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소유와 분배 구조를 완전히 바꾸고 싶었습니다.” LG CNS에서 태양광 사업팀장을 맡았던 시절, 함일한 대표는 대규모 토지 개발 사업의 한계를 목격했다. 산을 깎아 짓는 나대지 태양광은 환경 파괴와 주민 수용성 문제로 몸살을 앓았고, 로비와 인허가 과정은 거대 자본만을 위한 폐쇄적인 게임처럼 보였다. 그 경험을 거쳐 에너지 빅데이터 스타트업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경험한 한 대표는, 재생에너지 시장도 기술로 혁신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어 2018년 에이치에너지를 설립했다. 함 대표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전기의 1도 모르는' 수학자와 개발자가 전기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기 산업은 오랫동안 전문가와 대자본의 영역으로만 남아 있었다. 전기 엔지니어와 대형 시공사만이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여겨졌고, 투자도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함 대표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던 누구나 참여 가능한 재생에너지 시장을 꿈꿨고 그것을 실현해 냈다. 에이치에너지는 2024년 1천억 원의 매출을 돌파했으며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AA 등급을 획득했고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타이틀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동탑산업훈장도 수상했다. 서울 강남 소재 에이치에너지 사무실에서 함일한 대표를 만나 에이치에너지가 꿈꾸는 에너지 공유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규모 ‘공사’가 아닌 ‘롱테일’ 시장에 집중 그렇다면 에이치에너지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에너지 시장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기존 태양광 기업들이 대규모 토지 개발 '공사 중심'의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다면, 에이치에너지는 데이터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본이 접근하기 어려운 '롱테일 시장'에 집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재생에너지를 인프라 시장으로 봅니다. 하지만 태양광은 달라요. 변동성 때문에 단순히 땅을 사서 발전소를 짓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이는 대형 호텔 하나를 운영하는 것과 에어비앤비처럼 수 천 수 만 개의 객실을 전국에 뿌려 놓고 운영하는 것의 차이와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을 기술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 대표는 재생에너지 시장은 기존의 에너지의 틀과 자본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에너지 산업혁명'이라고 설명하면서, 산업혁명은 정부가 주도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에너지 인프라인 선로를 깔고 규제 제도를 정비하는 데 한정되며, 실제 혁신은 이 기반 위에서 기술로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같은 민간 기업들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치에너지는 태양광 시설의 공간 확보, 자금 조성, 시설 운영, 전력 판매라는 네 가지 과제를 플랫폼으로 연결했다. '솔라쉐어'가 지붕을 발굴하고 설계를 표준화하면, '모햇'이 투자자를 모집해 자금을 조성하고, '솔라온케어'가 발전소를 예측 관제 기반으로 운영해 수익 안정성을 높인다. 전력소비가 큰 사업장을 대상으로는 '솔라쉐어바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솔라쉐어바로는 기업이 RE100 전기를 구독할 수 있는 EaaS 모델 기반의 플랫폼이다. 사업주는 초기 투자 없이 지붕에 태양광을 도입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20년 간 고정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이렇 지붕 발굴부터 수익 배분까지 전체 과정이 자동화·표준화되면서 분절된 각 단계가 통합되고, 거대 자본 없이도 누구나 에너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태양광 설치 가능한 지붕을 찾아내 설계까지 한 번에 그렇다면 태양광을 설치할 유휴 공간은 어떻게 찾을까? 지붕의 주소만 입력하면 설계안이 자동으로 생성돼 전기 설계 전문가의 현장 방문과 대규모 엔지니어링 과정 없이도, 지역의 소규모 시공사도 시공할 수 있다. 솔라쉐어는 생성형 AI로 위성 지도를 분석해 현장 방문 없이 전국의 유휴 지붕을 발굴하고, 최적의 설계를 자동으로 제안한다. 에이치에너지는 이 과정을 'Core Project'라 부르는 AI 기반 업무 혁신으로 체계화했다. 먼저 'Pathfinder'가 위성 사진으로 건물 지붕의 태양광 설치 가능 영역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발전 용량까지 산출한다. 다음으로 'Synapse'는 설계도, 사양서, 안전 계획서 등 지붕 태양광 발전소 공정에 필요한 행정 문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그리고 'Guardian'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적용해 플랫폼 서비스들의 상품 설계와 각 서비스별 입출금을 자동으로 검증한다. 누구나 투자 가능...민주적 의사결정으로 안전한 투자 보장 모햇은 설계된 발전소에 투자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역할을 한다. 협동조합 구조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100만 원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 투자 기간은 6개월, 1년, 3년, 5년 중 선택할 수 있다. 현재 누적 가입자는 21만 명, 누적 투자금은 4천200억 원을 넘어섰고, 평균 수익률은 10.9%다. 협동조합 구조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다.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1인 1표를 원칙으로 하므로, 투자 금액과 관계없이 의사결정권이 동등하다. 중요한 결정은 과반이 찬성해야 진행되며, 약 1만 5천 명의 실제 투자자들이 대의원 총회를 통해 사업 계획과 예산을 직접 결정한다. 에이치에너지는 최근 기업 투자까지 확대했다. 