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자는 NDA(비밀유지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투자 검토를 하다 보면 가끔 NDA(비밀유지계약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하시는 기업가분들이 계십니다. 왜 그렇게 요청을 하시는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사실상 venture capital이 NDA를 쓰는 일은 없습니다 (뭐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을테니 ‘거의’ 없다고 해두죠) 사실 이 주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주 오랫동안 논의가 되었었던 주제이고, Reputable한 VC들은 NDA를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 되어버렸습니다. (참고로 유명 VC 블로거인 Mark Suster도 동일한 주제로 글을 썼는데 참고하세요)

물론, 기업가 입장에서는 ‘내 전부를 걸고 하는 사업인데 어떻게 믿느냐’라고 하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진심으로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가분께서 저희 투자 side로 오셔서 1년만 일해보시면 왜 저희가 NDA를 sign하지 않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많은 기업들이 유사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오십니다. 원인을 생각해봤는데, 사업아이템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어떤 정보(예를 들어 신문, 리서치 보고서 등)를 기반으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정보를 접한 사람들 중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비즈니스모델이 유사한,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 같은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한국에만 500개가 넘는다고 하죠?) 정말 처음에 들었을 때 ‘와 이 아이디어 진짜 좋다’라고 생각했던 그런 것까지도 1~2개월 내에 다른 기업한테 듣게 되는 경우가 정말 있습니다. 정말 신기하고 가끔은 소름끼칠정도로.

그런데 NDA라는 문서를 체결하게 되면 우리가 정보를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입증책임’이 VC한테 오게 되는 것이고,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정보를 넘겨준 것은 오히려 입증이 가능하지만,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다는 것은 오해를 받고 있는 기업의 구두 설명 정도가 있을 것인데, 그것으로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수긍하지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불리하다고 생각하시는 기업가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시면 VC는 잃을 것이 많은 회사입니다. 제가 위에서 Reputable한 VC는 NDA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 VC의 ‘브랜드’는 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중요합니다. 만일 투자 검토하고 있는 회사의 정보를 다른 곳에 넘겨준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 일이 업계에 알려진다면 저희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 정보를 다른 곳에 넘겨줘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지만) 저희가 잃을 것이 훨씬 많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정보를 다른 곳에 넘겨주는 것이 밝혀지면 앞으로 기업가분들이 저희한테 투자를 받으러올까요? 제 생각에는 VC의 브랜드를 믿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건의 잘못된 투자 검토로 인해 10년-20년 동안 쌓아올린 브랜드를 망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그래서 브랜드가 좋은 VC인지 아닌지를 검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 VC의 브랜드에 대해서 적었었죠)

그리고 조금 더 근원적인 것을 말씀드리면, 아이디어가 좋다고 성공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동일한 혹은 유사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결국에는 실행력(execution)이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것이겠죠.

개인적으로 조언을 하면, 반도체 회로 설계 등 명백하게 특허로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지체하지 말고 특허를 등록하는 것이 맞다고 보여지고,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이긴 하지만 너무 좋은 BM을 발견하셨다고 생각하시면 BM 특허 등록을 시도해보시는 것이 맞고, 그리고 그 이후에는 ‘내 정보가 어디로 샐까’라고 걱정하시기보다는 그 시간에 어떻게든 그 사업이 되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사업 성공의 핵심은 아니라고 봅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jimmyrim.tistory.com/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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