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l Entrepreneur, 마이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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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 Entrepreneur라는 말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창업해서 한번 성공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를 지칭한다.

나는 항상 이 말을 들으면 Mysimon.com의 창업자이자 Become.com의 전CEO이신 마이클 양을 떠올린다. 오늘 마침 그를 인터뷰한 연합뉴스의 기사 ‘마이사이몬’ 마이클 양 “세계 겨냥 창업 바람직”을 읽으면서 그 분에 대해서 한줄 적어 본다.

나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UC버클리의 경영대학원인 Haas school of business를 다녔는데 2001년 당시 1학점짜리 인터넷관련강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시간짜리인 이 강의는 학생들이 직접 섭외해서 외부스피커를 초청해 진행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나도 뭔가 기여를 하기 위해 초청을 할만한 외부인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2000년 1월 쇼핑 가격비교 검색엔진인 Mysimon.com7억불에 CNET에 매각해 유명해진 마이클 양이 Haas MBA선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서 강의에 외부연사로 초청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누군가를 찾고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이클 양이 강연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닷컴버블이 꺼졌다고는 하지만 당시 환율로 거의 1조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한 것이기에 나는 강연에서 자신의 성공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접한 마이클 양은 조용히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며 성공은 단지 행운이었다고 계속 반복해서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특히 “내 손으로 만든 마이사이먼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CNET와서 사겠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지만 내 투자자들과 내 집사람까지 포함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모두 파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팔았는데 그리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나스닥시장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말 Lucky했다고 성공을 운으로 돌렸다.

그때까지 나는 (기자로서의 경력을 통해) 닷컴붐으로 벼락부자가 된 뒤 잘난 척을 하는 기업가들을 많이 봐왔기에 마이클 양의 그런 겸손한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이클 양은 그뒤 오래지나지 않아 Netgeo라는 회사를 창업하셨고 그 뒤 이어진 한 만남에서 “왜 또 기업을 시작하셨는가?”라는 내 질문에 “창업은 나에게 주어진 소명(Mission)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즉, 첫 기업을 통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다시 또 기업을 시작해서 성공시키는 것이 사회에 다시 보답을 하는 길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나는 평생 놀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번 실리콘밸리의 거부들이 또다시 창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투자자로서만 유유자적하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왜 또 저런 고생을 사서 할까? 하지만 마이클 양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Serial entreprenuer들이 실리콘밸리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티브 잡스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창업한 애플을 나와서 넥스트컴퓨터를 만들고 픽사를 인수해 성공시킨 Serial Entrepreneur 아닌가.

연합뉴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 90년대 말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왕성하게 창업과 경영활동을 했는데 원동력이 무엇인가.

▲ 몸속에 창업 DNA가 있는지 모르겠다. 창업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기회를 보고 아이디어를 이용하고 기술을 응용해 새 회사를 차린다는 게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기(실리콘밸리)서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마이사이먼을 시작할 때 이미 37세였다. 40대, 50대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한국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40대에 명예퇴직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또 내가 몰랐던 것은 “마이사이먼 당시 자금조달을 위해 200곳을 찾아갔으나 195곳에서 거절당했다. 전문 투자가들이 안 된다고 할 때 정말 안 되는 것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라는 부분이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우리는 항상 “7억불 매각 대박”이라는 기사제목만 보고 쉽게 성공했구나 하는데 자세히 이면을 들여다보면 항상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앵그리버드를 내놓기 전에 로비오도 51번의 그저그런 게임을 내놓으며 실패를 맛보았다고 하지 않던가.

2002년 5월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나는 한동안 마이클 양을 다시 뵙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7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Daum Knowledge Officer라는 직함을 가지고 실리콘밸리를 다시 왕래하면서 마이클 양을 다시 연락드리고 뵙게 됐다. 나를 잘 기억해주고 계셨다. 이번에는 Become.com이라는 마이사이먼과 비슷한 가격검색엔진 스타트업을 시작하셔서 왕성하게 또 기업을 이끌고 계셨다.

이후 2009년 내가 라이코스CEO를 맡게 되면서 더 자주 연락드리고 미국기업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자문받았다. 가끔 사람고민까지 포함해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기도 했다. 나의 CEO멘토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인터뷰를 통해서 마이클 양 자신도 유료로 전직 CEO출신 “CEO코치”의 자문을 받고 계신 것을 처음 알았다. 내게 공짜로 조언은 물론 밥까지 자주 사주셨는데… (감사합니다!)

– 창업과 경영과 관련해 멘토가 있는지.

▲ 특별한 멘토는 없지만 주변에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지난 2년간은 CEO를 상대로 전문적인 조언을 주는 전직 CEO 출신 ‘CEO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시간당 400달러나 되지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고 사적인 일까지 들어주고 중립적인 피드백을 준다.

이 기사를 보고 다시 느꼈는데 CEO에게는 믿고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회사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정말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비용까지 들여가면서 CEO코치를 받고 계신지는 몰랐다. 그만큼 그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계신 탓이리라.

지난 3월 Become.com의 CEO에서 이사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기신 마이클 양을 뵙고 식사를 한 일이 있다. 8년간 쉼없이 이끌어왔던 Become.com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재충전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평소 미국의 유대인이나 중국인, 인도인커뮤니티에 비해 한국인들의 네트워크파워가 약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하셨는데 이번에 ‘CKA(Council of Korean Americans)’를 결성하셨다. 권율, 샘 윤 등 성공한 한국계2세들이 참여한 CKA는 6월7일 백악관에서 Korean community를 위한 브리핑행사를 개최한다. 감사하게도 나도 초청해주셔서 그날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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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councilka.org

글: 에스티마
출처: http://estima.wordpress.com/2012/05/28/serial-entrepreneur-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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