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실수하는 UI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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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스티브 잡스(Steve Jobs)처럼 발표를 잘하고 싶어합니다. 잡스가 지닌 발표 능력은 참 다양합니다. 청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적절한 발표 자료, 자신감, 적당한 유머 등입니다. 간단하게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덕목만 적어 봤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잡스가 가진 능력은 평범한 사람들도 지닐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막상 발표해 보면 잡스처럼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발표를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잡스처럼 자연스럽게 발표하지는 못해도, 일반인이 자연스러운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도와주는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프레젠터(presenter)입니다. 다양한 디자인과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제품이 많지만, 프레젠터의 기능은 크게 보면 레이저 포인터, 뒤로 넘기기, 앞으로 넘기기에, 가끔 첫 화면으로 가기, 마지막 화면으로 가기 기능도 있습니다.


이런 프레젠터를 사용하면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해서, 파워포인트 화면 이동을 조작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죠. 하지만 발표가 서툴거나 몸과 뇌가 원활하게 싱크 되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앞으로 넘기기’ 버튼을 누른다든지, ‘레이저 포인터’ 로 지시한다고 생각하고 사정없이‘뒤로 넘기기’ 버튼을 연타해서 검은색 화면을 보여줄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외국인 교수님 한 분을 모시고 세미나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이 프레젠터를 준비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회사에서 사용하는 프레젠터를 드렸습니다(그림2-3). 교수님은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세미나의 흥미를 돋우려고 상품이 걸린 퀴즈를 내셨습니다. 세미나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세미나 내용을 끝까지 들어야 알 수 있는 퀴즈였죠. 퀴즈 상품이 걸렸다고 재미없는 세미나가 재미 있어지지 않지만, 흥미 있는 세미나였기에 참석자들이 상품을 타고자 더욱 집중해서 듣는 듯했습니다. 세미나는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교수님이 일정한 속도로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설명하시는데, 어떤 참석자가 갑자기 질문을 했습니다. 친절한 교수님은 그 참석자에게 세미나의 흐름을 끊었지만 참신한 질문이라고 칭찬하시고, 슬라이드 한 장을 두고 오랫동안 설명하셨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마치시고, 교수님께서 다음 슬라이드를 넘기시려는 순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를 넘기려면 아래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교수님 께서 실수로 오른쪽 버튼을 누르셨고, 퀴즈의 정답이 공개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황하신 교수님은, “앗! 나의 실수.” 하고 사과하셨습니다. 정답이 공개 되었기에 퀴즈는 허무하게 끝나버렸죠. 어쨌든 세미나는 잘 마무리되었고 질의응답까지 끝났습니다. 상품의 주인을 찾지 못하신 교수님께서 참신한 질문을 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첫 질문자에게 상품을 일방적으로 주셨습니다. 어차피 상품 전달이야 교수님 마음이었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많이 아쉬운 듯했습니다. 심지어 저와 같이 참석한 동료는, 그 질문자가 일부러 자신이 선물을 차지 하려고 교수님의 실수를 유발해서, 참신한 질문을 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 을 제기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 똑똑하신 교수님께서 왜 그런 실수를 하셨을까요? 우리가 날마다 저지르는 일상적인 실수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프레젠터에 원래부터 실수를 저지르게 할 만한 요소가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깁니다.


대응(mapping)은 두 사건 간의 관계성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노먼은 ‘통제장치 혹은 통제장치의 작동’ 과 ‘통제장치의 작동으로 일어나는 결과’ 사이에서 나타나는 관계성을 대응이라고 불렀습니다.[노먼07] 예를 들어, 방에 있는 전등을 켜려면 전등 스위치를ON에 두고, 전등을 끄려면 전등 스위치를 OFF에 두죠. 따라서, 전등스위치와 전등에는 대응관계가 2개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대응과 교수님의 실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교수님이 사용한 프레젠터에는 ‘앞으로 넘어가기, ‘뒤로 넘어가기’ , ‘첫 슬라이드로 가기, ‘마지막 슬라이드 가기’ 의 기능이 십자 모양의 버튼에 배열되었죠. 즉, 파워포인트 기능과 프레젠터 십자 모양 버튼 사이에는 대응관계가 네 개가 존재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십자 모양 버튼에 각 기능은 일정한 규칙으로 배열됐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디자이너가 생각한 규칙입니다.


프레젠터 사용자가 ‘뒤로가기’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면, 사용자는 전적으로 십자 모양 버튼을 보고, 십자 버튼의 어느 쪽이 ‘뒤로가기’ 기능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물론 프레젠터 주인에게 물어보거나, 아니면 설명서를 읽거나 혹은 간단하게 버튼을 눌러봄으로써 어떤 기능이 어떤 방향과 대응되는지 알아낼 수 있지만, 교수님처럼 오랫동안 설명하고 나서는 그 대응관계를 잊어버리면 실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교수님 같은 분들에게 맞도록 대응을 바꿔서 ‘뒤로가기’ 를 오른쪽 방향으로 옮기는 해결책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 아래 방향을 ‘뒤로가기’ 로 간주하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응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우리 개발자가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대응관계 때문에 어어떤 사용자는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은 잊지 마세요(그림2-4)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미 출판된
<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의 글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참고문헌
[노먼07] 『디자인과 인간심리』 , 2007, 학지사, 도널드 A. 노먼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361

About Author

/ root@talk-with-hani.com

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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