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 책임져야 할 때, 떠나야 할 때, 그리고 책임지고 떠나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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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그 무겁고도 무서운 말

어떤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고 끝까지 완수한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의미한다.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대개의 경우에는 업무나 임무 등 개인의 역량을 발휘해서 일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한 경우나, 누군가가 리더가 되어서 responsibility (책임감) 혹은 position (자리)를 맡아서 일을 할 필요가 높은 경우에 하는 말인 듯 하다.

하지만 때로는 끝까지 완수한다는 의미보다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생긴 일에 대해서 ‘비용이나 부채를 떠맡는다’ 라는 의미를 지닐 때도 있다. “이번 사고는 양쪽의 책임이 5:5 입니다.” 라는 경우가 이런 경우다. 사고로 인해서 발생한 비용이나 부채를 서로 반반씩 나눈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는 미래의 어떤 업무수행이나 이익실현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한마디로 ‘과거청산’ 즉, 과거에 일어난 어떤 일에 대한 정리의 의미가 크다.

책임지고 떠나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책임져라’ 라고 하는 경우에는 그 의미가 독특하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라는 경우일 때가 대부분이다. 나는 이런 우리나라 정치에서의 ‘책임론’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처럼 인재가 귀하고 실패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한 나라에서 매번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서 ‘사퇴’를 촉구하는 것이 조금은 못마땅할때가 많다. 아울러 ‘너는 없어져야 한다’ 라는 자세로 상대방의 ‘정치적 생명’을 뺏으려고 들때마다 참으로 정치판이라는 곳은 상대방을 제거해야만 내가 살 수 있는 곳인것 같아서 살벌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12월 9일, 사퇴할 당시의 모습을 담은 뉴스 http://bit.ly/w1nfUM
당시 홍대표는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디도스 파문 등을 ‘책임’지고 사퇴했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한나라당의 개혁 실패가 ‘책임’의 주내용이었다.

사업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 우리나라는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면 꼭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만약 실패라도 할때면 사돈의 팔촌에게까지 돈을 꿔서 갚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두번다시 사업을 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는 ‘책임’ 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track record 혹은 경력(?)이라고 불러야 할까? 암튼, 사회적으로 뭔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강제적인 외부의 힘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암묵적으로 그 사람을 두번다시 같은 땅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는 것도 ‘책임’을 묻는 한 방편인것 같다.

기업의 전문경영인에게는 ‘책임지고..’라는 말이 더 무섭다. 사실 많은 회사원들 중에는 기업의 임원이 되기를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그 이유는 임원이 되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책임을 질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옷을 벗을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익을 창출하고 많은 사람들의 고용을 ‘책임’지는 기업인들은 그 책임감을 굉장히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인재도 없고, 기회도 없고, 심지어 책임감에 대한 요구도 센 대한민국. 조금 더 관대하게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AIG – 보너스는 줄테니 책임져라

그런데 한 수업시간에서 AIG 케이스를 다뤘다. 아래 비디오는 AIG가 credit default swap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후에 정부에서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서 거의 국유화가 이뤄진 후에 부임한 새로운 CEO의 인터뷰이다.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자세한 설명: AIG bonus payments controversy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는 기존에 AIG를 파산의 위험까지 몰고가서 무려 $170 billion 의 정부보조금을 받아서 겨우겨우 회사를 살려놓고, 경영진들에게는 약 $450 million, 회사 전체에 $1 billion이 넘는 금액을 보너스를 지급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즉, 그 이유는 1) 현재 AIG의 사정을 지금 있는 사람들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없고, 2) 회사를 원상복귀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이 너무나 필요하기 때문에, 3)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면 많은 인력들이 모티베이션이 안되서 일을 열심히 안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4) 보너스 지급에 대한 계약은 금융위기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했던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대로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CEO자신도 사실 AIG 사태가 끝나고 부임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financial crisis, 즉 AIG의 금융위기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하지만 그가 이 보너스에 대해서 자신의 심정을 Distasteful – 즉, 불쾌하다고 말해서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이 데리고 일을 해서 회사를 함께 일으켜야 할 사람들인데, 그들이 받는 보너스를 대상으로 사장이 불쾌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책임감’을 떠나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비디오에서 CEO가 그날 아침에 보너스를 받을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보너스를 반납할 것을 요청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말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다. 왜 하필이면 그날 아침에 이야기했냐?는 것이다. 좀 더 일찍 이야기하지 않고, 국회 청문회가 있는 날까지 기다렸다가 아침에 물어보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업데이트 안해도 되는건가? 너무 일찍했더라면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참여자가 별로 없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두려웠던 것일까?

사실 이렇게 보너스를 받은 AIG의 임원들 중에는 실제로 보너스를 받을 당시에 근무하고 있지 않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전체 구제금융의 금액의 1%도 되지 않는 돈을 들여서, 사람들을 모티베이션하고, 그 결과 기업을 살리면 좋은 것 아니겠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 돈이 수많은 미국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왔다는 것이고, 국민들이 이렇게 AIG의 임원진들이 많은 보너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격분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11년에는 월스트리트가 점령당하지 않았나? ^^

책임감… 문화의 차이?

나는 위의 AIG 비디오를 보면서 동양의 기업문화가 다시 떠올랐다.

특히나 일본의 기업문화에서, (특히 90년대에) 도산하는 기업의 사장이 언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면서 ‘종업원의 고용만은’ 꼭 보장해달라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이러한 기업들에서도 쫓겨날때 쫓겨나더라도 보너스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간 큰’ 사람들이 있을까? 동양의 문화권에서는 경영자들을 마치 배의 선장이나 비행기의 기장으로 여겨서 배가 침몰하면 운명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더 존경하는 문화가 강한 것일까?

* 토요타의 사장이 2010년 일본의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원집회의 동영상이다. 대규모 리콜 사태와 관련해서 “미국의 ‘딜러”들을 보호하고자 했는데..”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기업을 단순히 직장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보다 넓은 하나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집단주의적 성격이 조금 더 강한 문화권에서는 ‘기업의 책임’을 단순히 ‘경영자의 책임’ 으로 분리하지 않고 ‘우리 전부의 책임’으로 확대해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기업의 실적이 조금 나쁘면 ‘전 종업원 보너스 반납’ 등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니 말이다.

맺음말

좀 멀리 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AIG 사태를 보면서 나는 친일파 논란도 떠올랐다.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미군 정부와 이승만 정부가 들어섰을 때, 우리는 국가의 운영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친일파들을 다시 중용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척결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의의 실현’이라는 거창한 주제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시장에의 시그널’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한 사회가 바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나 성과를 보인 사람들에게는 그에 응당하는 벌이 주어짐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일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책임’보다는 ‘실패와 기회’에 대해서 좀 더 가치를 두기도 한다. 단, 그 책임이 너무 크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당시의 사장님이 내게 적어준 종이에 적혀 있던 말이 떠오른다.

‘make cheap mistakes, as many as possible’

처음 입사한 사원에게 되도록 ‘싼’ 실수를 많이 하면서 많이 배우라는 말. 반대로 이야기하면 나중에 ‘비싼’ 실수는 하지 말라는 말이다.

언젠가는 나도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할’ 위치가 되겠지만, 그 전까지는 ‘값싼’ 실수를 많이 해야겠다. 되도록 많이…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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