ)과 지금 당장 완전한 기억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설명하는 데에선 상상력은 사라지고 지루함이 컸다는 정도. 모든 게 기록될 미래의 명암을 두루 생각하게 하는 책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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