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스타일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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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extmovie.com/zbxe/files/attach/images/1193383/895/810/paul10.jpg

폴 버호벤이라는 감독이 있다. 이 감독 이름만 듣고서 어떤 영화를 찍었는지 알아 맞추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다. 하지만 영화
제목을 들으면 다들, 아 그 영화를 이 감독이 찍었어라고 반문할 것이다. 이분의 전성시대는 80년 대말부터 90년 대
초까지였는데, 이때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3편 모두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후로 쇼걸,
스타쉽 트루퍼스, 할로우 맨이 망하면서 그의 시대는 갔지만, 히트작 3편만으로도 그는 영화사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로보캅, 토탈리콜, 원초적 본능은 장르가 무척 다르기 때문에, 한 감독이 찍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버호벤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의 작품을 거의 챙겨 보다 보니까, 장르가 달라도 버호벤 감독의 영화라고 느껴지는
그만의 스타일이 영화에 있다. 헐리우드에서 실패하고 나서 고국 네덜라드로 돌아가 찍은 비교적 최근작 블랙북이라는 영화를 봐도,
그의 스타일이 사뭇 느껴진다.

스타일이 분명하다는 건,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게 하는 이유가 된다. 운이 좋아서 감독의 스타일이 시대 정신이나
분위기와 잘 부합하는 경우는,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 운이 나쁠 때, 그나마 비운의 천재로 명성을 얻지 못하고 끝나느 경우도
많다. 따라서 감독으로서 시대 분위기와 달리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다는 건, 축복일 수도 재앙일 수도 있다.

먹고 사는 게 점점 중요해지는 세상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 혹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생존의 문제에만 점점 매몰되다 보면, 삶이라는 게 대량생산 체계에서 찍어내는 단팥빵과 같아진다. 배고파서 먹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맛있다고 독특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즉 고유한 스타일이 없는 빵이 된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 시대의 정언명령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그깟 스타일이 뭐가 대수냐,란 반문을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을 제외하고 뭔가 자신의 삶에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에 어떤 형태로든 스타일이
있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 스타일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가치관이나 몰입의 대상이 없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신승환
출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53

About Author

/ root@talk-with-hani.com

신승환은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 컨설팅 등의 업무를 십 년간 수행했으며, 현재는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읽은 것과 생각한 것을 블로그(http://talk-with-hani.com)와 트위터(http://twitter.com/talkwithhani)에 꾸준히 남기려고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는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겸손한 개발자가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와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가 있으며, 다수의 IT서적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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