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 혁신과 창의성의 비밀은 연결

애플이 오늘날 전 세계 IT 제품과 콘텐츠 서비스의 제왕이 된 이유의 핵심은 무엇일까. 시장을 만들어내는 스티브 잡스 특유의 뚝심과 카리스마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와 같은 천재적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유야 무엇이든간에 애플은 무언가 경쟁자들이 따라하고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파고들고 있다.


비밀은 Connect Things

사용자 삽입 이미지잡스는 그 비밀을 열정과 창의성을 새롭게 규정하는데서 찾았다.

열정이나 창의성 같은 것들은 참여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가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 상태에서는 사실 강제적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하라는 것과도 같다. 즉 의지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의지를 투입하고 있는 동안에는 단기적인 효과를 거두지만 방심하는 순간에는 더 큰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다. 열정은 가지겠다고 해서 그냥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거운 역기를 계속 들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열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계속 스스로를 괴롭히게만 될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관심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모두 열정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뜨거운 사랑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호기심은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내적 자극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의 정보에 새로운 자극이 연결될 때 우리는 호기심을 느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자신의 천재성에 대해 그것이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새로움에 대한 연결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을 그저 연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의적인 것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모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 상태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만났을 때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연한 행운인 세렌디피티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경험의 연결이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일상의 직장동료보다는 자신과 다른 경험이나 시각을 가진 사람을 계속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아이디어를 내놓으라고 아무리 닥달해도 혁신적인 생각이 나올 리 만무한 것이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워크샵을 하고 족구를 하고 술을 마시며 뒷풀이를 한다고 해서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프로그 디자인의 로버트 파브리칸(Robert Fabricant)은 창의성에 관해 “창의성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창의성은 연결이며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이라는 것은 빈 공간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물이 반쯤 찬 컵의 빈 나머지는 사실 공기로 가득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술을 마실 때 잔을 반쯤 정도만 채웠다. 나머지 빈 공간은 이야기로, 그리고 우정으로 채운다는 의미였다. 사이에는 서로의 성품이 녹아 있고 신뢰의 감정과 열정, 그리고 감동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술은 진정으로 깊이 있는 향과 맛으로 은은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열정은 내 안에 채워져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사이에 존재하는 이런 것들의 화학작용으로 인해 계속해서 타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애플이 가진 창의성DNA의 핵심이다.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것을 문화로 하는 기업. 소비자의 니즈를 가장 정교하게 따라가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애플의 핵심이다.  즉, 차별화가 아니라 디테일의 연결이 핵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가장 소통을 많이 할 것으로 기대되는 마케팅/기획 부서가 사실은 가장 소통을 하지 않는 부서인 회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침부터 퇴근할때까지 혼자서 모니터만 보면서 일을 처리하는데에도 급급한 우리의 기업문화에서 혁신의 연결은 숨쉬기가 어렵다. 혼자서 하는 창의성은 그저 ‘차별화’ 전략밖에 세울 수 없다.


연결이 기업 혁신과 성장의 열쇠다.

나에겐 왜 열정과 창의성이 부족한 걸까? 나는 왜 가슴 뛰는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그것은 우리가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몇 안 되는 사람들과 매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관계의 폭은 계속해서 좁아진다. 우리는 대부분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연결을 끊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정과 창의성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에 있는 것인데도 우리의 조직문화는 물론 온 사회가 연결의 토대나 멍석을 만들기는커녕 도리어 개인에게만 역량을 끌어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왜 열정이 부족할까, 나는 왜 창의성이 없을까, 나는 왜 꿈이 없을까’라며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계속해서 책망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내 학습된 무기력의 트라우마에 빠지기에 이른다.
회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다. 아이디어 오픈 스페이스, 아이디어뱅크 등 저마다의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축적하고 선발해서 제품화를 시키기도 하고 고객 서비스에 활용하려고도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사장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아이디어가 단지 하나의 정보로서의 노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사이에서 존재한다. 아이디어를 단지 하나의 정보로서 게시판에 달아두는 것은 그 아이디어를 키울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아이디어가 빛을 발히려면 그 아이디어를 접한 이가 세렌디피티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과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 간의 경험이나 입장은 너무나도 다르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면 제공자가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두 사람 사이에 인지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아이디어의 세렌디피티는 연결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비밀 ‘사이’

제이슨 프라이드는 아이디어는 누구에게나 있으며 불변이고 영원하지만, 문제는 그것에 대한 영감이 일시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쉽게 말하면 독서를 하는 도중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스크랩을 해두었는데 나중에 다시 그 부분을 읽을 때는 왜 내가 이걸 스크랩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와도 같다. 그래서 아이디어는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최대한 몰입해서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영감은 순간적인 느낌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우리는 하루 종일 짜여진 일과를 따라 기계적으로 맡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떠오르는 영감을 잡아두기가 쉽지 않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아이디어나 영감을 일으켰던 어떤 정보들을 ‘연결’이라는 사이에 두는 것이다. 자신이 느낀 바들을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그룹이나 Facebook, 구글플러스 같은 SNS채널에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사이에 이것들을 배치해둘 경우 자신은 물론 서로 다른 연결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다 강력한 세렌디피티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완전히 혼자서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의 연결 위에 정보를 두도록 하자. 회사가 운영하는 아이디어뱅크도 사람들이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게시판 형태가 아니라 인접 관계가 있는 구성원들에게 모두 공유되도록 개방해야 한다. 핵심은 연결의 세렌디피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스티브 잡스도 창의성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는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결국 파란만장했던 삶을 정리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큰 가치는 서로 연결하는 것의 가치를 찾으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연결하자. 사람을 연결하고, 생각을 연결하고, 사이를 연결하자. 사이의 문화를 만드는데 이제 힘을 모아보자.


이 글은 내적인 열정과 창의성의 비밀을 담은 화난원숭이들은 모두 어디갔을까의 본문 일부입니다.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605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