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은 빅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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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goo.gl/PwZnz
최근 소셜미디어 위기관리라는 주제의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면, 소셜 상의 대화를 분석하거나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을 리드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이렇게 위기관리를 지향하시는 분들은 컴퓨터 사이언스 계통이나 사회, 정치 또는 마케팅 리서치 계통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많아 보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리서치(research)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신문이나 방송 또는 정치선거상에서 리서치의 중요성이 비판 받을 수 없듯이 소셜미디어 데이터들에 대한 리서치적인 성격에 대해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그러한 리서치 행위와 체계 자체가 기업 위기 시 위기관리의 근간으로 논의된다는 데 있어 보인다. 이런 주장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소셜미디어 현상과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 데에서 그 비즈니스 가능성을 찾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는 어쩔 수 없이 공감한다. (사실 많은 소셜미디어 관련 비즈니스가 클라이언트 핵심 인력들의 이해부족을 기반으로 수주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위기발생시 위기에 대한 정의를 내리거나, 위기대응 전략을 세우거나, 대응안들과 각각의 타이밍을 만들어 ‘결정’하는 업무를 통칭 ‘위기관리’라고 한다면 이 모든 업무에서 ‘실무자’들이 ‘결정’하는 부분들은 거의 없다는 데 주목하자. 기업이 위기를 맞아 외부로나 내부로 보여지는(visible) 모든 위기관리 행위들은 대부분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인가에 기반한다. 이 시각을 정확하게 견지해야 기업 위기관리를 체계화하거나 분석할 수 있다.

일부 마이너 한 위기의 경우 최고의사결정자의 인가가 직접적으로는 생략되는 경우들도 물론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해당 실무자들은 평소 최고의사결정자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의사결정의 기준에 큰 영향을 받아 대리 의사결정을 진행하게 된다.

학자들이나 위기관리 컨설팅을 책으로 배우는 주니어 컨설턴트들의 경우 기업 위기에 있어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해당 위기관리 주체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결정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외부 이해관계자의 태도가 부정적이라도 의사결정은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에 성공했다 자평 되는 경우들도 많다.

반대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별반 큰 부정적 의미를 포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기업의 철학을 강조하면서 ‘over management’하는 경우들도 존재한다. 일각에서 보면 이는 건전한 철학을 가지고 선제적 위기관리를 했다 평가할 수도 있지만, 일각의 내부 이해관계자들은 ‘불필요한 과잉 대응으로 부가적인 문제들을 만들었다’며 실패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인 ‘소셜 공중(Social Public)’에 대한 빅데이터적 분석은 위기 시 기업의 종합적인 의사결정에는 별반 영향을 끼치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위기관리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핵심은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상황인식과 정의에 있다. 이렇게 범위를 좁혀보아도 소셜미디어 여론 분석이 그들의 상황인식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상당히 부풀려진 바램일 뿐이다. 소셜미디어 분석결과는 그냥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태도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어 하나의 큰 그림을 구성하는 점들이나 몇 개의 획일뿐 그 이상이나 그 이하도 아니다.

눈으로 직접 여론의 형성과정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을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겠지만,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원하는 것은 멋진 그림, 자세함이나 논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정확한 감’을 빨리 원하는 것이다. 그나마 그 정확한 감도 VIP 자신의 감에 절반 이상을 의지하신다. 기존에도 일선에서의 보고서들과 리서치들이 위기관리 과정에서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위기관리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는 고맙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분석이 곧 위기관리라고 오해하게 하거나, 소셜미디어 분석이 곧 전략적 위기관리 체계라 생각하게 해서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오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해 본 일선의 임원급들에게 물어보라. 데이터, 리서치, 분석보고서, 숫자, 예측, 변화추이 등등의 것들이 지금까지의 기업위기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었는지 물어보라.

순수 위기관리 체계의 관점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셜미디어 분석이나 빅데이터등에 대한 투자와 시간은 마케팅이나 다른 평시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양보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위해서는 최고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시뮬레이션이 더 필요하지 않나 한다. 그 시뮬레이션 일부에 소셜미디어 분석 결과 보고와 공유 체계가 붙어주면 더욱 좋겠다. 그 뿐이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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