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모든 기업 위기 속에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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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38654753@N06/5117885730/

기업의 모든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존재한다. 만약 관련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은 기업 위기로 정의되기 힘들다. 위기 속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해당 상황이 별반 부정적인 임팩트를 가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업 위기관리에 신중하고 정교한 대비를 하는 기업에게는 이 ‘사람’에 대한 평소 관심과 철학 그리고 분석업무가 존재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에 몰두하는 기업들과는 달리 그 상황을 둘러쌓고 연계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집에 화재가 났다고 치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세 아들딸들이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집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그려보자. 이 상황 속에도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인가?



  • 불 붙은 집의 가족들이 사람들이다.

  • 그리고 그 불을 끄러 달려오는 소방관들도 사람들이다.

  • 아파트 옆집과 윗집 그리고 아랫집들에 사는 주민들도 사람들이다.

  •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들도 사람이다.

  • 그 불 구경을 하고 있는 구경꾼들도 사람들이다.

  • 그 현장에는 없어도 집에 불이 난 가족들의 친인척 그리고 친구 지인들도 사람들이다.

  • 그 주택의 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보험회사 직원도 사람이다.

하나의 ‘주택 화재’라는 상황에 여러 사람들이 연계되어 있다. 준비된 기업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오직 ‘불(상황)’에만 관리를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 소방관들은 “이 집 주인이 누구입니까? 왜 이 화재가 발생했습니까? 어떤 종류의 불입니까? 피해 상황은?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겁니까?” 묻게 마련이다.

  • 주변 집들의 주민들은 “우리 집까지 불이 옮겨 붙으면 큰일인데? 왜 이런 화재가 났지? 그 집 주인은 어디 있어? 정말 화가 나네…”하는 감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 아파트 관리인들도 구경꾼들도 수 없이 많은 질문들과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나누게 마련이다. “가족들이 저 안에 있다던 데요? 아녜요, 다 나와서 무사하데요. 집안 가재도구는 어떡해? 철수 집은 이제 망했네. 보험은 들어 놓았다나? 이제 이사 가겠구나…”

  • 그 밖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상황에 대해 각자의 생각들과 궁금증 그리고 주장들을 펼치게 마련이다.

준비된 기업들은 하나의 상황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과 하나 하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저희는 무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 “불이 갑자기 벽에서 불꽃이 튀어서 났습니다. 저희가 보기에는 누전인 것 같아요”

  • “불은 곧 꺼진답니다. 소방관들이 와서 거의 다 끄고 있어요”

  • “가재도구는 문제인데…보험을 여러 개 들어 놓아서 아마 곧 해결이 될 겁니다”

  • “옆집 피해도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 “여보, 철수야, 영희야, 순희야…우린 괜찮다. 다 잘될 거야. 아빠만 믿어!”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은 그 상황에만 몰두하고 주변 사람들을 볼 여력이 없다. 여러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자기 설움에만 바쁘다. 당황스럽기만 하고 말문이 막혀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숨어만 있게 된다.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불은 꺼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고, 동네 방내 온갖 루머들은 이미 진실이 되어 버렸다. 친인척들과 지인들은 TV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면서 생사 확인 전화들을 여기저기 해 댄다. 자기 가족식구들 조차 정신적 충격을 받아 시름거리기 시작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을 놓친 뒤의 일이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위기에 대해 대화한다. 이를 위해 그 ‘사람들’을 공부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법을 익힌다. 그들이 듣기 원하는 내용들을 그들이 기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위기 속 사람을 보자. 전국에 불을 꺼버리면서도 침묵하고, 살아 있지 않은 전기와 숫자만 바라보는 ‘상황관리’에만 몰두하는 위기관리 1.0적인 시각에서 좀 더 진화하자. 그래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자.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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