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Founders @Work 4] 박종현 / 컨트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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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만난 분들 중에는 정말로 대단한 entrepreneur들이 많다. 특히, 남들의 시선은 상관않고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시는, 본받고 싶은 true entrepreneur들을 많이 만난걸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가짜 fauxtrepreneur (faux는 불어로 “false”라는 뜻이다)들도 내 주위에는 득실거린다. 본인이 직접 하기에는 두렵고, 그럴 배짱도 없으면서 마치 자신이 잘나가는 창업가인냥 잘 포장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나? ㅋㅋ) 특히 요새와서 부쩍 많아지고 있는거 같다.

Entrepreneur와 fauxtrepreneur를 어떻게 잘 구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지난 번 한국 나갔을 때 컨트롤코리아의 박종현 대표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박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한 시간은 약 한시간 반정도 (그전에 여러번 이메일로 communication을 했었다) 였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많은걸 배웠다.

이 부산사나이야말로 진정한 entrepreneur였다. 블로그 읽으시는 분들 중 “컨트롤코리아”라는 회사를 아는 분들은 한 분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수년동안 묵묵히 본인이 잘 아는 한우물만 열심히 팠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에 실었지만, 박종현 대표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센서 비즈니스? 너도나도 유행을 타기 바쁜게 요새 한국의 IT 산업이다. 소셜이니 모바일이니 누가 뭘해서 잘된다라는 소문만 퍼지면, 너도나도 뚝딱뚝딱 비슷한 비즈니스로 창업을 한다. 물론, 진입장벽 또한 그만큼 낮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은 떨어진다. 박대표는 이런 유행을 등한시하고 어떻게 보면 ‘old business’라고 할 수 있는 센서 (제어계측) 비즈니스로 창업을 해서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웹서비스가 아니라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비즈니스이다. 요새 이런 아이템으로 창업하는 젊은 사람들을 찾기란 정말 힘들다.

Not in Seoul : 컨트롤코리아는 부산에서 창업되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서울과 부산의 차이는 너무나 하늘과 땅이다. 서울/경기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을 2개 이상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너도나도 서울로 오는 오늘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략이다. 그만큼 사람 찾기 힘들고, 돈줄 찾기 힘들고, 고객사와 미팅하기 힘든 곳에서 창업했다.


1. 컨트롤코리아는?

ControlKorea는 제어계측분야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In-line 생산 공정 데이터 수집을 기본으로 하여 이를 이용한 각종 장비와 어플리케이션을 고객에게 최적화 시켜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상용제품 시리즈도 개발 중에 있습니다.


2. 어떤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되었나요? 창업 초기를 좀 설명해주세요.

창업에 대한 열망은 학부시절부터 있었습니다. 대학 3~4학년 동안 인터넷 교육 사업 쪽에 동업을 해서 지금은 괜찮은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박사 수료까지 하고 나서 대기업 취직, 유학, 연구소 등등의 진로를 고민하던 중 다시 창업(동업)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박사과정 동안에 이론에 그친 많은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서 상품화 시키는 재미를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2년여 동안 한 달에 4~5000km씩을 달리면서 정말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눈앞에 이익보다는 열심히, 솔직하게, 항상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니 인간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전공을 살려서 재미를 느끼고 고객에게 인정을 받으니 몸은 피곤하더라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영업과 개발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경영은 동업자가 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작은 문제가 조금씩 발생하였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끌어온 많은 인재들이 경영자의 인성과 자질에 의심을 가지고 조직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에서만 읽던 상황이 눈앞에 벌어졌습니다. 2년 차에 벤처등록, 기업부설인증, 각종 특허, 매출 전년대비 400% 달성, 신제품 개발, 직원 8명(석. 박사 4명) 등, 이제 막 회사가 성장을 하려고 하는 시기에 경영자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서 직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노력하였습니다. 2년 동안 어떻게 고생해서 이루어 놓은 회사인데… 그렇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의견의 제시와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수정요구를 사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경영자와는 더 이상의 이야기는 무의미 했습니다. 인수인계 2개월 이후에 사퇴를 하고,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실현하기 위해서 창업을 결심하였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데 이전 경험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TV의 광고 문구처럼 “하면 좋은 것보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실전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합니다. 잔머리 굴리지 않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또한 학교에서 같이 공부를 하던 후배들입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같이 창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제어계측 솔루션 전문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컨트롤코리아”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저와 저희 직원들이 이루고 싶은 꿈이자, 창업 동기입니다.


