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미팅 이야기

#1. 12 Angry Men

핸리 폰다가 출연한 1957년작 미국 영화 ’12 Angry Men’ 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18세의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섰고, 이 소년이 과연 유죄인지 여부에 대해서 12명의 배심원들이 한 방에서 토론을 하는 것으로 영화의 대부분이 이뤄져 있다. (영화 전체가 Youtube.com에 영어자막과 함께 공개되어 있으며 한번쯤은 꼭 보실 것을 권한다.)

이 영화는 많은 증거가 소년의 유죄를 향해서 줄을 서 있지만, 주인공인 핸리 폰다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서, 소년이 정말 그랬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처음에는 이 소년이 유죄라고 100% 확신하던 다른 모든 11명을 설득해서 소년의 무죄를 얻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나는 이 영화를 나의 MBA 첫 수업에서 보게 되었다. 이 짧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팅에서 핸리 폰다는 놀라울 정도의 미팅 진행 능력을 보여준다. 미팅에서 나서서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함으로써 미팅을 리드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배심원들의 미팅에서 은근히 나서지 않으면서도 누가 어떤 말을 하는지, 그에게 어떤 방법으로 설득을 구사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누구를 내 편으로먼저 만들어야 하는지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높게 평가하는 그의 미팅 스킬은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적절한 질문(right questions)’ 을 던지는 것이다.미팅룸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단을 빠른 시간안에 내려야 하며, 적절한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누가 먼저 말을 해야 하는지, 누가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누가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짧은 순간이지만, 우리의 뇌는 미팅에 들어가는 순간 엄청난 정보 프로세싱으로 쥐가 날 지경이다. 내가 예전에 다니던 모 회사에서는 항상 모든 미팅에서 가장 주니어, 즉 연차수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만약 높은 사람이 먼저 말을 하면 지위가 낮은 사람이 말문을 열기가 어렵기도 하고, 가장 지위가 낮은 사람이 가장 소비자에게 가깝기 때문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논리였다. 한편으로는 내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던 다른 많은 회사에서는 보통 가장 높은 사람이 먼저 말을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옳바른 말로 미팅을 주도해야 하고, 지위가 낮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허튼소리를 못하게 하기 위함이란다. 둘다 맞는 논리이다. 하지만 누가 먼저 말을 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일이다.

#2. 미팅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학때까지만 해도 가슴설레던 단어였던 ‘미팅’이라는 단어는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 그 두근거림을 잃고 무미건조한 단어로 둔갑해버린다. 단 한명과 하는 일대일 미팅부터 여러사람들이 함께 들어오는 미팅, 심지어는 전체 회사가 다 들어오는 미팅, 심지어는 혼자서 전화기나 화면만 바라보면서 하는 컨퍼런스콜까지, 미팅의 형태와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형태와 종류 뿐 아니라, 미팅을 하는 목적도 다양하다. 일단 미팅을 하는 목적이 명확하게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있다. 나의 대부분의 직장 경력이라는 것이 굉장히 바쁜 척을 많이 해야만 하는 외국계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에, 나는 다행히도 목적이 없는 미팅을 한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관계정립과 ‘얼굴보기’가 중요한 회사일 수록 목적이 없이 ‘그냥 얼굴 보는’ 미팅들도 꽤 있는 편이다. 실제로 고객사와 함께 하는 미팅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허락하는 한, 무언가 껀수를 만들어서 아무런 목적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얼굴을 비추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

