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버리고,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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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www.flickr.com/photos/49788302@N00/6907731218
구글 웨이에서 구글 부사장인 마리사 메이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으로부터 이상한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메일엔 그저 37이라는 숫자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메이어는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예전에 이 사람이 어떤 메일을 보냈는지 찾아봤다. 과연 이전에도 같은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 메일에도 숫자만 적혀 있었다. 33, 53 이런 식으로 숫자만 적혀 있었는데, 어떤 메일에는 “61, 점점 무거워지네요. 그렇지 않나요? 13이면 안될까요?”라고 쓰여 있었다. 결국 메이어는 메일을 받은 날이 구글 홈페이지를 바꾼 날이고, 숫자들은 홈페이지 화면에 나오는 글자 수임을 알게되었다. 메이어는 홈페이지를 간단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단어는 미처 세어보지 못했다. 그 이후로 구글은 홈페이지에 28개 이상의 단어를 싣지 않는다고 한다(via 탐스 스토리)

복잡하게 하는 게 쉬울까? 간단하게 하는 게 쉬울까?

당연히 복잡하게 하는 게 쉽다. 간단함이라 자신감과 철학이다. 경쟁사가 100개의 기능을 넣을 때, 자사의 제품에 10개의 기능만을 넣는 건, 사업상의 엄청난 도전이다. 도매상, 영업, 소비자들이 모두 경쟁사의 제품을 말하면서 당신 회사의 제품의 기능이 적다고 불평한다. 10개의 기능을 선택했을 때 이런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이게 쉽지 않아서 다들 100개의 기능을 넣는다. 하지만 단순함은, 복잡함을 추구하는 회사를 이기는 최적의 전략이다.

10개의 메뉴로 승부하는 식당과, 1개의 메뉴로 승부하는 식당이 있다고 하자. 10개의 음식을 모두 맛있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10개의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두 신선하게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10개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효율화하기란 쉽지 않다. 100명이 달리 주문하는 10개의 메뉴를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1개의 메뉴는, 10개의 메뉴로 고생하는 식당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1개의 음식을 맛있게 조리하기는 쉽다. 그것만 파고 들면 된다. 1개의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신선하게 유지하기는 쉽다. 재료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1개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효율화하기란 쉽다. 그것만 만들면 된다. 100명이 주문하는 1개의 메뉴를 관리하기란 쉽다. 그것만 주문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1개의 메뉴를 파는 식당보다 10개의 메뉴를 파는 식당이 더 많다. 왜 그럴까? 1개를 파고 든다는 건, 9개의 메뉴를 찾을 고객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바로 선택이다. 선택은 의사결정의 마지막 과정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가져올 책임을 정면돌파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그런 10개의 메뉴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탁월함을 버리고 평범함을 택하는 과정이다. 사실 쉬운 길로 가는 듯 보이지만, 이건 평범한 99명의 식당주인과 경쟁해야 하는 길로 접어들은 것이다.

손에 든 게 많아서 결정하지 못한다면, 일단 버려라, 그리고 남은 게 많다면, 또 버려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버리자. 그리고 남은 게 있다면, 그게 당신이 집중해야 할 것이다.

글: 신승환
출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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