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게이츠를 ‘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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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을 아주 간단하게 정의했다. 그런데 이 정의는 참 간단한데, 기업의 목적에 대해서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하는 건 없는 듯하다. 흔히 기업의 목적을 이윤 추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건 마치, 사람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하는 것과 동일하다. 사람들이 왜 돈을 벌어야 할까?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도 이와 똑같다. 돈이 돌지 않으면 회사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생존의 이유로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데 대개 동의하지만, 우리 인간이 돈을 벌기 위해서 생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 돈 독이 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피터 드러커는 회사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했을까?

바로 마케팅과 혁신이라고 했다.

정말 간단하다. 그렇다면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마케팅에 관한 서적은 참으로 많다. 그 서적의 수만큼 정의가 다양하겠지만 드러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흔히 마케팅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많이 회자되는 게 바로 추운 지방에 냉장고를 팔고 사막에 난로를 파는 사례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조금만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파세코라는 회사를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파세코는 곤로로 흔히들 말하는 석유난로를 파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런데 난방시설이 잘 갖추어지면서 석유난로의 판매가 급감했다.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지 않으면 이 업체는 도산의 위기에 내몰릴 판이었다. 그래서 이 업체는 어떻게 했을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아서 사막지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사막에 석유난로를 팔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사막에 석유난로를 팔았다.

언뜻 생각하면 사막에 석유난로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낮에는 40도가 넘는 기온을 보이지만 저녁이나 새벽이 되면 사막에는 엄청난 추위가 찾아온다. 따라서 사막이라도 난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막에는 물보다 더 흔한 게 바로 석유다. 자,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감을 잡았을 것이다. 밤이나 새벽에 난방용으로 석유난로를 팔면 뭔가 시장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실제로 파세코는 중동 지역에 석유난로를 팔기 시작했고, 그 점유율이 어머어마하다. 심지어 후세인이 잡힌 아지트를 담은 뉴스에서조차 파세코의 석유난로가 포착되었다고 한다.

바로 파세코의 사례가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전형적인 마케팅의 사례다. 신규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새로운 고객의 니즈를 발굴함으로써 시장을 창출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케팅을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광고, PR, 브랜딩의 개념이 따라온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회사들이 많다. 마케팅이 성공적이려면 제품 자체의 품질도 우수해야 하지만, 고객들의 머릿속에 브랜드가 확실히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데 기술 위주로 변하는 세상에서는 마케팅만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적어도 경쟁자가 제시하는 제품 이상의 품질을 보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강조했다. 마케팅만으로 경쟁사에 비해서 경쟁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우리 공돌이들이 담당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론 마케팅을 통해서 파악된 정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것을 만들고, 반대로 혁신적인 것을 마케팅을 통해서 고객에게 알리고 팔기에, 마케팅과 혁신은 따로 국밥이 아니다. 양 날개로 날아야 하는 기업이라는 새의 각 날개에 해당하는 게 바로 마케팅과 혁신이다.

마케팅과 혁신에 대해서 길게 썼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경영자가 존재한다. 자사가 만드는 제품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지에 관심을 두기보다 자사에서 만드는 제품으로 얼마큼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경영자가 있다. 이런 경영자를 편의상 (그리고 내 마음대로) 기업가형 경영자라고 하겠다. 따라서 기업가형 경영자는 혁신보다 마케팅에 치중한다. 이런 경영자와는 달리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 얼마큼의 시장을 확보할지보다 자사에서 만드는 제품이 세상을 얼마큼 좋은 곳으로 만들지에 관심을 두는 경영자가 있는데, 편의상 (아울러 내 마음대로) 혁신가형 경영자라고 하겠다.

잡스의 전기 마지막에 잡스가 빌을 심하게 까면서 글을 맺는다. 혹자는 마지막 가는 길에 좋은 덕담을 남기지 못하고 그렇게 간 잡스에게 인간성이 덜 된 사람이라는 평가를 한다. 내 주위 사람들의 인격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인격에 관점을 둬서 누군가를 평가하면, 그의 실력이나 성과는 이차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점 투성이인 내가 감히 하나의 우주인 타인을 평가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이런 이유로 만나보지 않은 잡스의 인격에 대해서 된 사람이나 모자란 사람이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따라서 잡스의 마지막 유언이 왜 빌에 대한 ‘까’로 마무리 되었을까만 고민해 보자. 애플은 아이폰으로 간신히 MS를 이겼다. 시장 점유율을 놓고 본다면 맥은 PC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잡스 입장에서 정말로 허접해 보이는 윈도 같은 운영체제에 자신의 예술품과도 같은 맥이, 시장의 넘버 원이 되지 못하는 건 정말로 가슴 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시장 점유율을 차치하더라도 PC가 주는 사용자 경험은 맥에 비해서 형편없다. 그런데도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빌이 이끄는 MS를 이기지 못했다.

잡스 입장에서 공룡 같은 MS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빌 게이츠가 헛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즉 시장의 독점적 지위나 Vaporware같은 것을 만들면서 혁신을 방해만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를 잡스 본인이 본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정리를 해보자면 빌 게이츠는 기업가형 경영자이고 잡스는 혁신가형 경영자였던 셈이다. PC가 전투지였던 1라운드는 빌의 승리였고 모바일이 전투지였던 2라운드는 잡스의 승리였다. 아쉽게도 둘의 승부는 일 대일 무승부로 끝났다.

그리고 떠나면서 잡스는 게이츠에게 일침을 놓았다. 그렇다면 그의 마지막 말은 전투의 승자가 우쭐함에 날리는 멘트였을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잡스가 빌에게 제대로 된 것을 만들지 못했다는 쓴소리를 했지만, 게이츠로 대변되는 ‘기업가형 경영자’에게 하는 ‘혁신가형 경영자’의 충고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케팅을 하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뛰어난 인재와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면, 기업을 영원히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하지말고 뭔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라는 충고인 셈이다.

더 이상 둘의 진검 승부를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로 끝맺자. 정말 최근에 들어서 보기 힘든 무천 긴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CEO는 어떤 타입이 주도를 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 글을 썼다. 사실 어떤 타입이 맹위를 떨치지는 알 수 없다. 기업가형 경영자도 앞으로 쭉 나올 것이고, 우리를 놀라게 할 혁신가형 경영자도 나올 것이다. 다만 혁신가형 경영자가 한동안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나물에 그밥인 제품을 쓰면서 새로운 변혁을 기다릴 것이다. 언제가 올 ‘고도’를 기다리는 그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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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가 동일하면 pc나 mac이나 똑같다

* 엔지니어 입장에서 ‘혁신가형 기업가’와 일하는 게 즐겁다. 만들어내는 제품이 주는 경제적 효과보다 제품 자체가 주는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435

About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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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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