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이루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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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때 한참 한글을 배울 때 일이다. 학교에서는 네모 칸이 쳐진 공책에 단어나 문장을 써오는 숙제를 내주었다. 글자를 잘 써가고 싶은 마음에 정성을 다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씩 썼던 것 같다. 고사리 손으로 혼신을 다해 글자를 써 내려가다 몇 자 쓰지 못하고 지우개로 지우고 마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 막 한글을 배워서 쓰기 시작했으니 교과서에 나오는 글자처럼 예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내 마음처럼 네모 반듯하게 글자가 써지지 않는 게 흡족하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몇 번 씩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종이는 너덜너덜해지고 더 이상 지울 수 없을 때, 할 수 없이 그 페이지를 찢어 버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면 숙제도 끝내지 못하고 산지 며칠 되지 않은 공책은 몇 장 남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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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flickr.com/photos/brandhesaid/5973537053/

가짜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 가짜 완벽주의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필기 숙제를 완벽하게 하려고 지우고 쓰고를 무한 반복했던 내 모습이, 바로 가짜 완벽주의의 한 예다. 가짜 완벽주의에 시달리면 일의 진전이란 있을 수 없다. 배움이나 성취의 본질은 피드백이다. 피드백을 받으려면 결과에 구애받지 말고 일단 실행해야 한다. 시쳇말로 저질러 보고 그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걸 하려면 불완전한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짜 완벽주의에 시달리면, 절대로 배움을 얻거나 성취하고 행복해질 수 없다.

그렇다면 진짜 완벽주의란 무엇일까? 일단 저지르고 보거나 하고 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부족한 점이 있거나 개선할 점이 있다면 그 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진짜 완벽주의란 어떻게 보면 예술가의 자세와 비슷하다. 자신이 만든 것이나 그린 것, 아니면 쓴 것에 대해서 만족해하지 않아야 진짜 예술가다. 예술가가 자신이 창조한 것에 만족한 순간, 예술혼은 사라져버리고 결국 자기복제나 답습에 빠지고 만다.

자신의 작업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자면, 진짜 완벽주의나 가짜 완벽주의나 비슷하다.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는 시작도 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하거나 끝도 보지 않고 당장의 결과에 실망해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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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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