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진짜 천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8월의 깜짝 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2011년 8월은 IT 업계에서 여러가지 깜짝쇼가 있었던 달로 기록될 것이다. 스티브잡스의 애플 CEO사임, 전통의 HP가 선언한 PC포기 발표. 그 중에 하일라이트는 역시 구글의 모토로라 모바일리티(Motorola Mobility) 인수였다.

알려진 바와 같이 모토로라의 총 인수 금액은 125억 달러 (한화 14조원 정도)로 지금까지 구글이 진행한 기업인수 중 가장 큰 규모이다. 이전 기록은 온라인 광고 강화를 위해 온라인 광고회사인 더블클릭(Double Click)을 31억 달러에 인수했던 사건이며, 뜨거운 화재를 뿌렸던 유투브(YouTube) 인수도 불과 16.5억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인수금액 125억 달러는 구글의 총 보유현금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아무리 돈이 많은 구글이라도 결코 쉽게 결정할 만한 금액은 아니었을 것이다. 구글 역시 모토로라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 특허를 둘러싼 시장 상황

근래 삼성전자와 애플간에 모바일 특허와 디자인에 관한 소송이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총19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에 대한 결과가 향후 모바일업계의 관련 특허/디자인 소송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이러한 특허 공세는 같은 모바일 업계 내에서 뿐만 아니라 휴대폰 카메라에 대한 코닥의 특허 침해 소송이나 썬을 인수한 오라클이 제기한 자바관련 특허침해관련 61억달러의 손해배상과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들에게 대당 15~2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하였다.

모바일 업력이 짧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기술특허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텔(Nortel)과 협상을 통해 모바일 관련특허 600건을 인수하려 하였으나 애플/MS/오라클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불과 2달전인 6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토토라는 최초로 이동통신 기기를 만든 회사이며 가장 오랜 기간동안 모바일관련 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2011년 초 17,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등록예정인 특허가 7,000종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휴대폰제조 8위 업체로 몰락한 모토로라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보유한 24,000건의 특허를 이용하여 공격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모토토라는 2011년 1월 모토토라 모바일리티와 모토토라 솔루션으로 회사를 분할하여 모토토라모바일리티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였다. 한때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HTC에 밀려 8위로 추락하였으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안드로이드 태블릿인 Xoom 이 사실상 실패하자 적자가 심화되고 있었다.


모토토라에 대해 먼저 손을 내민 곳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모토로라가 가지고 있는 모바일 관련 특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었고 구글과 달리 하드웨어 제조부문을 제외한 특허만을 인수하기를 원하였다.

휴대폰 하드웨어 부문에서 떨어진 경쟁력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모토로라의 입장에서는 특허만을 인수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전체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구글과 협상하게 된다. 모바일 제조사업(Zune, Kin)에서 그다지 재미를 본적이 없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모토로라의 휴대폰 제조부문까지 인수하기에는 부담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구글의 모토토라 인수에 대한 입장

모토토라의 인수에 대한 발표 시 CEO인 래리 페이지는 이번 인수의 목적이 구글의 특허강화에 있다고 강조하였으며 경쟁사의 특허공세에 대해 안드로이드를 방어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하였다. 이렇게 특허를 강조한 이유는 원래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구글이 하드웨어제조에 뛰어들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시작하였으며 이번 인수로 인해 그러한 약속이 깨지게 되었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진영 내에 새로이 강력한 경쟁 제조사가 생긴 삼성전자나 HTC에게 모토로라의 인수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닌 것이다.

구글은 컨퍼런스콜에서 이번 인수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보호하고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모토로라의 인수 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언급하면서 하루 전 삼성전자나 HTC 등 주요 파트너들에게 미리 이야기하고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구글은 넥서스원, 넥서스S 등의 구글 자체 브랜드와 레퍼런스 디바이스 전략을 가지고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안드로이드 팀과 제조사들이 같이 디바이스를 만드는 방식을 모토로라 인수후에도 유지하겠다고 하였으며 모토로라는 별도의 독립적인 하드웨어 제조사로 운영되며 기존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개발 프로세스에 일원으로 참여한다.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구글 브랜드인 넥서스폰에 대해서 여전히 다른 파트너 제조사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체브랜드인 넥서스를 직접 제조하기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아직 완료된 상황이 아니다, 연방통신위원회 및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 그리고 외국의 규제기관들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반 독점법에 저촉 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올해 말 정도가 되어야 마무리될 것이다. 당분간 모토토라는 구글의 의지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


구글의 진짜 속셈은 무엇인가

구글이 이야기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모토로라 인수의 목적은 특허확보를 통한 안드로이드의 보호이다. 즉 안드로이드를 외부의 특허 공세로부터 보호함으로서 경쟁사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견제하고 메인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전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만을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는가에 대해서는 그 진의가 의심된다.

만약 특허만이 목적이었다면 구글의 다음 행보는 모토토라의 하드웨어 제조 부문에 대한 재매각으로 이어져야 한다. 모토토라 하드웨어 제조부문에 대한 인수자로 물망에 떠오르고 있는 회사는 중국의 중저가 휴대폰 제조사인 화웨이 인데 이곳이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인수할 확률이 가장 높다. 마치 IBM이 Think Pad 제조 부문을 중국의 레노보사에 매각한 사례와 유사 할 것이다.

