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의 할 일, ‘주특기 + 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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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SI 회사에서 일하던 L씨는 작년 중반 창업을 했다. 소셜 커머스가 한창이던 당시 진짜 소셜 커머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존 소셜 커머스가 주로 광고에 의존해서 판매를 늘려나갔다. 이에 비해 L씨의 아이디어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이용자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붙여 홍보하는 방식의 모델을 생각해 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기획과 개발에는 자신이 있었으므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디자이너과 의견을 공유하여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업 초기의 현금 확보를 위해 외주 용역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을 몇 명 더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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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r nakai

자본금은 L 대표와 함께 하기로 한 디자이너와 후배 개발자 한 명이 모았다. 회사 문을 처음 열었을 때는 L대표는 희망으로 부풀어있었다. 무엇보다 일이 재미있었다. 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기 때문이다. 한 파트는 외주 용역일을 통해서 회사의 단기적인 먹거리를 만들고 있고, 또 한 파트는 핵심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알고 지내던 지인들로부터 서너달 치의 용역거리를 확보해 놓았다. 이제 하고자 했던 서비스를 부지런히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게 흘러갔다.

처음 몇 달은 L 대표가 자신이 좋아하는 개발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CEO답게 온갖 일을 해 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개발 업무 보다는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외주 용역을 지속적으로 하려니 기존 고객과 가망 고객들을 꾸준히 만나야 했다. 고객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하고, 신규 개발 거리가 있는 가망 고객과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져야 했다. 늘 프로젝트 종료일과 함께 결제일을 체크해야 한다. 결제일에 돈을 받지 못하면 급여를 지급하는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저…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조인할 때부터 약간 우려가 되었던 한 디자이너가 사직 의사를 밝힌다. 집안 사정으로 인해 좀 더 충분한 급여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몇 달이 지나도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지 않은 급여 조건으로 새로 사람을 구하려다 보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리크루팅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곳저곳에 수소문해야했다. 다음 프로젝트 시작 전까지는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겨우겨우 지원서가 들어오면 인터뷰를 해야한다. 서너 명을 인터뷰했지만 마땅한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

“급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3개월 내에 완료해야 합니다. 꼭 해주셔야 합니다.”

주요 고객사 중 한 군데에서 급한 프로젝트를 맡겨왔다. 이미 개발팀 스케쥴이 꽉 차있는데 말이다. 거절하기가 어려운 고객사다. 이 참에 인력을 조금 더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한다. 아니면 기존 서비스 개발팀을 그쪽에 투입시켜야 하는데 곤란한 상황이다.

“사장님, 제가 좀 갑작스럽게 결혼 날을 잡게 되었습니다.”

청첩장을 내미는 후배 개발자. 축하할 일이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몇가지 고민이 생겼다. 앞으로 이런 경우들이 더 생길텐데 회사에서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할까? 휴가도 가야할텐데 며칠을? 본인 결혼이 아니라, 동생이나 친척이 결혼하면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생각이 떠오르며 이에 대해 정리해 놓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건 그렇고 긴급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야 할 인력이 한 명 줄어들어버렸다.

전화벨이 울린다. 세무서 사무실이었다.

“다음 주 25일이 부가세 신고일이신 것 아시죠? 매입, 매출 계산서 내역 좀 챙겨서 보내주세요.”

매입, 매출 계산서 내역?, 세금 계산서랑은 다른 것인가? 좀 더 물어보고 나서야 무엇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다시 서너달이 지난다.

외주 용역 일은 목돈이 되긴 하는데, 프로젝트 종료일을 맞추기가 쉽지가 않아 예정일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다 완료되었다고 생각되는데 고객사에서 추가 요청 사항을 계속해서 내 놓으며 계약서에 의한 결제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프로젝트 종료일이 보름 늦어지면 인건비가 그만큼 더 들어가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외부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야 좀 더 안정적으로 서비스 개발에 나설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소개서와 사업 계획서를 다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정작 L 대표는 본인이 좋아해서 하고자 했던 개발을 직접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일들, 그리고 여러가지 의사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져 갔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 보려고 창업을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일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L대표의 상황은 특별하다기 보다 창업 이후 일어나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이다.

대부분 창업자는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일, 잘 하는 일, 그러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한다. 회사를 시작할 때 ‘사업가’ 혹은 ‘경영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창업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전 글(2012/02/03 – [스타트업] – 자영업자처럼 시작하지만 나는 사업가다)에서 언급한 자영업 수준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사업이다. 사업이란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이라고 했다. 초기에는 인원이 얼마 없고 다 아는 사람들이고 해서 그냥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이 많지만, 한 명이라도 공개 채용 인원이 들어오면 본격적인 ‘경영 이슈’들이 생기게 된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경영자는 기업의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한다. 이 프로세스를 시스템화시켜서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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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포터의 본원적 가치사슬

마이클 포터의 본원적 가치사슬이란 표를 보면 회사가 돌아가는 체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경영자는 이 사내 가치사슬 각각을 점검하며 기업의 미션과 비전에 맞추어 갈 수 있도록 속도와 방향을 잡아야 한다.

자본을 조달하고, 조달한 자본을 어떻게 사용할 지 계획하고, 실행하고, 관리해 나간다. 스타트업에게는 현금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외상 매출금을 회수하는 것도 필요하다. 매출만 올려놓고 돈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회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함께 일할 좋은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채용한 사람들이 회사 조직 내에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연봉 체계를 만들고, 직급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의 날에 쉬는지, 동생이 결혼을 할 때 축의금을 얼마를 내야하는지, 휴가는 어떻게 주어져야 하는지 등의 소소한 것들도 결정해야 한다.

만들어진 상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무제표를 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기장을 대행하는 세무사무소만 믿으면 안된다. 매출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비용을 줄이는 부분, 세금을 아끼븐 부분이 중요하다. 회계를 모르면 손도 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을 혼자 다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팀 멤버들이 업무를 분담해서 하거나 사람을 채용해서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경영자는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알아야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지 아닌지 분간할 수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그렇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현실은 책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은 대부분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큰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창업 기업에 관한 실무적인 이야기는 대부분 배운 적이 없다. 스타트업 경영자만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고 멘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지만 ‘경영’은 회사를 창업하는 대부분의 젊은 창업자들이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다. 하지만 회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주특기가 되는 일 외에 ‘경영’이라고 하는 새로운 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경영의 모든 것을 익히고 나서 창업할 수도 없다. ‘경영’의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부터 배움에 대한 열망이 높아져 무서운 속도로 학습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회사를 창업한 기업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경영’이라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 그러니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면서 하라는 것. 미리 알고 있으라는 것이다. (모르고 있는 게 나을까?)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z20.tistory.com/24

About Author

/ sungjucho@naver.com

(전) 캠퍼스21 대표 (현) 씨씨브이씨밸류업센터 센터장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전략경영전공 박사과정 최근저서 "스타트업을 경영하다" Blog. http://www.chosung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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