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불러온 기업가 정신의 시대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시대가 본격화되며 인터넷 기업 붐이 일었다. 당시 코스닥 시장에서는 회사 이름을 닷컴으로 바꾸기만 해도 주가가 뛰던 때였다. 지금 생각하면 다같이 무언가에 홀린 듯 한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창업 붐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1인 기업’에 대해 이슈를 만드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 노력도 한 몫했겠지만,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통신사들이 아이폰 상륙을 막는 바람에 실제 출시보다 늦게 들어오긴 했지만, 아이폰의 국내 출시는 삽시간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만 보면 삼성의 갤럭시S의 성능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이폰은 그냥 하드웨어 상품이 아니었다.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이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거대 네트워크서비스와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의 기업가 정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잡스에 열광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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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새로운 혁명이었다

1990년대까지는 은행에 걸어서 가야했고, 2000년대는 PC 앞에 앉아서 은행 업무를 보았는데, 2010년대는 달리는 차안에서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까지는 신용카드사 카달로그를 통해 프로모션 정보를 얻었고, 2000년대는 PC 앞에서 확인가능했는데, 2010년대는 어디에 있든지 신용카드 할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타운스퀘어 앱을 통해서 ^^; 아직 다운받지 않으셨으면 얼른 받으세요~) 1990년대까지를 사람이 적접 가서 처리해야 하는 시대, 2000년대는 앉은 자리에서 처리하는 시대, 2010년대는 걸어다니면서 처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걸어다니는 인터넷’ 아이폰의 등장으로 말이다.

아이폰, 2010년대 트로이 목마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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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등장은 단순히 걸어다니는 인터넷 시대를 연 것만이 아니었다. 애플 앱스토어라는 세계적인 플랫폼 시장을 함께 가지고 나타난 것이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어느날 갑자기나 다름없다. 그동안 기득권 세력들이 열심히 못 들어오게 막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막았으면 그 동안 대책이라도 좀 마련해 놨으면 좋으련만, 뾰족한 대책도 없이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뿐만이 아니다. 애플에서는 아이패드라는 태블릿PC 비슷하면서도 훨씬 심플한 새 기기를 내 놓았다. 거기다 마이크로블로그라고 불리는 트위터 같은 서비스는 PC보다 스마트폰에 찰떡궁합인 앱이었고,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이 아이폰이라는 트로이 목마를 타고 파죽지세로 이용자를 늘려갔다. 구글 역시 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국내에서 만드는 서비스들은 이들의 아류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폰과 관련 서비스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기존 국내 서비스들처럼 승자독식의 서비스가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 참여자들이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가 그러했고, 페이스북이, 트위터가, 구글이 자신의 리소스를 다른 개발자들이 함께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다른 개발사들이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징가 같은 회사는 팜빌, 시티빌 같은 페이스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 게임을 만들어 2011년 매출 15억 달러, 순이익 5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이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그 위에 뛰노는 곳에게도 비즈니스를 만들어 주고, 플랫폼 기업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서비스들이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더욱 활성화되며 봇물 터지듯이 국내에 들어온 것이었다.

최근 다시 미디어에서 창업에 대한 이야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요즘 창업만 떠드는 경제 정책이 안타깝다’는 어느 CEO의 글도 있었다. 그정도로 창업만 떠드는 상황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젊은 스타트업과 엔젤 투자자를 연결해 주고, 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고벤처 포럼이라는 곳이 첫 모임을 연 지 5년차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 중반부터 참가자가 급속하게 늘기 시작해서 지금은 매월 몇 백 명의 인원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중이다. 이것만 봐도 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창업에 불을 지핀 것은 분명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한 모바일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동안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를 수 있는 마른 가지가 되는 사회적 환경, 과학 기술의 발달, 경제 수준의 향상 등도 살펴볼 만 하다.

첫째, 외환위기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깨지는 계기가 되었다.

외환위기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며 그 회사에서 정년퇴직하는 것을 가장 보편적인 삶의 하나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회사에 충성했고, 회사 역시 평생 직장의 개념을 제공해 온 것이다. 또한 70, 80년대는 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의 시기였기 때문에 일자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고, 기업들의 사업 분야 확장으로 조직 내에서도 승진과 업무 영역 확대가 함께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90년대 말 발생된 외환 보유액 부족이 IMF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IMF의 각종 권고 사항은 건전한 기업마저 자금난에 빠트리게 할 정도의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밖에 없었다.

멀쩡히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이 회사에서 버림을 받게 되었고, 이 상황은 노동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계약인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과거 고속 성장 시대보다 낮아지게 되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게 되는 산업 구조로 말미암아 인사 적체와 인원 구조 조정은 이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아무리 큰 회사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평생 고용해 줄 회사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둘째, 정보기술과 인터넷은 새로운 성공 기회를 제공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위기’와 함께 정보기술, 인터넷이라는 ‘기회’가 함께 찾아왔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인터넷 웹 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서비스하는 야후!, 인터넷으로 책을 팔겠다고 나선 아마존닷컴, 인터넷을 통한 경매 서비스인 이베이 등 외국의 인터넷 서비스 소식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인터넷 벤처 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성공 사례를 배출하기도 했다. 90년대 말에 시작된 인터파크, 골드뱅크, 아이러브스쿨, 옥션, 싸이월드, 잡코리아, 다음, NHN 등 지금은 없어진 곳도 있지만 지금 승승장구하는 인터넷 기업들 대부분은 그 시기에 시작한 곳들이다. 이런 인터넷 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했다. 사무 공간과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인터넷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를 시작하는데 공장을 짓거나 원재료를 사와야하는 일반 기업들의 자본금에 비하여 적은 금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개인들이 창업을 하기 훨씬 수월해진 환경이 제공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집에서도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탑 웹 서비스를 정부에서 제공하기 시작했다. 5,000만원이라는 초기 자본금도 더 낮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으며, 1인 창조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창업 환경을 고취시키고 있다.

셋째, 사람들이 일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우리 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보릿고개라는 것이 있어 어느 계절에는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어렸을 때 하도 밀가루 수제비를 먹어서 지금도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끼니를 걱정하는 상황은 벗어났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돈을 더 벌고 덜 벌고의 차이는 있지만 급여가 적다고 해서 끼니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금 청년 세대의 부모님 세대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생활 기반을 만들어 놓았고, 자식에 대한 교육에 많은 공을 들여놓았다. 자신에게 적합한 일이 아니라면 잠시 쉬어가더라도 끼니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노동에 대해 생각하는 의미가 바뀌고 있다. 이제는 노동이 생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지금 많은 청년 기업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인터넷 이전의 산업 사회 같았으면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기업은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기업의 수명이 개인의 근로 수명보다 짧은 것 또한 현실이다. 그 말은 누구라도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떠나지 않으면 회사가 먼저 문을 닫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정보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사회를 다변화시켰고, 많은 자본이 있지 않더라도 훌륭한 아이디어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다. 또한 어떤 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창업에 대한 기반 환경이 되었고, 새로운 기업가를 탄생시키는 토양이 된다. 그리고 나타나는 각종 성공 사례들은 이러한 현실을 보다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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