미팅룸은 대여섯평짜리 방에서부터 대학의 대형 강의실만한 곳에서 이뤄지는 미팅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GE 같은 회사에서 잘 활용해서 유명해진 Town Hall Meeting은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하는 미팅으로서, 영국이나 미국처럼 커뮤니티가 발달한 동네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 반상회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미팅이다. 회사 또는 부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도하고,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서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이런 미팅에서는 프리젠테이션 스킬이 중요하기도 하고, 청중을 사로잡는 유머를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많은 청중을 데려다놓고 프리젠테이션이나 토론과 같은 미팅을 진행할 때에는 좀 더 다른 스킬들도 요구되는 것 같은데,  이 경우에는 자신의 보이스 톤, 얼굴 표정, 그리고 어떤 단어에 힘을 주고, 어떤 단어에서 힘을 빼는지조차도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누구와 눈을 마주쳐야 하는지, 누구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누구에게는 부드럽게 대해야 하는지 등등도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이 모든 요소들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표현한 예가 또 다른 영화인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에 나오는 알 파치노의 연기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장면은 알 파치노가 한 어린 학생을 변호하는 장면이다. 그 소년은 친구들이 학교 교장의 차에 장난을 하는 것을 목격하였으나, 친구들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학교는 이 학생을 처벌하려는 상황이었다. 알 파치노는 이 장면에서 놀라운 언변으로 이 학생을 구해내는데, 이 장면 또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므로 한번쯤 보실 것을 권한다.

하지만 일대일 미팅은 좀 다르다. 일대일 미팅은 그 긴장감의 밀도가 다른 어느 미팅과도 다르게 높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 변화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보이고, 상대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의 뇌는 수십만 헤르츠로 작동하면서 어떤 말로 대꾸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내가 몇몇 외국계 회사와 MBA교육을 받으면서 서구의 미팅 진행방식에 대해서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 배운 점은 특히 1:1 미팅에서 “상대방에게 더 말을 많이 하도록 하는 스킬들”을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단 둘이서 하는 미팅에서 내가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나는 듣는 입장이 되고, 상대방의 말꼬투리나 논리의 헛점을 잡기도 쉽다. 상대방은 말을 많이 하다가 자신이 너무 말을 많이 한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의 헛점을 공격하거나, 혹은 동의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에 얹혀가기(build-on)만 해도 된다. 예컨대 부하직원의 인사평가에 대한 논의자리라면 내가 먼저 그동안의 그녀의 근무에 대해서 평가하기 보다는 ‘너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니?’라고 물어보라는 것이다.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내가 먼저 치고 나가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리더십이 있는 것 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협상론이나 실무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에서는 꼭 이렇지 않다고 가르치니, 참으로 흥미롭다.

미팅에 뭔가 정해진 목적과 의제가 생기면 그 이전에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의 배분이나 자리배치, 그리고 사전에 사람들이 읽고 들어왔으면 하는 내용을 배포하는 것 등을 포함한 미팅준비가 이뤄져야만 한다. 그러나 사실은 실무진에서 더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 그것은 영어로는 로지스틱스(logistics), 우리 말로는 ‘미팅환경조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 같다. 즉, 미팅 장소 예약, 미팅 장소에 있는 마이크, 프로젝터 등이 잘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 혹시 다과나 음료수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등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무를 하다보면 (특히 직급이 낮은 경우에는) 의외로 이러한 것들이 중요해서, 실제로 로지스틱스를 잘 챙기는 사람이 조직에서 성공하는 경우도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꼼꼼하고, 여러가지를 사전에 생각할 줄 안다는 반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미팅을 준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면서 말을 흘림으로써 사전에 포석을 깔아 놓는 사람부터,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열심히 리허설을 해 보는 사람, 밤세워서 자신의 팀원들과 작전을 짜는 사람 등등 다양하다. 흥미로운 점은 (전혀 성별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나, 나의 관찰에 따르면) 남자들은 주로 미팅전에 담배를 피워대며 긴장을 달래거나 사람들과 사전 준비를 하는 반면, 여자들 중에는 화장을 고치고 옷 매무새를 다듬는 사람이 많이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사람들마다 자신의 버릇과 특성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주로 커피를 마시고, 초콜렛을 먹는 것 같다. 긴장한 탓에 그렇게 하기도 하며, 특히나 중요한 미팅에서는 긴장하고 있는 내 몸에 내리는 일종의 위안제이기도 하다.