3.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인터넷이나 웹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로 창업하는데, 센서 비즈니스는 구세대적인 비즈니스가 아닌가요?

대학 1, 2학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당시에는 01410, 01411등의 전화를 인용한 단순 txt형태의 인터넷 망을 사용할 때였습니다. 넷스케이프와 메모장을 이용해서 cgi 프로그램을 작성하면서 수많은 밤을 새웠습니다. 대학 3, 4학년 때는 asp, php가 나오면서 DB와 연동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을 하였습니다.

당시 열정은 지금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화장실 갈 때만 움직이고 3일 동안 라면 하나로 버틴 적도 있습니다. 몰입과 열정이 있으면 배도 고프지 않습니다. 에디터 플러스를 이용해서 자바기반의 게시판을 개발했습니다. 지금은 제로보드를 비롯한 많은 게시판이 무료로 제공이 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부 때부터 많은 프로젝트를 받아서 진행을 하면서 웹서비스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인터넷의 초창기부터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도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웹 서비스는 말 그대로 서비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인터넷 쪽의 비즈니스 창업에는 많은 아이디어가 접목이 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준비해서 운영하기 까지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접근의 편의성과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서 인터넷 창업을 많이 하지만,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투자되는 자본은 회사를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고, 고용자들이 또 다른 소비를 촉진하면 그것만으로도 투자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정부입장에서는 말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잡아서 창업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전에 많은 자료 조사와 멘토들의 조언을 잘 들어야 합니다. 각종 혜택과 지원이 많은 것이 요즘의 인터넷 창업이지만, 센서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라고 해서 구시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센서는 현장에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니 현장을 찾아 다니면서 발로 뛰어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일단 설치가 되고 나면 온라인에서도 얼마든지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세대 적인 것은 아닙니다. 요점만 말씀드리자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4. 어떻게 보면 창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고, 비용이 저렴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유행을 타는 웹 서비스만을 추구하는 창업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확신만 있다면 실행에 옮겨도 좋습니다. 단, 내가 하기 쉬운 것은 다른 사람들도 하기 쉽습니다. 그만큼 성공할 확률도 낮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5. 제가 알기로는 부산에 기반을 두고 계시는데, 물리적으로 (서울에 비해서) 불리하지 않나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불리한 것도 있습니다. 지방대학뿐만 아니라 지방 업체에 대한 편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기계공업의 70%가 부산 경남 지역에 있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접근하기가 좋습니다. 또한 경기도로 유출되는 우수한 인재들을 잡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잘 발달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보의 전달에 문제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고객 관리차원에서 자주 찾아 뵙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전화로 안부를 자주 묻는 편입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전국투어 형식으로 1500km를 달려서 다시 부산으로 돌아옵니다.


6. 어떤 조사를 보니까 한국 스타트업들의 95%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지방에서의 창업을 더 장려할 수 있을까요?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으니 당연하다고 봅니다. 청와대를 지방으로 옮기거나 통일 한국이 되어서 수도를 천도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봅니다. 본사는 모두 경기도와 서울, 지방에는 지사와 대리점 형식으로 잘 유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지방자치 단체에서 인력유출 방지와 지역 발전을 위한다면 자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실패한 지방의회 정치와 정당싸움의 장이 되어버린 자치단체장의 선거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글을 적다 보니 정치이야기가 나오게 되네요. 의도적인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기업인은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방에 특화된 산업과 분야가 있습니다. 거기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서 지원하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나 경기도에 가지 않아도 지방에서 창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창업 초창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도?