이런 수순을 밟는다면 래리페이지의 말대로 구글은 확보한 특허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집중하고 제조는 기존대로 안드로이드 OEM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 HTC등의 협력사로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이제까지의 구글은 웹기반의 소프트웨어적인 회사로서 포지셔닝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구글이 단순하게 특허만을 확보하려고 쓴 돈이라고 보기에 125억 달러는 너무 많은 비용으로 보인다.

실제로 모토토라가 가지고 있는 특허의 대다수는 단말기 하드웨어에 관련된 기술 특허로서 안드로이드 플랫폼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물론 하드웨어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 크로스 라이선스를 통한 해결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구글이 주장하는 대로 직접적인 안드로이드 보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상관관계가 낮다.

이번 인수에 대한 월스트맅저널(WSJ)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 구글부사장이 하드웨어 제조를 염두에 두고 모토로라인수를 중간에서 중재했다고 보도하였다. 앤디 루빈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 넥서스S 등의 개발에 참여하였으며 그가 이번 인수에 관여한 사실은 구글이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사인 애플은 구글과 달리 하드웨어와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전체 매출의 90%를 하드웨어 판매에서 올리는 것을 감안하면 애플은 하드웨어회사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 무료 OS로 제공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생각해 보면 구글의 입장에서 애플의 하드웨어 매출은 아주 매력적인 수익원으로 보일 것이다.

플랫폼과 하드웨어가 수직 계열화된 애플은 일관적인 정책에 따라 OS가 사용자에게 제공된 반면 구글의 경우 애플과 달리 하드웨어 제조사의 제조시점에 의한 OS의 파편화나 제조사 별로 독자적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여 애플에 비해 일관적이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왔다.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사를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또 다른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폰7에 비교해도 통제력이 떨어진다.

만일 구글이 모토토라를 구글 넥서스로 이름을 바꾸고 직접적으로 표준 안드로이드폰을 생산하게된다면 구글은 자신들이 필요한 하드웨어스펙을 원하는 대로 적용시키면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게 되며 OEM제조사들에게도 표준을 준수하도록 강력하게 압박 할 수 있다.

사업스펙트럼을 하드웨어제조로 넓힘으로서 애플과 대등한 영역에서 경쟁하게되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비하여 경쟁우위에 설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하드웨어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됨으로서 구글은 광고수익 이외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입장

구글의 인수발표 후 삼성전자, HTC,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OEM 제조사들은 구글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겉으로 환영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들 각 사가 처한 입장은 미묘하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 다음버전인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레퍼런스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소 1년정도는 현재의 상황에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모토로라가 구글 넥서스로 갑자기 변경되는 급격한 변화는 OEM제조사의 MS의 WP7로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모토토라에 비해 월등한 시장 위치를 차지하고는 있으나 모토토라가 구글에 의해 급속히 성장하는 것을 경계 할 수 밖에 없으며, 구글과의 협력강화를 통해 안드로이드의 선두 이미지를 굳혀가긴 하지만 뒤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바다OS’의 경쟁력 강화에 노력을 집중 할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WP7을 모두 제작하고 있는 LG전자와 HTC는 모토토라의 인수가 각 사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안드로이드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 HTC는 모토토라와 비슷한 포지션이기에 구글과 모토로라의 협력한다해서 WP7진영과 밀접해 지려한다면 자연스레 안드로이드 2중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협력으로 인해 WP7 시장에서 역시 HTC와 LG전자의 입지는 축소될 확률이 높다. 안드로이드와 WP7 양 진영에서 모두 시장을 리드 단말기 제조에 소외될 경우 HTC와 LG전자 모두 중저가 단말기에 올인할 수 밖에 없으며 화웨이 같은 중국의 중저가 단말기기 제조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 할 수 있다.


꿩먹고 알먹고, 둥지 태워 불 때고

구글의 이번 인수는 블랙잭에서 ‘A카드’ 같은 존재이다. 정식 인수합병 승인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며 그 기간 동안 모토로라를 옵티마이징 시켜서 애플 같은 제조회사로 변신 할 수도 있고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중국회사에 제조 부문을 되팔아 특허만 챙길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A카드’는 1로도 쓸 수 있고 11로도 사용 할 수 있다.

구글이 만약 애플과 같은 제조회사로 거듭난다면 모토토라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이외의 제조사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태블릿PC, 셋톱박스, 스마트TV 등 스마트 가전 전분야로 확장 할 것이다. 이제까지 구글은 로지텍 등의 외부업체와 제휴하여 셋톱박스 제조 같은 시도를 진행하였으며 홈네트워크 분야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 왔다. 구글이 애플과 전면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애플이 가지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전선을 형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구글이 제조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모토로라와 같이 직접적으로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애플이 맥북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생산하지만 생산시설은 없다. 마찬가지로 구글도 세계의 공장인 Foxcomm에 생산을 맡기면 된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구글은 R&D를 제외한 모토로라 생산공장을 모두 중국에 되팔 것이다.

생산공장을 정리함으로서 마치 구글이 구글폰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OEM제조사를 안심시키고, 공장매각을 통해 인수자금을 회수하고, 특허를 챙기고, 제조업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덤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모토로라 인수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노키아를 인수해야 하는 그런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구글은 정말 천재다.


글 : 니오
출처 : http://www.nweb.kr/557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