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의 ‘철학’이 기업 위기를 관리한다고?

기업의 위기관리는 기업의 철학이 한다.

“위기가 발생되면 모두 모여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는 액자를 바라보라”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의미를 이해는 하지만, 따르지 않는다. 아니 따르지 못한다.

일반인들은 이렇게 묻는다. “기업의 위기관리와 기업의 철학은 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너무 추상적인 듯 해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초 고통을 받는 곳은 일선 실무자들이다. 기업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서 말초신경 역할을 하기도 하며, 가장 먼저 통증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들 중 일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하거나 위기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많이 이야기한다.

“윗분들이 관심이 없고, 의지가 없는데 실무자인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왜 윗분들에게는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없을까? 이는 개인의 정치적인 이슈 이전에 기업의 철학이 온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전하지 못하다는 극단적 표현에 민감한 독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어떻게 그렇게 단편적으로 폄하를 하느냐 하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으로 의사결정 과정과 대화를 들여다보자. 과연 이 조직의 기업 철학은 어떤 모습일까?

위기관리시 CEO나 임원들의 대표적 의사결정 증상들과 주장들. 기업 철학을 엿보자!

  • 침묵에 대한 공감대
    기왕 이렇게 된 건데 우리가 또 뭘 이야기하겠어…
  • 의도적인 커뮤니케이션 회피
    그냥 조용하면 넘어갈 일이야. 시끄럽게 떠들지마…
  • 잘못에 대한 인정 보다는 운에 대한 불평
    우리가 잘 못한 게 뭐가 있어, 단지 재수가 없었던 거지…
  • 위기 불감증
    이런 건은 내가 입사하고 나서 부지기수였어. 그냥 알아서 해…
  • 언론 중심 의사결정
    자자…이제 점점 언론에서 기사들이 잦아 들고 있으니 그냥 지켜보자고…
  • 소비자 경시
    그 (소비자) 녀석이 원하는 게 뭐야? 누가 그 녀석을 좀 어떻게 못해?
  • 공감 부족
    꼭 오너께서 조문을 가셔야 해? 그리고 그 이전에 조문할 거리야 이게?
  • 예산 중심 의사결정
    무슨 소리야? 그렇게 하면 예산이 얼마나 드는데? 그 돈이 어디 있어?
  • 매출 중심의 의사결정
    이번 사건으로 우리 매출이 떨어질 것 같아? 아니지? 그것 봐 왜 당신은 오버야?
  • 표면적 쇼오프(Show Off)
    시끄러워. 그냥 일부만 보여주면 돼. 전량 리콜은 무슨…오버 하지 말자고.
  • 리더십 회피
    야 야…난 모르겠어. 그냥 실무선에서 알아서 해
    왜 그 골치 아픈 걸 나에게 이야기 해? 기획에서는 무얼 하고?
  • 리더십에 대한 눈치
    아이고..큰일 났다. 그 계열사 OOO사장은 이제 끝장이다. 회장님 아시면…
    큰일이에요. 회장님께서 오늘 아침 이 사실을 하시고 ‘버럭’ 하셨어요. 어떻게들 대응 할 건지 빨리 보고하세요.
  • 위기 시 직원들에 대한 무관심
    직원들한테는 모두 입다물라고 해. 쓸데없이 이야기들 퍼뜨리지 말라고 하고…알 것 없어.
  • 전근대적 미디어관 1
    기사 좀 막아봐. 홍보팀은 뭐 하는데야?
  • 전근대적 미디어관 2
    인터넷에서 애들 장난하는 짓에 휘둘리지 마…회사가 수준을 시켜야지…
  • 최악의 반응
    드디어…올게 왔구먼…

침묵하고, 회피하고, 지연시키고, 눈치보고, 대충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리더십을 회피하거나 리더십의 눈치를 그 어떤 이해관계자보다 먼저 본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가치나 시각은 아직도 전근대적이다.

기업 철학이 아직 진화하지 않은 증상들이다. 평소에는 화려한 TVC들과 가슴 뭉클 한 CSR 프로그램들로 기업의 가치는 빛을 내는 듯 하다. 활발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들과 출입기자들과의 관계가 회사의 수준을 나타내주는 듯 하다. 잘 나가는 매출이 자랑스럽고, 각종 상패를 받아 회사의 명성은 드높아 지는 듯 하다.

하지만, 기업의 품질은 평소가 아니라 위기시 정확하게 측정 된다. 기업의 철학이 도전을 받게 되는 상황이 곧 위기다. 그러나 평소 멋져 보이던 기업들이 위기 시 스스로의 품질과 수준에 대한 이미지를 어이없이 무너뜨리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기업들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시 더욱 더 화려한 TVC로 스스로 분식(粉飾/window dressing) 한다. 위기관리 사후의 이미지 재건작업이라 여기는 듯 하다. 하지만, 올바른 기업 철학의 베이스 없는 분식(粉飾/window dressing) 은 그냥 말 그대로 분식(粉飾/window dressing) 일 뿐이다. 향기가 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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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sanduskyregister.com/register-viewpoint/2007/sep/16/editorial-cartoon-gem-window-dressing
위기는 기업 철학을 시험하는 리트머스다. 그래서 섹시하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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