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에세이 (11)] 사외 벤처 발전기

“개방이 바로 혁신” 사외 벤처 잇단 성공 신화
우리나라 첫 사외 벤처는 1990년 대원전자
세계 최초 인공심장 개발은 식약청 제재로 포기
코메드 · 인포피아, 의료산업 성장 이끈 역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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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측정 기술을 특화해 세계 30대 미래 세계화 기업에 선정된 인포피아의 직원들이 클린 룸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내 벤처의 성장으로 메디슨의 국내외 영업망은 날로 새롭게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과 인원 300명의 메디슨 내부에서 공급되는 사내 벤처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

1995년 상장을 앞두고 우리는 생각했다. 왜 외부의 우수한 인력과 회사를 신 기술 개발에 끌어 들이지 못하는가. 한국에서 동원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해야 소위 GE 지멘스 필립스라는 GPS에 필적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혁신을 개방적으로 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개념이었으나, 이로부터 8년 후인 2003년 미국의 체스브로 교수에 의해 발표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바로 우리가 시도했던 시대를 앞서간 활동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기업군들을 우리는 사내 벤처에 대비해 사외 벤처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바 있다.

최초의 사외 벤처는 90년 합작투자로 설립한 대원전자(한진호 사장)이었으며, 이후 프로소닉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적인 상장을 하게 된다. 이 회사는 초음파변환기 회사로 음향학의 대가인 성굉모 교수와의 연구과제로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 이 회사의 변환기 기술을 기반으로 초음파 사업의 결정적인 핵심 소자인 인체에서 초음파 신호를 얻는 탐촉자(probe)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합작 투자할 때, 대부분의 전문가는 회의적으로 보았으나, 결국 이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많은 분들을 실망시킨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94년 미래의 꿈 같은 기술인 ‘인공심장’ 연구에 도전하게 된다. 인공심장은 전자 재료 제어 통신 에너지 등 온갖 기술의 복합체이기에 당시 한국이 도전한다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그런데 서울대 민병구 교수 팀은 이를 무려 10년 전에 시작해 고려대의대의 성경 교수와 동물 임상 단계까지 진입하고 있었다. 이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고 영입한 김종원 박사와 설립한 회사가 바이오메드랩이다.

민 교수와 바이오메드랩은 놀랍게도 99년 미국보다 한달 앞서 세계 최초로 환자 이식에 성공하는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이룩했으나, 식약청의 제재로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세계 시장 규모가 500억불이 넘는 엄청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친 아쉬움은 지금도 관련 기술자들의 가슴에 한이 되어 있다. 이 회사는 이후 파생기술인 DNA Chip 회사로 변모하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95년 어느 날 메카트로닉스에 일가견이 있는 임상희 사장과 그 일당이 모기업과의 문제로 찾아와 도움을 청해 스포츠클럽의 헬스장비를 담당할 회사로 영입하게 된다. 태하는 임상희 사장의 뚝심으로 생소했던 트레드밀 분야에서 꾸준히 전진해 이제 전세계 영업망을 구축하게 됐다. 이제 이 회사를 중심으로 스포츠 장비 영업망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성공의 핵심요소는 기업가적 도전 정신이라는 점을 새삼 증명시켜 주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95년 가을 코메드가 가세한다. 체외충격파 쇄석기라는 당시 수억원대에 달하는 첨단 장비를 개발한 한국계전이라는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회사의 한 부문을 인수하게 된다. 이후 이종수(현 누가의료기 부사장) 사장을 거쳐 현재는 이자성(전 메디슨 정책연구실장) 사장이 체외충격파 시장의 축소에 대응해 디지털 X-레이회사로 변신시키고 있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이나, 수출 전략적 강점이 있는 회사로 소개한다.

배병우 사장이 이끄는 인포피아는 96년 메디슨과 인연을 맺는다. 한국의 의료장비 분야에서 가장 취약했던 분야가 혈액분석, 뇨 분석 등 기초 임상병리 분야였다. 이 분야의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하여 기계 화학 전자가 집약된 융합기술을 풀어나갈 인재를 수소문한 결과 모두들 배병우 사장을 지목했다.

개발비를 지원하고 개발한 혈액분석기를 러시아에 수출한 결과는 전량 불량이었다.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배 사장은 아픔을 안고 이 사업을 접었다. 이후 인포피아는 혈액분석 기술의 일부인 혈당측정 기술로 특화, 세계적인 기업이 되고 상장에 성공한다. 올해에는 30대 미래 세계화 기업에 선정됐다.

참고로 이 기술을 메디슨의 위탁으로 개발했던 광운대 차근식 교수도 혈당기술로 아이센스라는 회사를 창업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고, 그 연구팀의 일부가 설립한 올메디쿠스도 나름대로 선전을 하고 있어 한국이 혈당기술의 주요 국가로 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암 조기 진단, 유전자 진단 등 많은 미래 기술 개발을 통하여 이 분야의 기업들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0년 메디슨은 약품 포장 분야의 대구 소재 유망 기업인 김준호 대표의 협신메디칼에 투자한다. 이 회사는 이후 독보적인 약 포장 기술로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미국 시장의 최대 공급회사로 자리매김하고 매출 이익이 30%에 달하는 초우량기업이 돼 기업가치가 수천억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키코 사태로 인해 내부 유보했던 수백억원의 현금이 사라지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세계를 앞서가는 디지털 약국 토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역경을 딛고 다시 초우량기업으로 우뚝 설 것을 기대한다.

역시 2000년 미래 한국의 성장 동력이 될 바이오 분야의 바이로메드와 싸이제닉(싸이젠하베스트 포함)에 출자하게 된다. 이중 김선영 박사의 바이로메드는 이후 바이오기업의 대표로 코스닥에 상장돼 바이오 기업들을 앞에서 이끌고 있다. 싸이제닉은 치매치료제의 임상을 완료하고 이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내 벤처에 이어 사외 벤처의 가세로 한국의 의료산업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지고 산업 성장은 3배가 증가한다. 혁신은 개방에서 온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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