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단순함의 법칙, 명확함을 찾는 현명한 과정

사용자 삽입 이미지“단순하지 않은 단순함의 법칙.” 이 책에 대한 평가로 딱 맞는 말일까요?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MIT 미디어랩 교수인 존 마에다가 쓴 <단순함의 법칙>은 단순함에 숨어 있는 비밀을 10가지 법칙과 3가지 비법으로 (복잡하게) 풀어냅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단순함의 힘에 놀랍니다. 뱅앤울룹슨이나 애플은 단순함을 경쟁력으로 삼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단순함의 법칙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축소. 단순화를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깊이 생각하고 없애는, 축소하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제품으로 따지면 고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모든 걸 줄이고 숨기는 것입니다. 대신 뛰어난 재료를 쓰거나 효과적 표현을 써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제품을 작게 만드는 것도 이런 축소의 과정 가운데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조직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분류하고 이름을 정하고 통합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제안합니다. 한마디로 무엇과 무엇을 묶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절차를 말합니다. 저자는 복잡성을 잘 조직하고 정리하는 예로 키보드의 탭 키를 듭니다. 복잡하게 늘어선 단어도 비슷한 것끼리 탭 키로 공간을 띄어 나눠놓으면 정리가 금세 되죠. “단순함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길은 새끼손가락 끝에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시간입니다. 시간은 시계나 디지털 형태, 추상적 그래픽 화면으로 구체화되어 기다림을 도울 수 있습니다. 예전에 애플 제품을 보고 감동을 받았던 것 가운데 하나인데 저자도 언급을 했군요. 아주 작은 LED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깜빡이면서 사용자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리는 것 말입니다. 알면 마음이 편해지고 이런 편안함은 바로 단순함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는 학습입니다. 알아야 모든 게 간단해지죠. 기본에 충실하고 충분히 반복하고 초조해하지 않고 실례를 많이 활용하며 반복하는 걸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학습에 효과적인 건 관련짓기, 해석하기, 놀라움 주기의 과정입니다. 이런 거죠. 책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바탕화면 디자인 같은 것 말입니다. 학습의 가장 큰 조건으로 늘 고려해야 할 건 한마디로 “알아두면 좋은 것보다는 알아야만 하는 걸 배우는 게 훨씬 쉽다”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차이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듯 단순함과 복잡함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복잡한 게 시장에 많을수록 단순한 제품이 눈에 띄는 법이죠.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 MP3P의 복잡함이 있었기에 애플 아이팟이 더 돋보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여섯 번째는 문맥입니다. 문맥이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보다 오히려 주변에 있는 게 그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는 뭐 그런 얘기입니다. 제품을 훌륭한 식사에 비유한다면 훌륭한 식사는 음식만큼이나 주변환경이 맛을 더하는 비밀양념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일곱 번째는 감성입니다. 저자는 감성은 풍부한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감성을 만족하기 위한 것이라면 장식이나 부가적인 의미를 (복잡하더라도) 덧붙이는데 망설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멋진 표현이군요. “위대한 예술품을 보면 끝없는 의문이 생기지만 위대한 디자인을 보면 모든 게 분명해진다.” 다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진짜 어려운 건 얼마나 마음 편하게, 감성적 측면까지 고려했느냐에 있다고 말합니다.

여덟 번째는 신뢰입니다. 수영을 못하는 이유는 물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죠. 뱅앤울룹슨은 믿고 몸을 기대기만 하면 사람을 띄워주는 수영장의 물 같은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제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아홉 번째는 실패입니다. 단순하게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죠. 단순함의 결점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축약어의 난무, 잘못된 형태 등. 저자도 자칫 잘못하면 단순함은 극단적 단순주의나 너무나 손쉬운 세상을 초래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점을 서문에 밝혀둔 바 있지만. 그래서 (안타깝게도) 단순하게 만들 수도 없는 게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은 하나입니다. 단순함이란 명확한 걸 없애고 의미 있는 건 더하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3가지 비법을 제안합니다. 1. 멀리 보내기. 단순하게 멀리 보내면 많은 게 적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2. 개방. 개방은 복잡함을 단순화한다고 말합니다. 오픈 시스템의 등장으로 다수가 소수의 힘을 능가할 수 있게 된(위키피디아처럼) 예를 드는군요. 3. 힘. 덜 쓰고 많이 얻는 걸 말합니다. 배터리처럼 말이죠. 저자는 이들 3가지 비법이 미래의 단순함을 구현하는 중요한 기술 지표라고 강조합니다.

단순하지 않죠? 단순함의 법칙은 제품 뿐 아니라 하다 못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단순함과 복잡함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로 따지자면 ‘단순함과 복잡함을 넘나드는 리듬’을 잘 알아야겠죠.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는 뭔가를 바라볼 때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고 합니다.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면 그만큼 세심해야 한다는 얘기겠죠.

참고로 단순함의 법칙에 대한 얘기는 저자의 블로그(Lawsofsimplicity.com)에서 안타깝게도 영문으로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꾸준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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