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뿌리기

얼마전에 Fred Wilson이 쓴 블로그 포스팅 중에 왜 실리콘 밸리에서 좋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추세가 (양적/질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이 있었다. 참고로, 요새 나는 폴 그레이엄에서 프래드 윌슨으로 배를
갈아탔다. Fred의 짧지만 그 깊은 통찰력의 글들에 매료되었다. 언제 시간이 생기는지, 이 바쁜 동부 최고의 VC는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블로깅을 한다. 영어 읽는게 어렵지 않은 분들은 꼭 구독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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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flickr.com/photos/36963090@N06/3471929554
하여튼 그의
논리는 이렇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계를 마치 나무가 씨를 뿌리는거에 비유한다. 오래된 고목들은 그 옆의 토양으로 씨들을
뿌리고, 이 씨들은 원 (original) 고목보다 더 높고 강하게 자란다. 그러는 과정에서 고목들은 썩어서 죽고, 새로운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풍부한 토양의 일부가 된다. 새로운 나무들은 높게 자라서 다시 씨들을 뿌리고, 이 씨들은 더 크고 강한 나무가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숲이
만들어진다. 자연 생태계 (ecosystem)가 완성되는 것이다. 

Fred는 그러면서 실리콘
밸리의 첫번째 나무는 1927년도에 창업된 Fairchild Semiconductor라고 한다. 페어차일드 반도체 출신들은 인텔 -> 애플 -> 오라클 등 실리콘 밸리를 대표하는
기술 회사들을 창업하고 성공적인 ‘스타트업 토양’을 만드는데 막대한 기여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후배들은 또다시 스타트업을 만들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8년만에 100조원70조원 (2012.5.25. 기준)의 가치를 만든 Facebook의 탄생과 IPO를 얼마전에 목격하였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은 상장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창업자/경영진/초기직원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다. 페이스북
상장으로 최소한 1,000명의 백만장자가 (종이 백만장자) 탄생할거라고 한다. 창업자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많은 직원들도
수십억대의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회사에 언제 입사했냐에 따라서 주식으로 벌 수 있는 돈은 차이가 난다. 늦게 합류한 직원들은
평생 놀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버는건 아니겠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훨씬 더) 여유있게 삶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
수는 있다. 또한, 그들이 한가지 배운게 있다면 바로 ‘실리콘 밸리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열심히 일하면 단기간동안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재수좋으면 내 동료들과 우리 직원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 큰 돈을 벌 수 있다.’이다. 그들은 약간의 재충전의 시간을 갖은 후에 바로 창업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초창기의
스타트업에 합류한다. 이미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 성공을 반복하거나, 아니면 더 큰 성공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나무들이 씨를 뿌리듯이 이 인력들은 계속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바탕으로 좋은 스타트업들을 만들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든다.

한국은 어떨까? 물론, 이런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몇번의
주기를 거쳐야하며 시간이 걸린다. 한국은 이제 막 벤처 1세대들이 어느정도의 성공을 맛보았고 2세대들이 꿈틀꿈틀거리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계속 스타트업들을 만들 수 있는 나무들을 배양할 수 있을까? 내 주위에 있는 스타트업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실리콘 밸리와는 다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스타트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다시는 창업을 하지 않을거라고 한다. 이들과 같이 일했던 직원들도 그만두고 오히려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봤다.
심지어는 성공적으로 상장한 스타트업의 직원들조차 그만두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장사를 하는 경우도 봤다.

왜 이럴까? 그동안 경험하고 봐왔던거에 의하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리나라 몇몇 벤처 1세대들의 과욕인거 같다. 내가 아는 몇몇 상장한 성공적인 스타트업들 중
창업자들이 회사 지분의 70%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이 30%를 가진다고 치면 같이 피똥싸면서 회사를 만든
수백/수천명의 직원들은 회사의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성공하려면 직원들과 회사를 공유해야한다는걸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직원들은 스타트업의 성공을 전혀 공유하지 못한다. 이렇게 미친듯이
일해서 얻는 결과가 대기업에서 월급 꼬박 받는 친구들과 동일하다면 오히려 대기업에서 일하는게 낫다는
결론이 난다. 이러면 당연히 주위 사람들한테 절대로 스타트업에서 일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이들이 회사를 나가서 다시 한번 성공을
경험하거나 더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일은 없을것이다. 성공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고, 회사 오너들만 성공하는걸 옆에서
봤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건100% 개인적인 생각이다.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왜 한국에서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힘든지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의 규제와 같은 애매한것들 말고…)

글:배기홍
출처: http://www.baenefit.com/2012/05/blog-post_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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