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 – Value Disciplines

1992년 발행된 HBR 중에 Michael Treacy and Fred Wiersema의 Customer Intimacy and Other Value Disciplines를 수업 중에 다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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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글임에도 불구하고 value discipline 개념의 설명과 핵심 내용의 간결함  및 델(Dell)에 대한 언급으로 인해 관심을 갖고 읽었다.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이므로 편한 마음으로 quote하기로 한다.

Value & Value Discipline

지난 10년간 연구소, 대기업 기획팀, 외국계 기업 마케팅팀, 해외 사업체, 컨설팅펌을 거쳐오면서 참 많이 쓰면서도 가장 애매했던 개념 중의 하나가 value인 것 같다. 그리고 Kellogg에서 1년 반을 공부하면서도 value라는 단어를 많이 듣기도 했다. Value는 strategy라는 단어와 거의 항상 같이 쓰였던 것 같다. 특히 케이스로 된 숙제들을 하면서는 어떤 회사, 어떤 팀의 전략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작업이 매우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그 strategy로 deliver해야 하는 value 자체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이 글에서는 value를 정의하지는 않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In the past, customers judged the value of a product or service on the basis of some combination of quality and price. Today’s customers, by contrast, have an expanded concept of value that includes convenience of purchase, after-sale service, dependability, and so on.

결국 value는 고객이 혹할 만한 모든 것을 총칭하는 의미로 해석이 되며, 편리함, 디자인, 품질, 서비스, 가격, 평판, 사용 확장성 등 정말 많은 것이 포함되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회사나 사업가는 시작부터 큰 고민에 빠지게 되는 듯하다. 이 수많은 가치 중에 어떤 것(들)이 나의 제품 혹은 서비스와 잘 맞는지, 시장에서는 반응이 있는 가치일 것인지, 이런 가치들을 내가 충족시킬 수 있는지, 있다면 몇 개나 충족시켜야 하고 어느 정도 충족시켜야 하는지가 모두 vague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Michael과 Fred는 Value discipline이라는 개념으로 심플하게 설명한다.

One might assume that to compete today, companies would have to meet all these different customer expectations. This, however, is not the case. Companies that have taken leadership positions in their industries…..typically have done so by narrowing their business focus, not broadening it. They have focused on delivering superior customer value in line with one of three value disciplines – operational excellence, customer intimacy, or product leadership.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더 다양해지는데 회사나 사업가는 세개 중에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니 너무 명쾌하다. 물론 operational excellence, customer intimacy, product leadership도 vague한 의미가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개념들이 명쾌한 이유는 이 중 어떤 value discipline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value에 집중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Dell

내가 그나마 잘 아는 Dell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Dell은 이 글에서도 그렇지만 operational excellence를 추구하는 회사이다. 애플, 컴팩, IBM이 이미 컴퓨터 시장을 선점한 시점에서 기숙사 방을 거점으로 주변 시장에서 부품을 사서 원하는 사양을 친구들에게 만들어주기 시작한 델은 고민한다. 이거 장사는 되는데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나는 돈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크게 사업을 벌일 것인가. 결과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델은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을 내린다. 내가 직접 고객을 찾는다. 고객에게 돈을 먼저 받아 내 돈을 최대한 안 들이도록 하고, 부품 공급처는 조금 비싸더라도 바로 옆에 둬서 발빠르게 원하는 사양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이러한 원칙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주문 제작 방식을 채택하고 직판을 위주로 하며, supply chain management를 매우 효율적으로 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가장 빠르게 가장 경쟁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실제로 똑같은 기술 기반의 똑같은 사양 및 품질의 제품이라면 델의 가격이 매우 경쟁적이며, 지금까지도 원하는 사양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globalize되어 있는 환경에서도 주문 제작한 PC를 5일 안에 받아볼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한 대를 주문하건 3,000대를 주문하건 한국 오피스를 통해 주문된 PC가 말레이지아 페낭에서 생산되어 통관을 거쳐 주문자가 원하는 위치에 5일 안에 배송된다는 것은 operation 상으로 그 효율성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델이 왜 1위 자리를 HP에게 빼앗기고 지금 변변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의 개념을 빌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Operational Excellence가 Operational Superiority로 한 단계 강등 

델의 operational excellence는 경쟁사들이 중국 OEM 업체들을 사용하면서 그 차이가 좁혀진다. 델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주문 제작하기 위해 델의 공장을 직접 운영해 온 반면, 경쟁사들은 중국의 제조 업체들과 OEM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days in inventory, days in account payable, days in account receivable 등의 효율성 지표를 보면 델과는 격차가 크지만 제조 원가 자체가 비슷해 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이는 대부분의 중국의 제조 업체들이 미성년자 및 장애인을 고용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착취를 통해 이룩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애플도 이로 인해 미디어 발표를 한 일이 있다. (참조)

물론 일부 부품 및 일부 모델을 현재 중국 OEM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델도 윤리적으로는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요지는 경쟁사들이 원가를 낮추는데 성공하면서 Dell의 core competency의 competitiveness에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 Customer Intimacy에 대한 자만심

모든 MBA와 경제지에서 델의 operational excellence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을 때, 델 내부에서는 스스로 customer intimacy의 우월성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는 델의 직판 모델에서 오는 다소 사이비 종교같은 신뢰로 인한 착각이었는데, 직판을 하다보니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고 그렇다보니 CRM이 잘된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큰 오류가 있었다.

   (1) HP는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해도 델보다 비싼 가격에 HP 제품을 팔아야 하는 전문적인 채널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더러 있다.
   (2)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어도 제품 개발에는 잘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3) 델의 모든 infrastructure는 operational efficiency를 drive하는데 맞추어져 있어서 고객의 불만이나 니즈를 들어도 그것을 만족시켜 주기 위한 방법을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이 아닌 가격 디스카운트로 하게끔 되어 있다.

3. Product Leadership에 대한 소홀

최근 델의 제품들을 보면 매우 훌륭해졌다고 느낀다. Alienware를 인수한 것만 봐도 제품 개발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다소 늦은 감이 있는 듯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델 = 싼 PC라는 공식을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델 제품 개발 팀 수장이 일본을 방문했다. 시장 조사를 위한 것이었다. 일본에서 그를 만나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지금까지도 그에 대해서 두 가지를 기억한다. 하나는 그가 키가 2m가 넘고 아마 몸무게도 쉽게 150kg이 넘는 거구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놀랍다며 한 말이었다. “일본에는 직장인들이 다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노트북을 다들 들고 다니는 것 같다. 나는 15인치 노트북도 작아서 17인치를 쓸까 하는데 동양인은 15인치도 버거워 보인다. Amazing!!!” 그의 순수하게 놀란 표정에 나는 “You are amazing”이라고 대꾸해 주었는데, 그가 더욱 순수하게 미소지은 것으로 보아 아마 칭찬으로 들었던 것 같다.

글 : Terry
출처 : http://mbablogger.net/?p=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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