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와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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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doug88888/4561376850/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도 워튼 스쿨에서 MBA 과정을 6개월 동안 다니면서 경제학에 대해서 조금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경제학은 꽤 재미있는 학문이다. 이에 대한 반박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경제학은 이 세상이 돌아가는 기본 법칙과 원리를 담고 있는 학문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경제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모델링 뒤에는 수많은 비현실적인 가정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제학 교수들은 – 특히, 워튼같이 저명한 학교의 교수들 – 마치 자기들이 모든걸 다 아는것 처럼 말을 한다. 어쩔때는 그냥 강의실을 나가고 싶었던 적도 한두번 있었다.

얼마전에 Financial Times에서 Luke Johnson이 이에 대해서 짧은 글을 올렸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고,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주셔서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한다.

경제학자들은 무역, 금융, 시장, 자본 등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나와 같이 현장에서 구르면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번드르한 논리와 이론의 한계점들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200만 청년 실업의 시대에 돌입했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율은 40%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하는게 아닐까? 고용은 누가, 어떤 조건하에서 어떻게 창출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까?
200만 청년 실업은 우리나라 차기 대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이슈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과 그들의 경제학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지는 안봐도 비데오다. 대기업의 사원 채용을 늘리거나,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한보따리씩 풀어놓으면서 다른 후보들의 비슷한 해결책이 왜 틀렸는지 TV 생방송에 나와서 서민들은 이해하지도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지들끼리 싸울게 너무나 뻔하다.

참으로 우습다. 한번도 제대로 된 회사에서 본인들 손으로 뭘 만들어 본적도 없고, 팔아 본적도 없는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왜 이런 간단한 사실을 정부와 재경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또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경제학자들은 공무원들이다. 즉, 정부를 위해서 일을 하는 인간들이다. 그들의 full-time title은 ‘경제학자’이며, 매일 9시 부터 5시까지 하는 일이 자본주의에 대해서 연구하는 거지만, 진작 그들은 세계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사기업 (private enterprise) 활동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이 어떻게 원자재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지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최종 소비자들의 손으로 들어가는지를 경제학자들은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지 실제로 비즈니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나는 가방끈도 짧고, 경제학자도 아니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경제학 상식은 수요-공급 곡선이다 (뭐, 이것만 알면 세상 돌아가는 모든게 설명 된다고는 하지만서도..). 대한민국을 비롯해서 세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내가 아는 유일한 해결책은 ‘창업’을 통한 고용 창출이다. 창업가들은 실전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논문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대신 그들은 상식을 벗어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아이디어를 제품화 해서 고용을 창출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창업가들을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경제학 공식을 전혀 모르는 비주류의 사람들도 간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떠한 경제학 교과서에도 ‘entrepreneur’에 대한 내용이 없는지도 모른다. 창업가와 대기업의 주축이 되는 과장/차장들한테는 경제학자들이 해마다 수백억을 들여서 가공하는 숫자들과 지수들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들한테 당장 중요한거는 세계 경제나 글로벌 시장의 성장율이 아니라 그들의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만족해하고, 물건을 하나 팔때마다 마진이 충분한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소위 세계 경제를 지배한다고 하는 Alan Greenspan이나 Paul Krugman과 같은 경제학자들보다 오히려 내가 자주 가는 빵집의 제빵사들이 세계 경제에 더 많은 공헌을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들과 같은 지식이나 우아함은 없을지언정,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말도 안되는 수학 공식보다 우리 사회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모든 경제학자들은 직접 창업을 해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들은 자본주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을것이다. 직접 창업할 용기가 없는 경제학자들은 – 아마 대부분이 그럴것이다 – 그냥 스스로를 ‘철학가’라고 부르는게 더 맞을거 같다. 고용창출을 위해서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창업가들이지 경제학자들이 아니다.

참고:
-Financial Times “The dismal science is bereft of good ideas” by Luke Johnson

글 : 배기홍
출처 : http://www.baenefit.com/2011/06/blog-po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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