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있어서 “투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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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께서 스타트업들을 위해 프라이머 페이지에 쓰신 글로 벤처스퀘어에도 기고해 주셨습니다.

주식회사 “고골”의 대표와 창업팀들은 지금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자신들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명의 공동창업자들은 유명 IT회사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아이템이 없는지 고민하고 주말 마다 모여 사업계획을 세우고 토론하곤 하다가 드디어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사무실을 내고 회사를 설립했다.

전적으로 ‘고골’의 서비스에만 하루 종일 시간을 투자하니 생각보다 우리가 준비하는 아이템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아이템이라는 공감과 서비스의 베타버젼만 완성해 세상에 보여줄 생각을 하며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다.

서비스 개발에 이제 6개월 이상을 매진하다가보니 자금의 여력도 앞으로 4-5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지만 삼개월정도 후에는 서비스의 베타 버젼이 완성될 거고 서비스를 오픈하면 창업투자사나 엔젤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투자를 받으면 된다는 전략으로 딴 생각하지말고 개발에만 매진하자고 서로를 격려한다.

신문이나 블로그 그리고 꿈을 이루는 많은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찬 청년들을 격려하는 책들에 “투자”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모두들 젊은 청년들에게 돈과 시간과 관심 등 좋은 것들을 투자해야 미래 사회가 밝아 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백번 지당하신 이야기이다. 정말로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창업가들 관점에서 “투자”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또 어떻게 잘 못 보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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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businesspictures/3835279419/

1. 투자는 구걸이 아니다.

투자를 요청하면서 ‘도와 달라”는 이야기와 ‘믿어 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술이 좋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가도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 이 팀은 남들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회사 경영과 영업을 제대로 할 자신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절대로 투자자들 앞에서 구걸하지 말라.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나의 취미생활에 남의 돈을 기부 받는 것이 아니다. 투자는 당연히 투자자들의 자본을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나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이다. 물론 이 말에 대한 탄탄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하겠지만.

2. 투자는 권리도 아니다.

투자에 대한 다른 극단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렇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못 알아보다니.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일을 돕지 않다니. 대기업의 지배하에 있는 한국 경제에게 자유를 주는 의미 있는 이 서비스에 당연히 투자해야만 합니다. 약간 과장 한 면이 있긴 하지만 많은 사업계획서와 투자설명서의 뉘앙스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자신의 사업/서비스에 너무 열심히 몰입한 나머지 이 사업으로 ‘세계의 평화’가 오는 것, 이 사업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으로 광신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기업’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단지 ‘좋은 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을 내서 돕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있거나 돈이 있는데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좋은 일을 반대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을 본다. 내가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투신하더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투자는 나의 권리가 아니다. 투자자의 권리이다.

3. 투자는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다.

서두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베타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보여주기만 하면 투자자들의 돈을 받아 다음 단계로 접어 들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혹은 사업을 하다가 돈이 떨어 질 때 쯤 되면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  먹고 살아 갈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업은 근본 원리는 “제품을 팔아서 돈을 받아 회사를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의 돈으로 급여를 주고, 투자를 받아서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를 받아서 마케팅을 하는 이론은 없다.

제품을 팔고, 영업을 하고, 조직을 슬림하게 유지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서, 투자자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곧’ 들어올 투자자금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 창업가들이 자주 만난다.

그야말로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는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투자자들을 만나고, 투자 제안서를 돌리고, 투자자들의 질문과 자료요청에 성실하게 응대하지만 그것이 본업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투자는 그야 말로 없어도 괜찮고(사실은 괜찮지는 않고 힘들고 어렵지만) 있으면 가속도가 더 나는 자동차 엔진의 연료첨가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연료첨가제만 넣어서 자동차가 달리지는 못한다.

4. 투자는 빚이다.

