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실패한 경험이 없다면, 제대로 된 이룸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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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성취하고 행복하라’는 앱북을 아이폰과 아이팟 기반으로 출판했다. 기획, 원고, 프로그래밍, 표지 디자인, 마케팅까지 모두 내 손으로 했다(단 책에 들어가는 그림은 누님의 도움을 받았다). 앱북을 출시하기 전에 가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0.99달러로 할지 아니면 무료로 할지를 두고 말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난 무료를 선택했다.

사실 앱북을 만들기 위해서 적지 않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했다. 일단 맥북 에어를 구매했고 애플의 개발자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했다. 그리고 맥북에서 그림 수정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포토샵도 샀다. 물론 앱북 프로그래밍을 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원고를 내가 만든 앱북의 데이터 포맷으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도 짰다. 원고 쓰는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능력 있는 편집자와 일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평소에 신경을 덜 쓴 교정, 교열에 많은 공을 들었다. 그림이야 실력 좋은 누님이 해주었으니 신경 쓸 일이 없었지만, 페이지마다 들어가는 그림의 컨셉을 잡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썼다. 표지에 들어가는 그림을 구하기 위해서 유료 이미지 파일을 구매해서 손수 포토샵으로 표지도 만들어야 했다. 앱북을 다 만든 다음 애플의 심사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처음하는 일이어서 거절도 한 번 맞았다. 요약하자면 앱북을 만들기까지, 개인으로서 적지 않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했다. 결국 앱은 등록되었고, 난 가격으로 무료를 선택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얼마 전 한겨레 신문에서 ‘구간이 신간보다 잘팔리는 할인의 저주’라는 기사를 썼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최근에 나온 책이 옛날 책보다 잘 팔려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 그렇지 않다.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콘텐츠의 신선함보다 콘텐츠의 가격에 더 민감하다. 따라서 비싼 신간보다 싼 구간이 더 인기가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자신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없을 때, 내 콘텐츠를 얼마나 선택해서 시간을 투자해 읽을지가 궁금했다. 말하자면 가격이라는 제약사항이 없을 때, 내가 만든 앱북이 순수 콘텐츠로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난 앱북을 무료로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내 앱북을 무료로 배포했을 때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필요했다. 이 기준을 선정하려고 내 블로그의 방문 정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모바일 기기 가운데 단연코 접속 1위 기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접속하는 분 가운데 재방문자가 신규방문자보다 두 배 더 많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해서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분들은 내 글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블로그를 대개 1주일에 한 번은 갱신하니까, 블로그에 앱북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것을 알린다면, 적어도 1주일 안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고정 방문하는 분들은 내 앱북을 다운로드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주일 내 다운로드 목표를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해서 방문하는 평균 고정 방문자로 정했다. 1주일 후부터는 고정 방문자는 앱북을 대개 내려 받았기 때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접속하는 신규 방문자 중 절반은 앱북을 다운로드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앱북 배포 후 1주일 후 다운로드 횟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접속하는 신규 방문자의 절반 정도로 잡았다. 그래서 결과는 어땠을까?

현재까지 보자면 처음에 세운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다. 거두절미하고 성공과 실패로 보자면, 원례 계획에서 실적이 모자라기 때문에 내 예상은 빗나간 셈이다. 생각만큼 앱북이 많이 읽히지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출판 후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서 고민을 한 건 새로울 것도 없어서, 실망감을 금방 잊었다.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전자책을 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말하자면 왜 내 예상이 빗나갔는지 그 이유를 찾고 있는데, 딱 떨어지는 답은 못 얻었지만, 그러면서 시도하지 않았다면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고 고민하기에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에게 실패는 참 쓰다. 실패도 반복이 되면 단련이 되기 때문에 익숙해지지만 그래도 생각한대로 안 되면 참 씁쓸하다. 실패도 누적되고 반복되면 도전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이루려는 사람에게 실패보다 더 위험한 게 있다. 자신이 생각한 것이 있고 이룰려는 게 있는데, 최근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성공한 경험도 실패한 경험도 없다면, 이건 정말 위험하다. 사람이 무언가를 꼭 이룰 필요는 없다.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도 의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뭔가를 이루고 싶은데, 딱히 성공을 체득하지도 그렇다고 실패를 맛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는 일마다 성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유명 인사들의 삶을 보면 매 순간이 성공을 꽉 차 있는 것 같아서 그들의 삶이 부럽다. 부러운 것까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들의 삶을 보고 왠지 모를 자극을 받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난 성취고문이라고 부른다. 자신은 언제가 성공할 거라는 생각으로 누군가의 성취를 보고 자신을 괴롭히는 게, 바로 성취고문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 이룸을 포기하고 존재의 삶을 사는 게 더 낫다.

하지만 인생을 의미 있는 것으로 채우고 거기서 행복을 얻고 싶다면, 반드시 행동해야 하다. 그 행동이 유효하고 효과적이라면 성공을 맛 보겠지만, 실패를 맛 본다고 해서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33

About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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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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