창업초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품은 개발 중이며, 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들어가게 됩니다. 집사람은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애들은 아빠의 출현을 어색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기 사업을 하기 때문에 직원일 때 보다는 마음이 편합니다. 따라서 위궤양, 위역류성 질환 등은 서서히 줄어들지만 엄청난 업무로 인해서 간기능 약화, 심장 질환,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책을 볼 시간이 없어집니다. 3개월 후쯤에 깨달았습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병원에서 링거 꼽고 반성했습니다. 이런 것이 에피소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잠시 제 자신을 잃었다가 다시 찾았습니다. 적당히 여유를 가지고 강약조절을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창업을 하더라도 자신을 너무 혹사시키지는 마세요..


8. 후배 창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 3가지



  • 한 가지만 해야 합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험합니다. 목적으로 하는 것 한 가지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정보의 습득과 흐름, 데이터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 직원들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잘 공급해야 합니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나무입니다. 1)의욕이 없어 보이면 고민을 들어주고, 술을 사주고 2)성과가 있으면 보너스를 주고 3)함께 가야 하는 사람임을 수시로 각인시켜서 회사사람으로 만들고 4)채용을 했으면 끝까지 믿고 – 사장의 믿음에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합니다 5)직원들이 회사에 돈 벌어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철저한 준비를 하되 돈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1)회사의 내규 및 경영시스템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2)저가의 상용 ERP도 많으니 처음부터 준비를 해야 합니다. 3)창업을 통해서 기업가가 되느냐, 장사꾼이 되느냐는 자신의 몫입니다. 4)돈에 욕심을 내면 존경심을 잃고 좋은 인재를 떠나 보내야 합니다. 회사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좋은 인재는 창업자의 마인드와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5)나를 버리는 것이 나를 얻는 것입니다. 


9. 한국의 IT 산업 위기론이 많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주로 상대하시는 기계/전자/제조업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IT 산업의 위기론은 이전부터 대두되었던 내용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점들이 있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들은 몇시간을 이야기해도 모자라는 부분이라서 넘어가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향후 10년 동안 한국 IT 위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전자/제조와 관련된 내용은 관련분야의 정책이나 시장 조사 관련자료와는 관계없이 제가 현장에서 느낀 것을 그대로 적겠습니다. 원재료 가격상승으로 인해서 많은 타격들을 입으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업은 연초에 1년치 물량을 계약하게 되므로 환율이 상승하면 손해를 보게 되어 있습니다. 9-10월 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여 4/4분기에 예정되어 있던 투자계획을 내년으로 옮긴 곳이 많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노동문제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서 기존의 자동화 개념과는 다른 말그대로 사람이 하던일을 대신하는 자동화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인건비를 줄여서 시설투자 비용으로 잡는 것이므로 투자에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경제지표 상으로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만, 제조업의 장점이 기초가 튼튼하다는 것이므로 극복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계/전자/전기 분야의 일본이나 해외에서 부품을 구입해서 장비를 만들어서 중국이나 동남 아시아의 새로운 공장들로 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계의 센서업체들이 한국과 대만을 가장 큰 수요고객으로 보고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조선, 자동차가 잘 되고 있으니 연관된 산업들은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FTA가 의회에 보류중이니 통과가 된다면 내년도 낙관적이라고 봅니다 (몇일전의 서울시장 선거 결과로 인해서 정치의 판도가 변화되고 있습니다. 통과가 되더라도 많이 시끄러울 것입니다) 다만, 조선과 자동차의 불법 노동자 파견 문제로 인해서 제조업의 기반과 기초를 흔드는…대기업의 근시안적인 정책때문에 향후에 위기가 찾아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FTA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만을 가지고 경쟁해서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를 대비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합니다.

결론은 낙관적으로 볼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문제가 많다는 것 입니다. 저희와 같은 자동화 서비스 제공자들은 내년에 일이 더 많아 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0. 이 분야를 잘 아시는 투자자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술인거 같습니다. 현재 투자유치 중이신가요?

창업 후 현재까지는프로토타입 개발하고, 실제 제조업체들과 테스트를 하면서 기술을 입증받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현재 계획은 다음달 부터는 서서히 투자유치를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현재까지는 개발 때문에 투자유치쪽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투자자분들은 저한테 연락 주시면 되겠습니다. (박종현 / controlkorea@daum.net)


글 : 배기홍
출처 : http://www.baenefit.com/2011/10/founders-work-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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