막상 미팅에 들어가서는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에 내 친구와 내 후배가 같은 회사에 다닌적이 있었는데, 나는 내 친구에게 그 후배가 회사에서 잘 지내는지를 물었다. 내 친구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 후배가 꽤나 일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항상 지나가면서 그 후배가 하는 미팅을 보면, 그 후배가 화이트보드 앞에 나와서 뭔가를 열심히 그리면서 설명을 한다는 것이었다. 뭔가를 리드하고 있다는 뜻. 그렇다. 미팅은 그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고, 그 사람들에게 남겨지는 인상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 미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말과 관념 또한 중요한 것이다. 미팅은 일종의 사회적 교류이니까.

#3.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미팅

앞서 언급한 준비된 미팅과는 달리 로지스틱스랄 것이 특별히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미팅이나,  술과 담배가 있는 곳에서 이뤄지는 미팅들도 있다. 예컨대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할까?’ 라든지, ‘담배 한대 피우면서 이야기할까?’라는 말은 그 겉모습에 비해서 결과물이 전혀 가볍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술과 담배가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들이 꽤나 많기 때문에, 나처럼 술담배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즐기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그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고역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이유는 내가 그 자리에 빠질 경우에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제일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을 영어로는 FOMO(Fear of Missing Out)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별것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가 없을 때 하필이면 중요한 정보가 나오거나 주요 의사결정이 일어날까봐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억지로 술자리에 가 있거나, 회식 자리에서 많은 의사결정이나 주요 정보가 토의되기 때문에 술을 잘 못마시지만 그 자리에 빠지지 않고 가는 경우가 있다. 술자리나 회식자리에 빠져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찍힐까봐 꼭 참석하는 경우와, 자기 스스로의 FOMO때문에 술자리/회식자리에 참석하는 사람의 비율은 아마도 반반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인간은 합리화의 달인들이기 때문에, FOMO때문에 술자리에 빠지기 싫어하는 사람들조차도 ‘저는 술은 잘 못마시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합니다’ 같은 말을 하는 것 같다.

한국, 일본, 대만, 그리고 중국에서 유독 잘 나타나는 술자리 미팅의 형태는 바로 룸쌀롱 문화이리라. 남자들은 유년기부터 함께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친해지는 것을 종종 느끼기는 하는데, 그런 버릇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무튼 술, 여자, 담배 등등의 나쁜짓을 서로 함께 하다보면 세상 모든 일들이 덜 나쁜 짓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자리에서는 부탁을 하기도 쉽고, 부탁을 들어주기도 쉬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며, 우리는 이런 것을 ‘접대’나 ‘청탁’이라는 고상한 말로 부르기도 한다.

미팅의 당사자들의 가운데에 테이블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 놓여 있는 경우는 술과 담배 뿐은 아니다. 때로는 야외에서 함께 골프를 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결국 위에서 말한 함께 나쁜 짓을 하는 것 이외에도, 함께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거나, 함께 공유하는 것을 만들면 친해지기 마련이므로, 함께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공유하는 것도 만드는 것은 한편 스마트한 방법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친하지 않은 사람과 너댓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골프장에서 보내는 것도 여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것이어서, 무턱대고 이런 기회가 난다고 잡을 일은 아닌 것 같다.

#4. 미팅의 효율이란 것

다시 정상적인 미팅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사실 나는 미팅이 많은 회사들을 주로 다녔는데, 어떤 날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미팅이 들어 있는 날들도 꽤 많았다. 그런 날은 점심도 샌드위치 한손에 쥐고 뜯어가면서 미팅을 하기도 했고, 마지막 미팅쯤 되면 목이 쉬어서 말도 잘 안나온다. 그렇게 미팅을 하고 나면 저녁 먹고 9시는 되어야 그 날의 미팅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미팅이 많으니 도대체 일은 언제하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몇주, 몇달 혹은 몇년을 지내다보면 미팅의 효율성에 대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시간을 정말 이렇게 허투루 쓰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한다. 바쁘기는 엄청 바쁘지만 정작 진행되는 일은 없는 경우에는 대부분 미팅에 쓸데 없이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몇몇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서는 서서하는 미팅이나 15분짜리 미팅을 많이 한다. 서서하는 미팅은 아무래도 몸이 불편한 상태이다보니 쓸데없는 이야기는 잘라내고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15분짜리 미팅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데, 보통 30분이나 1시간짜리 미팅을 잡아놓고, 앞에 10분은 지각때문에 잘라먹고, 뒤에 10분은 수다떨다가 그냥 시간을 보내고 나면 실제로 미팅에 전념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15분만 미팅을 해도 충분하다는 논리이다. 미팅에 불필요하게 랩탑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금하거나, 미팅 중에는 핸드폰 등을 볼 수 없도록 만드는 것도 모두 쓸데없는 시간의 손실을 줄이는 것들이다.