투자 역시 이자를 붙여서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본투자는 주식을 교환해 주기때문에 부채가 아니다. 부채처럼 갚아야만 하는 법적인 의무가 없다. 그렇지만 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을 다른 채권자들보다 더 소중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으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채권자보다 투자자는 더 나를 많이 믿었기때문에 그런 법적인 안전장치조차 포기하고 나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므로 더 확실하게 더 우선순위를 두고 갚아야하는 최우선의 채권자로 봐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참 춥고 허전하고 처량하게 느끼다가도 회사 통장에 돈이 약간이라도 들어와 있으면 직원들에게 “수고했는데 오늘 회식이나 한번 합시다”하게 된다. 진짜 화장실 들어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것과 같다.

투자 자금이 회사 통장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느슨해져서 직원을 쉽게 뽑는다던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사업이 아닌 즉흥적인 다른 사업을 벌린다던가, 심하게 나아가서는 사장 급여를 올리거나 BMW나 벤츠를 뽑는 일도 생긴다. 모두 다 투자자금이 들어오기 전에는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돈이 들어오면 마음은 느슨해 진다. 어디까지 느슨해질지 진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래서 투자는 빚이라는 생각을 창업가는 머리속에 넣고 또 넣고 되새이고 되새겨야 한다.

5. 투자는 아이러니칼 한 속성을 가진다.

투자하고 싶은 회사는 돈이 필요없고,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겁나서 투자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세상의 많은 진실들은 아이러니칼 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쉽게 말로 하는 명제들을 넘어서는 깊은 지혜는 그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명제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명제가 사업의 여러 분야에 그대로 적용된다. ‘망하면 절대로 안되는 사업가는 더 잘 망하고 더 크게 망’하는 속성이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반드시 투자를 받으려고 하면 아마도 투자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6. 왜 투자 받으려고 하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라. 

투자받은 벤처들이 신문에 나면 부럽다. 투자 받은 자금도 부럽지만 신문에 조명받고 축하받는 모습이 부럽다. 투자 받는 것이 벤처기업의 스펙쌓기의 일환이거나, 훈장이나 배지 수집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면서 왜 투자 받으려고 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제품 만들고 마케팅을 하는 사업의 본연의 임무를 잘하기도 바쁘고 시간이 부족한데, 이해관계자를 늘려서 사업을 복잡하게 하고 힘도 소모시키는 일을 하더라도 꼭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돈이 있으면 뭐든지 잘 할 수 있다’는 피상적인 신기루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주식회사 ‘고골’의 세 명의 창업가들은 투자자를 찾느라 보낸 지난 3-4개월이 정말 아쉽고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라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라면을 먹고 있다. 차라리 그 기간동안 용역이라도 하면서 돈을 모았으면 앞으로 5-6개월은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서비스 가입자도 많이 늘어서 유료화를 한번 시도 해 보기라도 했을텐데 하면서 아쉬워 한다.

투자자들이 달라는 자료를 만드느라, 자료를 주고나면 실적으로 보여 달라고 해서 그 자료에 맞추느라 억지로 이상한 기능을 개발하느라, 신문이나 언론에 기사를 내기위한 이벤트를 하고 언론사들을 만나느라 보낸 지난 수개월 동안 돈은 돈대로 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돈을 많이 써버렸던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돌아본다. 고객에게 가치있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업을 했었다는 것을 지나서 깨닫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도 늦지 않았으니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 제품/서비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하므로 두명의 공동 창업자들은 다시 취업 하기로 하고 한 명만 남아서 회사를 계속 꾸려 가기로 한다. 먼 길을 돌아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섰지만 이제는 한 눈 팔지 않고 고객에게 충성하고 고객에게 집중하고 고객이 스스로 돈을 낼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승부를 걸 수 있을 것같다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라면 국물을 나눠 비장하게 후루룩 마신다. 라면 국물을 마시지만 마음의 느낌은 무언가 다른 수준의 내공이 내 속에서 꿈틀대고 있으며 사업을 보는 눈이 달라져 있다는 생각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글 : 권도균
출처 : http://on.fb.me/p8nn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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