현재 B2B 비중은 약 20% 정도지만, 올해는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올해 투자 규모는 약 4천500억 원으로 예상되는데, B2C 1천500억 원과 B2B 3천 억 원으로 나뉠 예정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발전소 운영 관리 발전소 건설 완료 후 중요한 것은 운영이다. AI 기반 SaaS '솔라온케어'와 그 핵심 도구 'Helios Matrix'는 발전소를 최고 효율로 운영하며, 장애 발생시 100% 대응해 발전 손실을 최소화한다. 더불어 이상 발생시 30분 이내에 파악하고 즉각 대응한다. 모햇의 투자자들이 약속받은 10.9%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솔라온케어의 정교한 운영 덕분이다. 솔라온케어는 전국 5천 개 이상의 분산형 발전소에서 수집한 운전 데이터와 센서 계측 데이터를 딥러닝 AI 모델에 학습시켜 국내 최고 수준의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확보했다. 단순 예측을 넘어 예측-관제-제어 전 과정을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며,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온라인 제어 시스템으로 즉시 발전소 출력을 조정하고 장애 예지보전도 제공한다. 전기 판매해 수익은 투자자에게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솔라쉐어바로'를 통해 기업에 판매된다. 한전 요금보다 최대 28% 저렴한 kWh당 140원의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다. 산업용 전기료가 올라도 20년간 가격이 고정되어 변동 위험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는다. 덤으로 RE100 달성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 구조 속에서 한전 요금과 에이치에너지 계약 가격의 차이가 수익이 되고, 이 수익이 모햇의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서 운영, 판매까지 완전한 순환이 완성되는 것이다. “네 가지 서비스가 각각 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 하나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솔라쉐어가 지붕이라는 물리적 자산을 표준화하고, 모햇이 자금이라는 금융 자산을 모으며, 솔라온케어가 운영 역량으로 수익을 만듭니다. 솔라쉐어바로는 지붕 위 재생에너지를 기업들이 저렴하게 사용해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각 단계가 완벽하게 자동화되고 프로세스화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지붕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는 순간부터 반 년 내에 발전소가 완성되고 수익 창출이 시작됩니다.” 에너지 공유 경제의 완성 에이치에너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에너지 공유 경제의 완성'이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넘어 투자부터 거래까지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지역 내에서 에너지가 선순환되는 생태계를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가 지불하는 전기 요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개인 투자자와 건물주에게 돌아가는 '에너지 자본의 국산화'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우리 집, 우리 차, 우리 회사의 모든 전기가 에이치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세상 만들기다. “투자자, 생산자,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건물주, 시공 업체, 지역 모두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유 경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거래 시장의 확대다. 에이치에너지는 전국 발전소를 SaaS로 운영 관리하면서 정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각 발전소의 특성, 개선에 따른 발전량 변화를 계산할 수 있다. "발전량을 계산하면 발전소를 밸류업하는 것도 가능하고 나아가 M&A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부동산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매매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죠. 에이치에너지는 전기 선물 시장까지 구상하고 있다. "현재 전력 시장은 발전사와 기업이 20년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요.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중소 기업들은 이런 계약을 맺기 어렵습니다. 1년 단위 계약은 가능하지만, 나머지 19년의 가격 변동 위험이 남아요. 전기 선물 시장은 이 리스크를 상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발전소 전기를 직매입해서 선물과 현물을 함께 판매할 수 있고, 이는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통로가 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유통 시장으로의 확대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충전 인프라는 한전이나 제3 사업자가 담당하게 된다. 에이치에너지는 여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우리 차에 쓰는 전기도 에이치에너지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로컬 커머스'도 가능하죠. 내가 낸 전기요금이 지역 발전소 투자자에게 가고, 그 수익으로 지역 시장에서 소비하며 혜택을 받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에이치에너지는 전국의 유휴 지붕을 에너지 자산으로 전환하여, 전기 엔지니어 없이도 누구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에너지 자본이 대기업과 기관 투자자에게만 집중되는 구조를 깨뜨리고, 평범한 개인과 건물주들도 에너지 자산을 소유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를 열었다. 석유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 에이치에너지는 그 전환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현했다. 에이치에너지가 그려낸 재생에너지 시장의 미래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