이런 방법들을 동원하면 많이 미팅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동안 짧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일하기 싫은 경우가 미팅의 효율이 가장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하기 싫음’은 심지어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네명이 미팅을 하는데 그 중에서 한명만 그 날에 이 병을 앓고 있다면, 그 방에 있는 네 명 모두가 순간적으로 이 증상을 앓게 된다. 우리 모두는 이 증상에 대해서 매우 전염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나 이 ‘일하기 싫음’ 이라는 증상은 상사가 가지고 있는 경우에 그 부하직원에게도 바로 전염된다. 아무튼, 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미팅룸 안에 한명이라도 있고, 게다가 그 사람이 ‘오늘은 일하기 싫다’라고 말하는 순간 미팅의 효율에는 굿바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하기 싫음’이라는 증세가 미팅을 방해하는 것을 막고 싶으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회사 내에 많이 만들어서 방안에 넣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통제하는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많은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누군가가 통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5. 미팅의 숙제

미팅을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팀웍을 이뤄서 여러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같은 네트워크 시대에 이런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자신의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아무런 미팅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회사원들은 미팅을 통해서 타부서, 타사, 타국의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만 한다.

함께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스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먼저 듣기와 말하기 능력이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읽기, 쓰기 능력 등도 갖춰져야만 한다. 초등학교 교과목과 같은 말하기, 듣기, 쓰기 같은 능력들이 미팅룸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엄청나게 고급 기술로 돌변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의중을 이해한다는 것은  고급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게다가 그것을 이해하고 그에 대응하는 무언가의 대답을 말한다는 것은 더욱 고급 기술이다. 그리고 우리는 미팅의 대부분의 시간 (심지어는 미팅이 끝난 다음의 많은 시간도) 그 미팅에 참여한 참여자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해석하는데 사용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교육을 제대로 받았어야 할 일이다.

이렇게 미팅을 여러사람과 함께 하다보면, ‘미팅에서 결정된 사항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와 같은 숙제들이 남는다. 결국 회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들이기 때문에, 미팅에서 결정된 것들을 실행에 옮기거나, 미팅에서 결정되지 못한 것들이 앞으로 결정되도록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팅을 끝마쳤는데,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머릿속에 분명하게 그려지지 있지 않으면 매우 허전한 미팅을 한 것이다.

황당한 경우들은 내가 생각한 미팅의 숙제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미팅의 숙제들이 달랐을 경우. 나는 A라고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B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말이다. 분명 미팅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나중에 미팅 서머리를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했고, 말로 확인도 했는데, 상대방이 갑자기 자신은 언어장애와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때가 있다. ‘그랬나?’, ‘기억이…’ 같이 애매한 말들로 얼버무리는 경우부터,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 떼는 경우, 혹은 오히려 화를 내면서 내가 틀렸다면서 나무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근본적인 언어의 불완전성 때문일까? 우리는 미팅을 준비하기 위한 미팅을 하고, 미팅이 끝난 다음에 그 미팅을 정리하기 위한 미팅을 하고, 높으신 분들이 미팅에서 한 말과 행동을 복기하고 해석하는 미팅을 따로 하기도 한다. 미팅에 미팅이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 우리는 또 저녁을 놓치고, 일할 시간을 놓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모여서 어떻게 하면 미팅을 줄이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할지에 대해서 또 다른 미팅을 하면 된다.

글: MBA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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